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공포의 외인구단


공포의 외인구단


  

윤창중 수석 대변인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윤창중  임명자는 생각보다 적이 많은 분인 것 같다. 가는 곳마다 왜 하필 첫 인사가 ‘윤창중이냐’는 볼멘소리가 넘치니 하는 말이다.
엊저녁 방송출연을 위해 들른 분장실에도 ‘안티 윤창중’이 있었다.  정치평론으로 꽤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인데 예외없이 ‘윤창중 임명카드를 빨리 접어야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혹시 윤 임명자를 추천한 당사자냐고 묻는 전화도 받았다. 그에 대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던 전화 주인공은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내게 혐의(?)를 두는 것 같았다.

평소 리더의 핵심 역량은 용인술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인사작업은 리더가 자신의 이상을 구체화 시키는데 있어 가장 현실적인 조력자를 선택하는  일이고  어떤 인재를 발탁하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당선인 인사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아직은 당선인의 선택을 성급히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그것이다.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리는 윤 임명자의 특성이 당선자에게 아닌 건 아니고 맞는 건 맞다고 과감히 말 할 수 있는 소신으로 작용한다면, 그만의 강점으로 꼽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지금껏 내가 알던 당선인이라면 선택에 앞서 어느 누구보다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을 거라는 믿음이 당선인의 선택을 존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솔직히 정치연륜을 더해가면서 갈수록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다.
이 보다 더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대선 기간 중에도 수많은 이들을 만났는데 주변으로부터 만장일치로 긍정적 평가를 얻는 이는 보지 못했다.  완벽한 평판을 기대하는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인간에 대한 평판을 기준으로 인연을 결정하는 일은 오죽하랴 싶기도 하다.

대부분 살아온 이력을 바탕으로 역량의 경중을 가늠하게 되는데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아무리 철저하게 검증을 해도 그런 현상은 예외가 없다. 
그러다 보니  나름의  용인술을 터득하게 됐다.
대부분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돼 있는 인간의 기본정서를 바탕으로 한 기법(?)이다. 감수해야 할  위험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큰 효과를 얻고 있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이 됐든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배치해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면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필경 발생하게 되는 무리수를 대처하는 리더의 감각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무리수를 잘 감내해내고 또 정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해주는 리더의 역량이 제대로 받쳐준다면  당대 최고의 용인술이 될 수 있다.
되도록 사람을 만날 때 그에 대한 세상의 평판을, 참고는 하되  판단자료의 전부로 삼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세상 평판이란 상황과 경우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입맛대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오히려 결점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인재는 결국 리더의 지휘 능력에 달려있다는 생각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결점은 최소화하고 강점을 부각시키려는 리더의 의도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강력한 인재로의 양성화가 가능하다.
만화가 이현세씨의 성공작, ‘공포의 외인구단’은  리더의 뛰어난 용병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낙오자로 버려진 사람들이 좋은 리더를 만나 천하무적 외인구단 용병으로 거듭나는 만화의 내용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누구보다 흠 많은 그들이어서,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절박감에 빠져봤던 그들이어서 외인구단 용병으로의 변신이 더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중요한 건 그들의 기적이 단순한 만화 속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그동안의 경험으로 확신하고 있다.
나 자신, 참으로 오랫동안 그런 리더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함께 달려온 사람들, 그들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크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만든 감격을 나누는 것에 자족하면서 이제는 저마다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남들보다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일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도 아니다.
다만 공연한 오해로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게 될까를 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처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당선인의 인사철학에 믿음을 보낸다.
좀 더 기다려 보자.                                                                     


                                                                  
 (2012.  12.  27) 
....홍문종 생각  

2012년 12월 16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내 친구, 이영훈 목사


내 친구, 이영훈 목사 

대선 일정 때문에 여전히 바쁜 주일,
의정부에 있는 본 교회 참석이 어려워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찾았다가 뜻밖의 호사(?)를 누렸다. 
그곳에서 당회장으로 시무 중인 친구, 이영훈 목사의 환대를 받은 것이다.
그와는 중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인연을  40년 우정으로 이어가고 있는 사이다. 
그리고 또 하나,  동창들로부터 가장  많은  성원을 받는 대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친구들 걱정의 정도에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내가   우선순위인 것  같기는 하다. 아무래도 정치를 하는 내가 더 위태로운 환경에 놓여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영훈 목사에  대한  동창들의 관심은  나를 향한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험한 환경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정치적 삶으로 척박하게 살아가는 나를  친구들은 늘 조마조마해 하며 걱정스런  눈치다.   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로서  교계를 이끌어가는 그에게는  존경어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여전히 소탈하고 겸손한 친구의 얼굴로 나를 반겼다.   다만 후광처럼 빛나는 아우라가 충실히 영적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달라진 그의 현실을 느끼게 했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성전을 가득 메운 신도들 앞에서 중 고등학교 동창이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라는 소개말로 기꺼이 우리의 오랜 인연을 알렸다. 그리고 힘 있게 전하는 말씀으로 내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 주었다. 나를 위한 설교가 아닌가 싶을 만큼 깊은 울림을 주는 설교는 신선한 자극으로 나를 일깨웠다. 예배를 마치고도 내 손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기를 축복해줬다.
나 역시 짧은 기도로나마 그가 영적인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잘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학창시절 명랑하면서도 수줍음 많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지만 교계의 거목으로 우뚝 선  친구가 진정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친구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내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우정이 내게 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2012. 12.17) 
 ....홍문종 생각  

홍문종 생각 - D-3


D-3


대통령 선거일이 3일 남았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D-day를 초조하게 기다린 기억이 없다.
학창시절, 입학시험 결과 발표를 기다릴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실패로 끝났던 중학교 입시는 장난처럼 임하느라 기다림이 뭔지  몰랐고,  치열한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입시 성적이 좋았던  대학  역시   기다릴 겨를을 주지않았다.  하버드 유학 때도 그랬다. 약간의 초조함은 있었지만 토플이니 학점이니 사전 심사를 통과해놓은 ‘믿는 구석’들이 내게 여유를 줬던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때라고 다르지 않았다.  초선 때는 뭘 몰라서 얼렁뚱땅 지나갔고   재선 때는 승기를 굳힌  선거 분위기에 휩슬려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탄핵의 와중에 고배를 마셨던  17대  때는  미리부터 다진 각오 때문인지  충격파가 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배지를 단 이번 19대 선거 때는 어렵지만 반드시 이길 거라는 확신 때문인지 여유로운 마음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다르다.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선거일을 꼽게 된다.
당 조직총괄본부장직을 맡아 책임감 있게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그 어떤 선거보다 긴장되고 결과에 신경이 쓰인다. 전국을 누비는 강행군에 지쳐 늘어지다가도 거의 반사적으로 긴장모드에 돌입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진영논리를 떠나 유권자 여러분께 간곡히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이 된다는 사실을 부디 직시해달라는 호소가 그것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추락하느냐를 결정짓는다는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정말 중요하다. 투표하기 전 어느 후보가 대한민국의 21세기 패러다임을 구축해낼 수 있는가를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야 한다. 변화와 개혁의 주자가 누구인가를 제대로 골라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조만간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할 선택의 시간이다.
어느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인지, 대통합 대통령인지,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유일한 대통령인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할 시간이다.  그렇기 위해선 학연 혈연 지연 등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를 좀 먹던 망국병을 질끈 떼어내고,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품고 있던 관습이나 철학도 미련없이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정말로 빈 마음으로 공평무사하게 공약도 따져보고 인물도 보고 또 그 주변을 살펴서 진정한 대통령 자격을 가진 후보를 선택하는 그런 선거과정이어야겠다.

앞으로 3일 남았다.
제대로 투표해서 변화와 쇄신의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가려내도록 하자. 그렇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세우는 동력으로 우뚝 서 보자.                        

(2012.12.15.)
...홍문종 생각

2012년 12월 6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사라진 신기루를 위한 묵념


사라진 신기루를 위한 묵념

 
드디어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어제까지만 해도 생각이 다르니 어쩌니 해가며 문전박대도 불사하더니 그동안의 방황(?)을 멈췄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하루 밤 사이에 전격적으로 전향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 안 전 후보의 어정쩡한 표정이 생각의 고리를 잇게 만든다. 
등 떠밀려 나온 이의 불편함이 역력한 표정이어서  웃고있는 건지  울고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포옹하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자들 요구에도  흔쾌히 문재인 후보에게 곁을 내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만 그런 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여러 사람이 같은 느낌을 말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안철수를 평가하기엔 나는 이미 편견의 소지가 많은 사람이다.
그렇더라도 그의 결론이 주는  실망이 크다. 지금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정치인생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정치판 생리에 준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숱한  정치판 인생들이 살려고 버둥거리다 소멸되거나 죽을 각오로 마음을 비워 살아남았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 새 정치 깃발을 들고 이 판에 등장했을 때부터 그를 지켜보았다. 그의 정치적 행보를 짚어가며  이럴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견줘보곤 했다.
 그 연장선에서 말하자면, 이번에 그는 철저히 죽는 쪽을 택했어야 했다.
나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새 정치 새 비전 깃발을 높이 들면 들수록 그는 기존 정치세력에게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그렇게 갈기갈기 찢겨 판을 끝낸 다음   예수의 부활처럼  새 정치를 견인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그는   스스로 놓아 버렸다. 

문재인 후보와 손을 맞잡고 대선 판 참견을 결정한 그 순간, 그를 에워싸고 있던 아우라는 사라졌다. 
 더 이상 새로운 정치를 주창할 수도, 메시아적 환상으로 국민을 열광시킬 수도 없게 됐다.
그렇게 끝난 이야기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나마 재기를 노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약속을 담은 (대체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되기 쉽지만) 계약서 작성이 아닐까 싶다. 물론 계약의 권리를 담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 아무런 대가없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요즘은 정치 9단인 국민들이 많다는 현실을 유념하면서) 표정연기도 필요하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하는 걸 보면 그가 이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혹자는 이런 말로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한다.
"안철수....깡통에서 호구로 전락한 불행한 사나이"
나는, ‘이전투구로 얼룩진 실패 확률 90% 짜리 격투기 한 판’이라고 안철수의 짧은 정치행보에 대한 관전평을 남기고자 한다.  더불어 이번 대선의 승패와 상관없이 서산너머 신기루처럼 막을 내려버린  안철수 현상에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다.                                                                      
     

 (2012. 12. 6)

 ....홍문종 생각

2012년 12월 4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TV 토론 유감


TV 토론  유감


나만 그랬을까?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착잡했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만  참석하는 토론회가 바람직하다는 처음 생각이  끝난 이후에는 '확신'으로 굳어질 만큼   아쉬움이  많은 토론회였다. 

어차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이기에  박후보에 대한  토론 시청 소감은 무의미하다.  박후보를 평가하지 않았으니 문재인후보에 대해  코멘트 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거고. 
그러나 이정희 후보는 다르다.
할 말이 많다.
토론 내내  과장된 몸짓으로 자기 확신을 강조하는 그녀의  무질서한 질주는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고  토론회의  품격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최고대학 학부를 나오고 국회의원을 지낸  경력이 무색할 만큼 그녀는 토론회  내내  본능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상식선을 저버린 막말로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저버렸다고 지탄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특히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거나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는 등  인격모독성 발언으로 유력후보를 자극하는 발언은  충분히 의도적이었다. 
무엇보다 대통령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전무한  후보가   토론회에 합류해서  실질적인 대통령 후보의 자질 검증을  방해하는  현상이 아쉬웠다. 

노동쟁의의 현장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 검증을 위한 토론자리인데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자신을  지지하는 1% 미만의 당원을  결집해서  하나로 만들려는 이정희 후보의 의도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분명 권리 방해다.   더구나 대통령 후보  타이틀을 달고  하는 행위로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 훼손을  제도적으로 인정해 준 꼴이 됐다.  이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물론 국민전체에 누를 끼친 셈이다.  

앞으로 두차레의 토론회가 남아있다. 
어차피 국민 세금으로 개최하는 토론회인데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정희 후보에게 부탁하고 싶다. 
자기 의견만  앞세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는 일도 더 없이 소중하다. 그리고 그 일은  타인에 대한 약간의 성의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부디 조금이라도 국민을 예우할  진정성이 있다면  박, 문 두 주요후보가 서로의 생각과 공약을 검증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처신을 바로잡기  바란다.    

(2012. 12. 4)
....홍문종 생각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전주에서

전주에서


미국에서 지낼 때, 미국 동네는 특징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유럽인들을 많이 봤다. 가는 곳마다 맥도널드와 코카콜라 그리고 켄터키프라이드치킨 간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불평이었다. 그러면서 동네마다 독특한 문화와 역사가 있는 유럽을 자랑했다. 미국보다 훨씬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 때는 건성으로 지나쳤는데 전국 각지를 방문하고 있는 요즈음, 당시 유럽인들을 우쭐하게 했던 게 뭔지 알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문화국민이라는 우월감이었다.
오늘 만 해도 여러 도시를 거쳤다. 그러나 청주를 거쳐 전주에 여장을 풀 때까지 특별한 향취로 떠올려지는 곳이 없다. 최근 강행군으로 이어진 도시 순례를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은 도시를 접한 셈인데 말이다. 그저 규모나 빌딩의 높낮이 차이로만 구별될 뿐, 새로운 도시를 만나는 감흥은커녕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짓눌린 무차별한 욕망이 주는 불쾌감만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숙소조차도 어제 머문 곳을 다시 찾았나 싶을 만큼 도시 고유의 멋과 흥이 아쉬운 여정의 연속이었다.
척박한 우리문화의 적나라한 속살을 들여다 본 것 같아 씁쓸했다.

툭하면 학교 문이 닫히던 대학시절, 서울에서 강릉의 7번 국도를 거쳐 부산에 이르는 여행길은 억눌린 청춘의 열기를 식혀주는 해우소였다. 버스 두 대가 마주치기라도 하면 한참을 비껴서있어야 할 만큼 비좁고 덜컹거리던 비포장 국도를 달리다 보면 먼지투성이가 된 몰골 보다는 얼얼한 엉덩이가 더 신경 쓰이게 하던 기억이 새롭다.
아스라한 추억 속에서 그 때 마주치던 마을들이 되살아나는데 지금보다 훨씬 멋스러웠다는 생각이다. 비록 남루하고 못생겼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고유의 정취를 담고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마을들이 독특한 이름을 달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자연과 더불어 어울리는 삶을 그려내는 모습으로 내 추억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고 있다. 특히 부산 해운대 인근의 달맞이고개도 그 중 한 장소다. 오랜 시간 달려와 마주했던 달맞이고개의 황홀했던 정취는 지금도 설레는 감흥을 준다.

일정이 일찍 끝나 숙소에 들어왔는데 요즘 들어 잠자리에 등을 붙이면 순간적으로 곯아떨어지는 평소와 다르게 잠이 안 왔다. 덕분에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7번 국도도 떠올리고 달맞이 고개도 떠올리게 됐다.
물론 젊은 날의 내 모습이 그립고 아쉬워 그 때의 풍광이 더 미화되어 떠올려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도시들은 무자비한 시멘트의 물량공세에 치여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숲에 갇혀버렸다. 그 모습이 갈수록 공허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감성이 메마른 내 마음 탓이라면 차라리 좋겠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다.
화장발로 더 화려해지긴 했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멋스럽지 않고 더 이상 누군가의 추억에 새겨질 기회를 부여받지 못할 것 같다는 절박감이 더 큰 이유일거라고.

문득 인간은 원초적으로 외롭고 서글픈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몰개성한 도시의 불편함이 한 몫 거든 셈이긴 하지만 가끔씩 헤매는 주제이기도 하다.
아무튼 뒤척거리는 잠자리에서 건져 올린 생각들을 되새김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스로의 삶인데도 컨트롤 할 수 없는 게 많고 심지어 마음조차도 DNA의 운용지도를 따라야 하는 유한성이야말로 인간이 갖는 슬픔의 근원이 아닐까? 그런 전제에 묶인 운명 때문에 인간은 어떻든 이미 주어져버린 슬픔의 근원에서 해방될 수 없는 게 아닐까? 정녕 그러하기에 실루엣처럼 인생의 백그라운드를 장식하는 슬픔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건가.


(2012. 11. 20)
....홍문종 생각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꿈 그리고 미래


꿈 그리고 미래


전국 단위로 짜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는 요즈음이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다.  그러나  15대  국회에서 함께 의정활동을 했거나 행정 관료로 인연을 맺었던 분들과의 재회는 복잡다단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제는 시니어 그룹에 속해있는 나의 정치적 현실을 자각시키는 동인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은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것과 그렇게 빨리 지나는 세월 속에서 우리가 해 낼 수 있는 일들이 생각처럼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홍안의  시절,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사회 전체를 개혁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웅장한 꿈으로 가슴을 부풀리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어느 결에 저마다 개인이나 가족의 건강을 인생 최대의 관심사로 삼는 소박한 모습으로 세월을 덮고 있다. 그 때의 꿈들이 세상 어디에 녹아있는지조차 궁금하지 않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투항해 버린 세월의 흔적이 허무하고 아프다.

I have a dream!!
개인적으로 연설 기회 때마다 언급하게 되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 구호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는 ‘꿈을 꾸는 사람이 있고 그 꿈을 실현하는 사람도 있다’는 그의 또 다른 어록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보다 앞선 삶을 살았던 이들이 꾸었던 꿈과 다음 세대에 남길 꿈을 고민하라고  끊임없이 부추긴다.  
나의 결론은 선대의 염원인 ‘통일’을 우리 대에서 완성하고 ‘21세기를 리드하는 대한민국 건설’을 다음 세대가 실행하도록 우리의 꿈으로 남기는 일이다.   남북통일이  현실로 다가온 것처럼 대한민국이 세계의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 되는 일도  조만간 실현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이로써 일정부분 정치인 홍문종의  정치적 방향에  대한  답을 찾은 셈이다)

답을 찾고  나니 생각은 많이 정리된 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의 통일 과업을 이루기 위해 역량이 충분한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부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기 위한 국가적의 토대를  세울 수 있는 적임자를  제대로 고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발품을 팔아야겠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승리의 그날까지 일심을 다하면 되지.                                                            

(2012.11.16.)
.....홍문종 생각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단일화 '밀당'



단일화 '밀당' 



단일화 밀당으로  효과를 극대화 시켜  대통령 권력을  쥐려던  야권의  꼼수가  '동상이몽'에 그칠   조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희대의   단일화 음모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비극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벌이는  문재인 , 안철수  두 야권 후보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거의 '용쟁호투' 수준으로  다투면서  중심을 잃어가는 기색이 역력하다.  갈수록 싸늘해지는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인데도  후보는 커녕   권력 분점  타령이나 하면서 날 새는 줄 모르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야권 단일화'는 결국 성공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좀 더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겸허해질 일이다.    



(2012. 11.15) 
 ...홍문종 생각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홍문종생각 - 보고서1

보고서 1


오늘은 여러분께 그동안 19대 국회에서 활동해 온 실적을 보고 드리고 칭찬도 받고 싶어 블로그를 노크합니다.

국토해양위원회 일원으로  그동안 단골 삭감 메뉴였던 경기북부 SOC 예산을 무려 4천억이나 증액해서 상임위 의결을 이끌어냈습니다.
솔직히  나름 ‘밥값’을 했다는 생각에 많이 기쁩니다.
보람도 느낍니다.

상습정체 해소를 위한 호원 IC 조기 개설비를 당초 30억 정부안에서 200억으로 증액 의결했고 의정부는 물론 경기북부 교통인프라 개선을 위한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보상예산도 당초 869억에서 2천939억으로 올렸습니다. 이 밖에도 국도 3호선 대체우회도로 건설비(357억), 국지도 56호선 확장공사비(140억), 덕양-용미구간 확장사업비(50억), 내각-오남 국지도(52억), 국도 39호선(166억원), GTX 사업비(300억) 등까지 총 4천여 억 규모의 예산 증액 실적을 올렸는데 국토위 전체 증액예산이 4조임을 감안하면 여러분께 ‘잘했다’ 칭찬 받을 만하지 않습니까?  

'정신일도 하사불성'
지난 총선 당시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생각하고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고군분투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이뤄지더라고요.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국회는 물론  장관, 
공기업 임원들에게 경기 북부의 낙후된 실태를 알리고 이에 관한 정책자료집으로 예산증액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나갔습니다. 정부예산 증액을 위해 수차에 걸친 상임위 질의는 물론 해당 부처 장차관과의 면담도 불사해가며  뜻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성공의 경험들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어 제 안의 것들을 가득 채워 줍니다.  든든한 우군을 지원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외곽순환도로 경기구간 요금차별 개선, 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 등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욕 안먹는 정치인이 되도록 더 잘하겠습니다.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힘을 주시는 여러분이십니다.

진정 사랑합니다.         
                                                                       

 (2012. 11. 10)
 ....홍문종 생각

2012년 11월 4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밀운(密雲)


밀운 (密雲)

   
                                                                 - 홍문종 -
  
무거운 회색구름
태양을 감싸안아
늘어선 한강줄기
맞닿아 구분없네 


힘다한 낙엽들이
가을비 핑계삼아
시야를 가리우니
다막아 슬프구나


인생의 먼 여정길
한없이 슬픈 여정길
매몰차게 차가운 여정길
구별없이 흔들리는 여정길


회색구름 사랑짓고
가을낙엽 사랑춤을
몰래나온 태양빛이
한강물에 흩날리네


애달픈 사랑님
내 슬픔을 재우나니
어미집의 탯줄처럼
따뜻하소서


오래 오래 계시오소서
                                                                                    
                                                                               (2012. 11. 4)     
  

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여성 대통령


여성 대통령 

                                                                       
박근혜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이  순식간에 대선 판을 주도하는가 싶더니 정쟁의 중심에 서 있다.   
여성 대통령을 화두로 삼을 만큼  자란 우리의 정치환경에  은근한 자부심을  가질 만 한데 ,  현실은  아니다.   오히려 씁쓸하다.   막가파식으로  몰아세우는  야당의  '불가론'은  궁색하고 민망하다.
박 후보가 여성을 위해 한 일이 없기 때문에 여성 대통령론을 말해선 안된단다.   
급기야  결혼과 출산 경험이 없어  ‘여성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들이밀어지는  판이다. (그렇다면 결혼 불가를 외치고 있는 이 땅의 미혼여성 50%의 성 정체성은 어떻게 하려나?)
분명 횡포다. 
정치적 우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당의 벼랑끝 전술이  실망스럽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명백한 오류고 또 음모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유력 대통령 후보에 대한   평가는  그저 뒷전이고  악의적인 헐뜯기만 있을  뿐이다.    남성들과의 경쟁구도에서 당당히 살아남았고 여성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될 부분이다.  정당의 대표로서의 임무도 그렇지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의 처신은 나무랄 데가 없다. 또 그녀는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  그런데도 몹쓸 정쟁은 이런 일조차  어긋장을 놓으며  구태하고 경솔하게 단정 짓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갈수록 몰염치해지는 정치권의 단면을 보는 듯 하다. 


이번 대선에 기존의 선거와 다른 3가지 희망의 징후가 있다.
유의미해진 호남의 새누리당 지지율과 야당의 빈약한 대통령 후보군,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 그것이다.  특히 여성 대통령 관련 부분은 크게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아집과 편견 대신 건설적인 방향을 지향한다면 충분히 새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편견부터 버릴 일이다. 구태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종식됐을 때 비로소 우리의 미래가 열리게 돼 있다. 
잊지 말아야겠다.


"여성도 대통령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들기는 아마도 새 시대를 여는 우리의 첫 번 째 관문이 될 것이다.
민주정치의 본산이라는 미국도 아직까지 갖지 못한 여성 대통령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면. 
편견을 없애고 오바마를 선택했던 미국인들조차 해내지 못한 여성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리하여 그 선진성과 리더십을 세계만방에 떨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이벤트가 될까?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래서일까?
10월의 마지막을 보내는 이 아침,  유난히 맑고 상쾌한 느낌이다.
활기 넘치는 출근길 풍경, 우연히 눈에 들어온 선남선녀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욕이  오늘도 내일도 그들의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이끌어 달라는 간구가  절로 나온다.
세계를 견인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용기백배하게   해준다. 
참 좋은 아침이다.                                                                                     


(2012.10. 31) 
 ...홍문종 생각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깨워진 새벽잠


깨워진 새벽잠


                               - 홍문종 -

한강의 안개  
뼈속까지 누르는
진회색 슬픔
누군가의 가슴에
나의 슬픔을 밀어넣는
진홍빛 두려움


자신도 없어요
스스로 부축이기도 
힘든 철부지가
어떻게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걱정으로 잠이 깼어요

이 새벽
갑자기 모든걸
단숨에 포기하는
이들의  마음이
읽혀지기 시작했어요


미안해요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보듬어 주세요


외로움이
슬픔보다 더 깊게
나를 삼키는 심연의 늪
그 속에서 너울거리는 
내 모습 바라보다가
속절없이 보내버린 새벽녘에
  
(2012.10.26)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초치기 부산행


초치기 부산행


초치기(?)로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가덕도 공항과 해수부 부활을 향한 부산시민들의 염원을 청취했습니다.  만만치 않은 선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승전을 위해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동지들도 만났습니다.  특히 그 결연한 눈빛은 낮 시간, 글로벌 코리아의  이만섭 전 국회의장님을 비롯한 김덕용 김중위 김종학님 등 30여 회원님들의 격려어린 충고와 더불어 신발끈을 조이게 하는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2012. 10.19)
...홍문종 생각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한가위 단상


한가위 단상

올 추석은 유난히 가라앉은 분위기로 지냈다.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고 윷가락을 던지며 노는 명절 풍경은 예년과 다름없었지만 온종일 허전하고 쓸쓸했다.  요즘 들어 부쩍 연로해지신  부모님과 군복무다 공부다  흩어져 있는 자식들의 부재가 가슴 한쪽에 바람구멍을 뚫어 놓은 탓이다.
부모님과  자식들 사이에 끼여있는  삶이  버겁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돌아보니 애면글면 눈에 밟히는 애물단지들을 가슴에 담고서야  비로소  철이 들었다. 
부모란 이름에  때때로  천형의 굴레가  씌워지기도 하고   깊어진 주름살과 굽은 등에 담긴 부모님의 고단한  삶이  폐부를 찌르는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정치하는 자식을 둔 죄로 언제나 바늘방석을 감내하시던 부모님,  당신들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저는  결코 존재할 수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아버지는 투박하지만 믿음직한 부성으로 세상의 모든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셨다. 그러면서도 유학 중이던  자식을 만나기 위해 한달음에 미국으로 날아와 뜨거운 가슴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때 아버지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느 새 구순의 노인이 되어 버리셨다.
그리고 내 어머니.
언제나 든든한 원군이기를 마다않고 넘치는 에너지로 세상을 열어주시던  어머니는 내 인생의 ‘0순위’다.
무릎이 헤질 때까지 평생토록 아들의 성공을 위해 기도해 주셨다. 언제나  믿어주시고  끝없는  사랑도 주셨다.  어머니의 그 정성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너무 많이 굽어버린 어머니의 등이 슬프다. 

쓸쓸한 명절이었지만 말미는 충만했다.
한밤중 산책 삼아 나선 여정에 동반자를 자처한 보름달의 퍼포먼스 덕분이다.
휘영청 밝은 달을 향한 저마다의 속살거림이 감미로운 음악이 되어 마음에 평정을 주는  이 밤, 오래된 질서를 평정하는 내공 덕분에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있다. 중구난방 흩어지려던 깨알 같은 사연들을 가지런히 줄 지어 세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부드러운 위로로 하나의 달을 바라보는 수없이 많은 눈길의 부담을 덜어내는 센스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다. 
오늘 밤, 처녀 총각은 좋은 반려자를 찾기 위해, 부모들은 자식의 행복한 미래를 이유로, 현인은 현인대로, 범인은 범인대로, 그 와중에 한자리 꿰찬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밤하늘을 봤다면 분명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저마다의 소원이 곧 이뤄질 거라 약속하는  보름달의 속삭임을. 

아우라에 둘러싸인 보름달의 둥근 곡선이 염화시중의 미소를 떠올리게 했다. 다른 이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힐링 미소였다. 그 미소에 홀려 보름달과 마음을 나누니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가 절로 나왔다.
부모님이 강건하심과 자식들의 안위를 위해 기원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를 위해 나의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도 빼놓지 않았다.
나른하지만 평온함이 온 몸을 감싸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아마도 보름달이 내게 주는 한가위 선물이 아닐까 싶다.                                    

 (2012. 10.2)
  ...홍문종 생각 

ps:  인간의 소망은  놓인 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서로의 다른 꿈이 상반적 입장으로  부딪히거나 몰이해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선악의 기준치가 뒤바뀔 수도 있다.  같은 집단에 속해 있어도 마찬가지다.
오늘 밤 기도하면서   그런 경험을 했다.
최종적인 목표 실현도 중요하지만 성공을 향해 나가는 과정이 더 큰 희열일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이 그것이다.  간절히 간구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노력이 더 큰 성공의 결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유의미한  경험이었다.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함께 부르자


함께 부르자


'강남스타일'  신드롬의  주인공 가수 싸이가 미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기자회견장에서 “음악 다음으로 자신있는 것이 음주”라며 “한국의 주류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외국의 유명 스타들이 자신의 ‘말 춤’뿐 아니라 우리의 폭탄주 문화에도 흥미를 보여 자신감을 얻었다는  개그로  주위를 웃겼다.  술로 인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는 최근의 분위기로 볼 때, 질타가 우려되는 수준이었지만  국위 선양한 싸이에게는  언론도 여론도 관대했다. 
그러나  술로 인한 우리  사회의 어두움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갖가지 유형의 음주 사고가  폭주하는 이 현실이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술로 인한 폐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곳곳에 그 선명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태조 이성계와 연관된 인물만 해도  2명이나  술 때문에 생사를   가른 기록이 있다.   
맏아들 이방우의 사인에 관한 기록은 명확하지 않다. 정사와 야사가  각각 다른 정황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정사는  날마다 끼니를 거르고 소주를 폭음하다 요절해버린, 실패한 알코홀릭으로서의 삶으로 이방우의 마지막을 기록했다.  반면 야사에서의 이방우는 똑같이 술에 찌든 삶이라도  고려왕조에 반기를 든 아버지 이성계를  수용하지 못하고  충절을 지키다 죽어간 인물로 그려졌다.  어느 것이   진짜 이방우의 삶인지는 그저 하늘만이 알고 있을 터다. .
태조와 함께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의 사인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세자 책봉 싸움에서의 패배로 삶을 마감했다고 알려졌는가 하면 사실은 술로 인한 설화가 화근이 됐다는 설도 있다. 정도전이 술만 마시면 "한고조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게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쓴 것이다" 라고 떠든 게 명줄을 재촉하게 됐다는 것이다. 

  
술의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는 의여도 정가라고 예외가 아니다.
권력이 집중된 곳인 만큼 한 순간의 실수로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을  확률도 그만큼  큰 셈이다. 추락하는 속도 역시 비할 바 없이 속전속결이라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사람이 술을 먹는 단계까지는 무리가 없을 텐데 ‘술이 사람을 먹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면 그 때부터 사단이 나게 된다고 한다.  모든 가능성이 순식간에 뒤집히게 된다는데  술을 먹지 않는 나로서는 짐작만 할 뿐인 세상이다.
결국 과함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취중의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인생 전체의 명운을  잘라버리는 허망한 일이 어제도 오늘도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다.  술 때문에 사력을 다해 쌓아올린 공든 탑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일은 매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술을 먹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 살면서 술을 마시지 않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잘 했다,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나름 술 안먹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숙련된  노하우로   노력했다.(지금껏 내가 술을 안먹는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다) 술잔 대신 우롱차를 수없이 마셔대는 것은 기본이고 술 안 마실 핑계를 위해 당뇨다 내시경 검사다, 별의별  변명으로   둘러댔다.  본의 아닌 거짓말이 죄송하긴 하지만  순기능이 많았다는 걸로 자위하고 있다. (그러나 술자리 스킬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술자리 분위기 메이커, 뒷정리 도우미로  학창시절부터   인기투표 1위를 도맡아 하던  전력이 입증한다)
후회는  없다.  적당한 음주로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못하겠지만 지나친 음주로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곤란하게 하는 것 보다는 (술 안먹는 내 쪽이) 훨씬  낫다는 생각에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정권 재창출! 이 대명제를 공동의 목표로 삼아 함꼐  나가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술로 인한 불상사로 우리의 운명이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하자.

일단 무슨 일이 있어도 긴장을 늦추지 말자.
긴장하고 또 긴장하면서 최후의 승리가 확인되는 순간까지 우리의 모든 욕망을 유보하고 단 하나의 명제만 생각하자.
그렇게 우리가 가진 최선을 앞세워 전진하자.
그리고 승리하자.     
                                                                        
(2012.9.25.)
...홍문종 생각

2012년 9월 23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오늘의 화두는?


오늘의 화두는? 


정부의 미분양주택 관련 감세 방안 처리가 불발로 끝났다.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을 ‘부자감세’로 몰아붙이는 야당의 공세를 뛰어넘지 못한 탓이 크다.   장기 침체로 매매가 끊긴 부동산 시장엔 그야말로 가뭄 속 단비가 될 만했지만  입장이 다른 야당이  지방 세수만 줄이는 졸속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법안 통과를 막은 것이다. 
일주일 새 똑같은 법안이 세 번째 반려되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졸지에  국민은  안중에 없이  정쟁질만  일삼는 '국해의원(!)'이 되고 말았다.
  
부동산 부양책을 유일한 구명줄로 설정해 놓고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학수고대하던  국민  심정을 헤아리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원 본연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크게 야단맞을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사안의 특성을  감안하면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다.  어차피 인간적 관계가 집약되는 과정에서의 이해타산은 불가피한 산물이다.  부를 질책하건 여야 간 다투건 간에  모두  국민 주권을 대행하는 결과인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재원마련이나 효용성을 논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민감한 이해관계나 오해의 소지로 인한 이견과 갈등은  오히려  정당한   민주적 절차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런  절차들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개인의   안위를 위해  운영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명한 건 그런   시도들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엊그제  국회에서  동료의원들과  환담하는 자리에서다.   
‘택시에 대해서도 버스처럼 대중교통 차원의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모 의원의 주장이 빌미가  되어 즉석 토론이 진행됐다.  
“8.000억에 가까운 예산마련은 어떻게 하느냐 (A의원), 사대강 사업에 수 조원을 썼는데 그까짓 몇 천 억이 대수냐(B의원), 어차피 주어진 예산인데 어려운 택시기사를 돕는 게 타당하다(C의원), 모르는 소리, 택시기사보다 어려운 계층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D의원)”
그곳에는 '나'만 있는 대화 뿐이었다.   명색이 정치인들이   생각을 나누는 자리인데도 서로를 이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현실이 답답했다.  
하지만  생각의 여지를  많이 건져올린  순기능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 주었다. 
이해와 존중으로  상대를 배려하지 않으면   소통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의제가   커다란  깨달음이라도 되는 양 부각됐다.  상대를 향한 끊임없는 두드림과 그리고 귀 기울임  없이는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친구 그리고 연인의 관계 조차도  소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강조됐다.
그것은 충분히 신선한 자극이었다.
두서없는 옹알이로만으로도  마음을 활짝 열 수 있는,  그런 정치 현실을  소망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의  캥김이 없지 않다.  그동안 살인적인 일정을 핑계 삼아   일상의 만남을 소홀히  한  전력이 적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늘 최선을 다하고 싶었지만  욕심만큼  허락되지 않았던 형편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용기를 내 신발끈을 다져 묶는다.
그렇게  소통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외쳐본다.                          
                   
 (2012. 9.21)
 ...홍문종 생각

2012년 9월 16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생활 속 발견


생활 속 발견


'여의도’로 복귀하고 나서 확실하게 바뀐 게 있다.
방송 출연과 많이 유관해진 신분의 변화다.
그동안 통상적인 의정활동 외에도 당내 선거 등으로 대담프로나 인터뷰를 명목으로 방송 출연할 기회가 많았다. 실제로 공중파는 물론 종편에 이르기까지 TV 화면에서 내 모습을 본 분들이 적지 않으실 것이다.
아직은 실수가 많은 편이지만 미디어 노출이 싫지 않다. 그런 걸 보면 나 자신, 타고난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배우가 되고 싶던 은밀한 꿈을 이렇게라도 이루는구나 싶기도 하다.

방송 출연을 통해 상상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방송의 영향력을 체험했다.
실제로 방송을 타는 날이면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쇄도하는 안부인사가 장난이 아니다. 십 수 년 연락이 끊겼던 지인으로부터의 연락은 보통수준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정치인들의 이미지 세탁도 가능하다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얼마 전에는 대선주자들이 모 인기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켜달라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럴 만한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유권자 표심에 목메는 정치인들에게 이보다 더 확실한 홍보도구는 흔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방송출연이 정치인에게 늘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분명 주의를 요한다. 자칫하는 순간, 역작용 한방에 모든 걸 잃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실제 모 인사의 경우, 방송 출연 효과로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가 최근 들어 당시의 발언들이 거짓말로 드러나는 바람에 코너에 몰리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몇 번의 경험에 불과하지만 방송의 생리가 우리네 삶의 질곡과 엇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어진 틀에 따라 들쑥날쑥한 모양새로 주조되는 과정이 많이 닮았다. 물 만난 고기처럼 술술 풀리다가도 미세한 움직임 하나에도 덜컥 말문이 닫히고 마는 나약함을 인간의 한계로 풀어내는 과정이 그렇게 드라마틱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한계를 통해 인간의 교만을 견제하기를 잊지 않는 센스라니. 영역을 가를 틈도 주지 않는다. 프로가 됐건 아마추어가 됐건 그저 겸허히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주문이다.
인간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인연이 존재하는 것처럼 방송에서도 파트너와의 인연이 중요시된다. 실제로 한 방송에서 사회자와의 불화로 인터뷰 도중 퇴장해버려 구설에 오른 야당 대표의 ‘한 성깔’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의 지나친 자기주장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왕왕 있는 일이다. 방송 출연 때 진행자나 토론 상대와의 궁합(?)을 따지게 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런 경우에 비하면 엊그제 ‘조선TV’와의 인터뷰 방송은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우선은 앵커들의 편안한 진행이 자신감을 키워줬다. 인터뷰 내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내공 깊은 진행이었다. 때 마침 평소 관심을 갖던 분야여서 인터뷰의 완성도를 도왔다. 거기다 이심전심이었는지 방송이 나가자 칭찬과 격려로 나의 신바람을 부추겨주신, 영원한 나의 우군인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분들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인터뷰 성공의  최대 수훈자는 노련하게 인터뷰를 이끌어준 진행자들이었다.
  
그런 식으로 정치의 장이 됐건 사업의 장이 됐건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됐다. 모든 성공여부가 조직의 신명을 이끌어내 축적된 지식을 활용하게 하는 지도자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문득 돌아봤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정말로 잘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는 건지, 저마다 자기가 속해있는 조직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존재인지 등을 생각해 본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어렴프시나마 답을 얻을 수 있었고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은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휘자로서 결격 사유가 없는지 여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지휘를 받는 이들로부터의 의견 수렴이 올바른 선택을 견인하는 결정적 동인이 될 수도 있음을 수긍하라는 것,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살고자 한다면  늘  긴장된 설렘을 놓지 말고 소통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이상, 새로운 각오로 새겨 듣길 바라는  '생활 속 발견'이었다.            
              
(2012. 9.14)
...홍문종 생각 

2012년 9월 4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묻지마' 유감


'묻지마' 유감


흉흉한 민심에 뉴스보기가 겁난다.
언제부터인가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웃음기 걷힌 거리의 표정은 삭막하기만 하다.
불신과 불안에 태평양 보다 더 먼 간극으로 마음이 벌어진 사람들은 깊은 침묵 속에 빠지고 빈 바람 소리가 폐허처럼 무너진 가슴을 대변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살인과 강간과 폭력인 난무하는 현실이 만들어낸 생지옥의 실체다.
날마다 입에 담기도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또 벌어지고 있다. 백주의 무차별 칼부림으로 인명이 살상됐고 전자발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범은 무고한 주부를 노렸다가 살인죄를 추가했다. 피자가게 사장의 철면피한 이기심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운 꿈을 키우던 한 여학생의 꿈을 무참히 짓밟았다. 솜털도 채 안가신 중학생은 건물 꼭대기에서 세상과의 작별을 고하고서야 악마의 손길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슬픈 서사시 한편이 골목을 타고 전해지고 있다.
그렇게 근원을 알 수 없는 ‘가해’의 충동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칼춤을 추며 돌고 있는 사이에 누구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또 다른 누구는 그 손길에 의해 희망의 줄을 내려놓는 모습이다. 법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질서가 판을 치는 이 미친 사회를 공유해야 하는 현실은 차라리 비애스럽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궁금해진다. 이 모든 게 도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된 업보일까 하고.

도를 더해가던 인면수심은 급기야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범죄’로 정점을 찍는 분위기다.
집 안에서 곤히 자던 7살짜리 어린아이가 이불 째 납치돼 성범죄 희생양이 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묻지 마 범죄’의 극단을 보는 듯한 이 사건의 범인은 지근거리의 이웃이었다. 이젠 집 안에서조차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끔찍한 현실이 저마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대한민국 전체가 공분에 쌓여 흥분할 만 하다. 성난 여론이 당장에 사형이나 화학적 거세로 범인 응징을 주장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이 땅에 다시는 발붙이는 일이 없도록 인간의 영역 밖으로 영원히 추방시키고 싶은 마음은 너나 없이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과연 최선일까 망설이게 되는 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은 우리의 현실 때문이다
.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도 인간의 격이 이처럼 바닥이진 않았다. 특별한 손길이 아니어도 최소한 인간적 도리는 기본으로 지켜졌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임계점을 넘긴 지 오래다. 인성과 수성의 구분이 모호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 등의 극단적 처방보다 범죄 취약게층에 대한 배려가 '묻지마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싶다. ‘묻지마 범죄’ 유형이 대부분 될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에서 비롯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국 사회안전망 확충이 답이라는 결론이다. 교도행정의 혁신이 병행된다면 공동체 모두의 안전을 위한 최적의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실제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보장된 나라 범죄율이 낮다는 건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바다. 사회에 대한 좌절감이나 적개심이 그들의 반사회적 인격형성을 부축이고 범죄를 충동질한 혐의가 짙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단, 예외 규정 등 운영의 묘는 필요하다. 아무리 배려해도 교정이 안되는 대상까지도 사회안전망의 온정주의로 끌어안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 걸맞는 특단의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나주 성폭행범’ 경우만 해도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하고 고립된 환경 속에서 왜곡된 성장기를 거친 게 화근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계모의 학대 속에서 굴절된 시간을 보낸 게 사실이라면 ‘괴물’로 성장한 그의 오늘은 필연이라 할 것이다. 다른 범죄인들의 경우도 결손가정의 폐해가 독이 된 정황이 많다. 가족의 사랑과 배려가 한 인간의 인격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것 같다. 그들을 순화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적 장치만 있었더라도 인생의 상당부분이 달리 쓰여질 수 있었을 것이다. 설혹 교도소에 갔더라도 제대로 된 교화과정만 주어졌더라도 지금의 전과자 현황과는 많은 차이가 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우선은 성적 충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유해환경 부터 근절시켜야겠다. 솔직히 텔레비전을 틀기만 해도 얼마나 많은 음란물이 범람하는가. 도처에 널린 도색잡지나 비디오 등으로 인한 성지식 왜곡은 그 폐해의 측량이 쉽지 않을 정도다.
세상에, 휴대폰 채팅창이 새로운 성폭행 수단으로 등극했다는 사실을 나는 며칠 전에야 알았다.
고립의 그늘에서 커가고 있는 범죄의 독버섯을 제거하는 일도 이 못지 않게 다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곤하거나 소외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묻지마 범죄의 시발점이 되지 않도록 좀 더 섬세한 배려와 관심으로 살피는 건 우리 사회 전체의 몫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해야 한다. 더 이상 묻지마 식의 범죄가 이웃은 물론 내 고통이 되는 불상사를 막는 건 우리의 역량이다. 국가차원의 안전망으로 그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야말로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한 가장 최선의 방책이 아닐까 싶다.

묻지마 범죄는 특정 개인이 아닌 전 국민의 문제라는 관점으로 국가가 나서서 개인별 맞춤형식으로 풀어내야 할 문제다. 심리적 조력이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말이다. 무엇보다 한계상황에 놓인 취약계층을 그들만의 리그로 팽개쳐버리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 그렇다고 맹목적이고 무한 배려의 교도행정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개개인 특성에 맞춘 합리적인 교도로 더 이상 우리 주변에 묻지마 범죄가 남용되는 불행을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건 일괄적용은 무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
그 어느 때보다 지혜로운 처신이 필요한 때다.

(2012. 9.4)
...홍문종 생각


2012년 8월 28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메시아

메시아


"여러분이 수백만 명 가운데 나를 찾아냈다는 건 우리 시대의 기적이다.
           그리고 나는 여러분을 찾아냈다.      이것이 독일의 운명이다“
1937년, 히틀러는 이런 자신감으로 독일 국민을 선동했다.  대중은  열광하며 히틀러의 등극을 환영했다.  대단한  메시아  신드롬이었다.  
그러나 그 시혜(?)는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리고 2012년,  대한민국 대선 판을 부유하는 메시아 신드롬의 편린들을 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메시아를 향한 대중의 열망이 뜨겁다.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한 시대적 상황의 특징이다.
저마다 분분한 해석을 내놓으며 메시아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걔중에는 존재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냉소주의와  근접한 조건이면 메시아로 인정해서 의지해보자는 절충주의, 또는 시대정신을 메시아로 동일시하며 이를 화두삼아 정진하자는 열혈주의의 기대감이  눈길을 끈다.  
덩달아 대권을 향해 메시아적 인자를 갖춘 적임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과포장된 능력을 지속적인 자기최면을 통해 진짜 메시아라고 확신을 굳혀가는  모습들도 엇비슷하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생긴 듯하다.

이런 정황에서  안철수 현상을  되짚어 보는 일은 흥미롭다. 
최근 룸싸롱, 최태원 SK 회장 구명 등으로 촉발된 ‘거짓말 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얼마만큼의  영향력인지   가늠해 보는 일이 그것이다.
안 원장은 몇 가지 사안에서 그동안 숭고일변도(?)였던   자신의 언행과 엇박자를 내면서 곤경에 처했다. 
재벌그룹의 부도덕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그가 재벌가 자제들과의 모임을 만들고 , 재벌 구명 운동을 벌이거나  공동사업을 구상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술집은 커녕 술도 못마신다는  손사레도   거짓이었다.   ‘안철수 원장과 여자가 있는 룸싸롱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는  증언이 담긴  월간지 기사가 나가자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 ‘안철수 룸싸롱’이 순식간에 1등 검색어에 등극하는 기현상이 단적으로 대변하는 대목이다. 

물론 룸싸롱에서 술 마실 수 있다. 재벌 친구 구명운동 했다고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안철수 원장만큼은 예외일 수 밖에 없다. 지나치게 강도높은  도덕적 기준치로   스스로의 정치적 위상을 올리는 대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직격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텔레비전에 나와 단란주점이 뭐하는 곳이냐며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거나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는 정의감으로 대중에게 메시아적 이미지 심기에 성공한 그로서는  예상치 않은 부채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는 확실히 이미지 메이킹 만으로 특별한 투자 없이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는 특수를 누렸다.    
의도했건 안했건 지나치게 완벽한 메시아적 이미지에  매달린 과욕이 화근이었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인간의 정서와 얼굴을 가진  메시아 설정으로 국민 앞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실없는 줄 알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예단할 순 없지만 이번 논란이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안원장의 진로를 방해할  징후는 여전히 유효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제라도 그가 메시아의 컨셉을 바꾸면  좋겠다. 
최소한 국민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원하는 메시아의 유형은 하늘에서 강림하기보다는 더불어 살면서 고통을 이해해주는 이웃의 모습이다.   더 나아가 그 고통을 승화하고 정제시키는 작업을 통해 실패의 흔적을  백신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메시아를 원할 것이다.  국민을 어려움의 질곡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지도자야말로  진정한 메시아의 현신이고   국민이 가장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원장 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모든 이들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를 하세요. 
과거의 오류에 옭아매기보다 어떻게 극복하고 승화시킬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포인트를 맞춰보세요. 
특히  잘나고 빛나는 이력보다는 포기와 좌절을 딛고 새로운 메시아적 이정표 창출로 스스로의 길을 얼마나 열어나갈 수 있었는지,  불굴의 투지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해 보세요"     

그렇게  뚜벅뚜벅  나가다 보면   어느 결에 더 크게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있는 스스로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진짜   메시아가  되어  환호 받는   스스로를  만나게  될 것이다.   
참으로 가슴 떨리고 신나는 일 아닌가.                               
  
(2012. 8.29)
 ....홍문종  생각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이 후보를 추천합니다

이 후보를 추천합니다


18대 대선에 출마할, 당 후보 확정 과정을  남다른 심정으로 지켜봤다.
“박근혜 후보”
후보 확정을 알리는 아나운서 멘트가 장내에 퍼지는 순간,  무엇인가  뭉클, 가슴을 밀고 올라왔다. 마치  나 자신  호명받은 당사자라도 되는 양 짜릿한 전율이 전신을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맨 먼저 떠오르는 건  근 한 달여간  폭염을 헤치며 합동연설회장을 누비던 기억이 아니었다.   5년 전, 유례없이 치열했던 17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1.5%  차이로 분루를 삼킬 때의 안타까움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특히  많은 이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던 승복연설의 아우라가  내 안에 또아리를 틀고  들어앉아 있었다.  승복에 인색했던 기존의 정치문화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라며 칭송이 줄을 잇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재생됐다. 
지도자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고 박 후보에 대한 확신을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기억들이었다.  그 때의 감동은  2007년 경선에서 지연, 학연 등의 집요한 회유를 뿌리치고 그녀를 선택한 나의 혜안에  확신과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지금껏 그녀를 지지하게 만드는 동력이 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각별한 각오와 투지로 임하게 된다.
박근혜 후보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타이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력하고 싶다.  고난을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킨 인간 승리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볼 생각이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팽배해 있다.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박 후보의 행적도 우리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요인 중 하나다. 수많은 정치적 인고에 굴하지 않고 고집스러울 만큼 깨끗함과 정직함을 추구하며 흐트러지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놀랍다. 절제된 언행이나 신념, 그리고 신의가 몸에 밴 지도자로서의 덕성은 오늘의  박근혜를 만든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형성되거나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박근혜식 리더십이 갖는 가치에 숙연해질 때가 많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게 자기 인생 전부를 건 승부수라는 걸 박 후보를 보면서 알게 됐다.  순간순간의 기교나  스쳐가는 우연 따위로 판가름 지을 수 없는,  처절하리만치 고행의 연속인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내와 여유가 필요한 필사의 과정이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후광 운운 하면서 그녀의 정치적 역량을 폄훼하려는  정치적 공세가  준동을 하고 있다.   아무리  선거전이라 하지만    그 얄팍하고 졸렬한 꼼수가  어이없다. 


좋은 리더를 선택하는 건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표피적이고 찰나적인 정치적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안목이 있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후보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궤적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올바른 판단을 돕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후보가 된 이후 . 통합과 소통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끌어안겠다는 의지가 역력한 그녀의 광폭 행보가 더 없이 미덥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찾고 유가족과 마음을 나누는 모습에서  지금까지와 또 다른 의미의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흑색선전으로 자신을  치욕스럽게 했던 당사자에게조차    손  내밀기를  마다않는 그녀에게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본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적임자로서의 인성을 갖춘 그녀야말로  대한민국 비전을 창출할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덧셈의  정치로  대한민국의 국태민안을 실현 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 말이다.  

그래서  두려움 없이  추천하는 바이다.
박근혜 후보에게 기회를 주시라.
바람직한 철학과 비전을 갖춘  좋은 대통령감이라는 걸 확신하기에 감히 부탁드린다.  
그녀의   지난 60평생을 촘촘히  살펴보면 답이 있을 것이다.                            

(2012. 8. 23)
...홍문종 생각 

2012년 8월 14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무대 뒤에서


무대 뒤에서 


17일 간의 지구촌 대장정, 런던 올림픽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종합 5위 전적으로 역대 원정 올림픽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온 국민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한 여름 밤의 꿈으로 사라지겠지만 그 순간의 열정만큼은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게 될 거라는 예감이다.
 언제나처럼 승리의 주역들이 영웅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금메달을 거머쥔 스타플레이어들의 눈부신 아우라를 곁들인 올림픽 뒷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다.  그들의 화려한 인생역전 스토리에 열광하며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찬사와 갈채도, 신문 방송이 연일 조명을 들이밀며 헹가래 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역사는 1등만 기억한다는 게 문제다.
1등이 아니면 여지없이 익명의 주변인 신세다.  나머지는 안중에도 없다.
그 자리를 놓고 겨루게 되기까지의  정황에도 불구하고   ‘승자독식’ 논리에 지배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올림픽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도 연예계도 다를 바 없이  1등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형국이다.
물론 올림픽 금메달, 부와 명예를 보장할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이벤트다.  그렇다 한들 금메달이 스타플레이어 한 사람만의 개인기로 가능할 수 없는 과정을 생각하면 불합리하다. 
그런 측면에서 한 때 인기를 누린 개그 유행어, ‘1등만 생각하는 더러운 세상’은  가히 촌철살인의 풍자다.  우리의 비정한 현실을 너무도 적확하게 대변한. 
  
누구에게도 함부로 패자의 이름을 붙이지 않을  일이다. 
우수한 선수, 뛰어난 CEO를 부와 명예를 독식할 수 있는 승자로 규정하고 경기를 위해, 조직을 위해 뛰어다닌 선수나 직원들을  무조건 패자로 모는  건 근시안적  패착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오늘이 있기까지 조금만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온다. 
 부모부터 시작해서 코치와 감독, 심지어 선수촌의 영양사, 경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그를  위해 헌신한 흔적이 역력하기에.   
따지고 보면 국가대표로 선발되기까지의 경쟁자들도 그를 만든 자원의 일부였다.
1등 주자가   명예와 부를 얻은 현실에  자족하고 나머지 혜택은 자신을  위해  헌신한 주변인의 몫으로 돌리는  겸허함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이제 자본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던  독식의 성찬은 끝났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부국이 되기까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들의 역할만 있었던 게 아니다. 야구에서 기량이 뛰어난 타자 한 사람만의 힘으로 시합을 승리로 이끄는 게 아닌 정황과 같다.  아무리  능력있는 CEO라도 진정성 있는 뒷받침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삼성이 됐건 현대가 됐건 재벌기업의  놀라운 성공은 수많은 하도급 업체와 그 종사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도 기업 총수 못지않게 갈채를 보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나날이  그 수를 늘리고 있는 노숙자나  치솟는 실업률  문제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양극화 현상과 부의 편중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역시   임계점에 이른 상황임에랴.  
우선은 불공정의 굴레부터 벗어 던질 일이다.

그리고 승자의 독식을 거부하는 자발적  분위기 조성....    
대선 정국의 이슈로 부각된 경제민주화  덕목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그 간의 희로애락은 가슴에 묻고 4년 후를 기약하며 새로운 출발선에 나선  우리의 건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듬직한 느낌이다.
그들 모두에게 아낌없는 갈채와 사랑을  보내며  이제 그만  축제의 흥을 접으려 한다.  
                                                                                                         
( 2012. 8.14)
 ...홍문종 생각

2012년 8월 7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이종걸 의원의 막말


이종걸 의원의 막말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이 사고를 쳤다.
자신의 트윗에 박근혜 후보를 상스러운 욕설을 섞어 타박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정치적 지향점은 다르지만 이종걸 의원에 대해 배타적 감정을 품어 본 적이 없다.
결정적 이유를 대자면 그가, 평소 존경하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라는 점 때문이다.
일제 당시 우당 선생 일가의 애국 행적은 가문 차원의 완전한 헌신이었다. 집안 전체가 명문가의 안락함을 팽개치고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선택이 있었기에 오늘 날 우당 가문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며 대한민국 대표 명문가로 추앙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언행은 인간의 도덕성과 지적 수준을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이종걸 의원이 스스로의 막말에 대해 느껴야 할 부담의 강도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고 4선의 제1야당 최고위원이다. 거기다 가문의 명예를 생각하면 더 더욱 정제된 처신이 요구되는 위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원은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로 가문은 물론 동료 의원들에게까지 상처를 입혔다.
더 실망스러운 건 이번 사건을 대응하는 그의 안일한 현실인식이다.
이의원은 자신의 ‘욕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줄임말’이라고 했다가 ‘오타’라고 하는 오락가락 궤변으로 변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정작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 한 것은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진 이틀 뒤였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를 치고도 무모할 만큼 완강하게 잘못이 없다고 버틴 이의원의 경우는 다르다.
오히려 막말을 지적받자, ‘고심해서 찾아낸 욕설’이라는 뉘앙스로 너무 따지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로 당당하다는 식이었다. 사고체계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에게 두려운 존재가 없었다. 유력 대권 주자에게 막말을 해놓고도 버티도록 무모한 용기를 부축인 건 그의 안하무인격인 상황인식이었다. 적어도 국민 여론을 두려워했다면 그 같은 방만함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 현실에 접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일상의 상식을 배반해야 할 경우가 많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게 최선으로 평가되는 정치적 가치판단과 무과하지 않다. 상대를 죽여야(?) 비로소 내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속성 상 상대의 허점이나 잘못을 파고들고 물고 늘어져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그렇더라도 금도는 지켜야 한다.
정치를 우위를 점하기 위해 스스로의 품격을 포기하는 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소탐대실이 되기 쉽다.   특히 말로써의 정쟁이 일상이다시피 한 정치인의 언행은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한번 쏟아내면 주워 담기 어려운 말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오늘따라 무더위가 더 참기 힘들게 느껴지는 건 이종걸 의원의 막말이 보태준 답답함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2012. 8.7)
....홍문종 생각

2012년 8월 6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공천헌금


공천헌금

요즘 환경에선 어림없는 일이지만 선거 때마다 ‘전국구는 돈국구’ 등식이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비례대표를 받으려면 거액의 공천헌금이 관행처럼 통용되던 때의 이야기다.
비례대표 1번은 얼마, 2번은 얼마 하는 식으로 액수가 설정돼 있고 그렇게 유입된 ‘헌금’의 일부가 당 운영비나 공천을 챙겨주는 실세의 수입으로 배분된다는 건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었다.
내가 도당 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던 때에도 그랬다.
하루가 멀다하게 돈 공천 파문이 터져 나왔고 그 와중에 공심위원장이었던 나 역시 무수한 음해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검은 유혹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말이다.
급기야 무슨 혐의를 받고 검찰에 불려가는 사람들마다, 특히 기초 단체장들은 예외 없이 공천헌금을 자백하라는 회유에 시달렸다는 뒷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당시 풍토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갑은 몰라도 을의 위치에서 자기 소신을 지켜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한 번 소신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 되는 정황을 감안하면  이를  놓지 않으려는 노력은 더 없이 중요하다.  언젠가 자기 나름의 정치역량을 펼치려는  꿈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사수해야 할 덕목임에 틀림없다.    

이번 파동이 정치적 주도권 다툼을 하는 당사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상황은 유감스럽다.
당의 위기를 호기로 삼아 박근혜 후보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비박주자들의 공세도 유감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경선 일정을 볼모삼은 그들의 시도는 장안의 웃음거리가 됐다. 스스로의 패를 다 까 보이고 논두렁에 고개를 처박은 꿩의 우매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솔직히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었다.
완벽하다고 볼 순 없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의한다면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 반열에서 박근혜 후보만큼 돈 문제에서 자유로운 정치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청렴을 능가하는 정치인은 단연코 없다는 믿음이, ‘빚 값는 정치’로 대한민국 미래를 파행으로 몰아넣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오랜 동안 그녀를 ‘대통령 감’으로 지지하게 만들었다.
그런 배경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를 향한 공세들이 번번이 명분을 얻지 못하고 제풀에 꺾이게 되는 건.

이 참에 비박주자들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알려주고 싶다.
그들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다.  실제로 번번이 들고 나서는 의제마다 ‘자기가 뺨 맞은 것도 아니면서 왜 울겠다고 나서는 것이냐’ 타박하는 대중의 냉소에 갇히게 되는 이유를 진지하게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모르긴 몰라도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하는 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매사 자기 성찰 보다는 남 탓으로 돌리는 습관 말이다.  
실제로  이런  것들이  여론의 향배에 결정타가 되는 게  정치판 인생이다.                          
  
(2012. 8. 5)
 .....홍문종 생각

2012년 8월 5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닮은 꼴' 단상

'닮은 꼴' 단상


태극전사들이 런던 올림픽 펜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 냈다는 쾌보다.
감동의 드라마로 펼쳐지는 열광의 무대가 연일 지구촌 전체를 쥐락펴락 흔들어 대는 와중에 접하게 된 최고의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00번째 금메달이라는 의미에 감동이 배가되는 분위기다.
승부가 갈릴 때마다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드는 재미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난 느낌이다. 중독성이 감지되기도 한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과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열광하게 되는 걸 보면 그렇다.
특히 이번 올림픽 최고의 화제 인물로 부각된 금메달리스트 송대남 선수가 국가대표 서정복 감독, 방귀만 코치와 더불어 유도계를 대표하는 자랑스런 경민출신이라는 사실이 올림픽 경기 관람에 신명을 더 해 주는 듯 싶다.

그러면서 새삼 확인한 것이 있는데 내 안에 못 말리는 정치 DNA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뼈 속 깊이 정치색에 물들어있는 스스로를 재발견했다고나 할까. 아닌 게 아니라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정치 구조를 견주며 유사점과 상이점을 구분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정치라는 화두가 내 삶의 중심을 지배하고 있다는 소리다.
금메달은 올림픽 경기의 꽃이고 당선은 정치인의 최종 목적지다. 금메달과 당선이라는 목표물이 완성되는 순간, 환호가 터지는 모습이 너무도 닮았다. 4년을 주기로 엄청난 노고를 필요로 하고 역경을 감내하고 나서야 원하는 영역에 진입할 수 있는 운명이 서로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완벽하고 확실하게 예견된 결과만이 아니라 부서지고 망가져 더 이상의 희망을 포기하려는 마지막 순간, 역전 드라마의 카타르시스가 가능한 것도 올림픽과 정치 영역에서만 허용되는 묘미이지 싶다.
그런가하면 운명의 장난처럼 황당하고 어이없는 이유가 오래 공들인 탑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승자가 결정되면 당사자보다 주변부가 더 신나하고 기세등등해지는 정황도 두 영역이 닮은 점이다. 일템변 태극전사들의 선전으로 날마다 쏟아지는 메달 소식이 폭염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정황 같은 것 말이다.

유사하면서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아이러니한 정황이 많은 것도 두 영역이 갖는 특장점이다.
올림픽에서는 한번 금메달리스트면 영원한 금메달리스트다. 한번이라도 금메달을 따면 불변의 지위가 보장되는 것이 올림픽의 묘미라면 4년마다 한번씩 혹독한 검증대 통과를 요구하는 정치는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간파된다. 또 있다. 금메달이 세계 각국의 대표선수들이 기량을 겨뤄 얻은 결과라면 정치는 내부 경쟁의 벽을 뛰어넘어 희비를 갈라야 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젊을수록 금메달리스트의 가능성이 높이 평가되는 올림픽과는 다르게 정치에서는 적당한 연륜이 승인의 호조건으로 작용하는 것도 두 영역을 구분하는 큰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결정적인 차이는 확연히 구분되는 목표영역에서 찾을 수 있다.
올림픽은 명예를 추구하고 정치는 권력을 추구한다. 그렇다 한들 섣불리 가치의 우위를 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뜬금없는 시도에는 승자만 기억하는 사회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한 정황이 역력하다. 솔직히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 것만 해도 생의 엄청난 명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놓치면 무능의 대명사라도 된 것처럼 철저한 외면으로 유망한 기대주들의 꿈을 가두는 폭력을 서슴지 않았던 우리다. 오로지 1등 만이 인생 최고의 가치고 어느 영역에서건 1등이어야 비로소 인간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1등만 향해 치달아 온 부작용의 폐해가 눈 앞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패자도 기억되고 대우받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적 분위기가 요구되는 시점이 된 것이다.
강자를 향한 환호 못지않게 최선을 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이들에게도 또 다른 가능성을 기다려주자. 실패나 낙마가 새로운 포기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패자에 대한 배려가 정착돼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영광의 주역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마찬가지로 실패한 전사들에게도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말자.
오늘은 비록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미래를 포기하거나 기권하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말자.
새롭게 결기를 다지면 4년 후엔 금메달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토닥토닥 등이라도 두드려 주자.

(2012. 8. 4)
...홍문종 생각

2012년 7월 30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검증인가, 음해인가



검증인가, 음해인가


대선의 계절, 대표 주자를 가르는 여야의 경선 현장이 열기로 가득하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치열함으로 치자면 삼복의 폭염이 무색할 정도다.
후보 검증을 명분으로 한 ‘뭇매’가 매서워지는 것도 자연스런 풍경이 되고 있다.  특히 선두주자에 집중되는 검증의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켜보는 입장에서조차  위태로움을 느낄 만큼  참혹하고  살벌한 검증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직위에 오르기 전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하물며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야 말할 나위 없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겸허해지도록 다듬는다는 점에서  검증의 순기능이  더더욱 돋보이는 과정이라  하겠다. 또 직무수행에 있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부분도 검증의 긍정적 평가를 공고히 해주는 배경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상대후보를 음해하는 ‘무책임’까지 허용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추문을 동원해서 경쟁자를 끌어내리려는 일부의 몰지각한 시도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정당한 경쟁보다는 비정상적 수단으로 상대의 우위에 서고 싶은 비열한 욕망이 분출되는 뒷모습이 그렇게 추할 수 없다. 종종 그 빤한 속셈이 스스로를 저격하는 부메랑으로 되돌려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도 근절될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다.  
한번쯤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검증을 빙자한 음해가  대선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모월간지 인터뷰를 통해 대선주자로 나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비방했다가 곤경에 처한 김현철씨 경우만 해도 그렇다. 유력 대통령 후보를 추문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놓고 꿀 먹은 듯 침묵을 지키고 있는 그의  분별없는 행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다가 인터뷰 당시의 녹취록이 존재한다는 말에 태도를 달리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으니 대통령 자제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생겼다.  해당 언론사는 이미 ‘정정보도문’을 통해 그의 무책임한 처신을 기정사실화 시킨 마당이다.
그런 그에게서 잦은 실언으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는커녕 저자거리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인 그의 부친의 모습을 보게 된다.  당분간 닮은꼴 명성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으니 누굴 원망하겠는가.  순전한 자업자득인 것을. 
그 부끄럽고 안타까운 현실을 어찌 처리할지 알 수 없지만 답답한 일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도 있고 문제점도 따르게 돼 있다는 지론을 펼치던 정치권 선배를 생각하게 된다.  상대방의 실수나 잘못을 까발려 얻는 정치적 이득은 일시적일 뿐이니 미련을 두지 말라던 그의 조언이 절실하게 와 닿은 요즈음이다.  
오로지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상대방의 장점과 경륜을 높여서 얻는 에너지가 참된 저력이라는  경구는 아무런 자극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챙기지 않는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조언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긍정의 에너지를 모아 사회전체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   모두가 함께 동참하다 보면  어느 결에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해처럼 품고 있다.  

여야 합쳐 열 명이 넘는 후보군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선거판에서 다시 세상을 본다.
너나없이 오점과 실수로 점철된 삶이 거기 있기에 희망의 매듭도 다시 다질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리 험한 정치판이라도 남의 약점이나 실수를  득점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  설자리가 없도록 만들면 된다.   사사로운 이해득실에 양심을 팔 게 아니라 타인을 격려하고 북돋아주는 에너지로 주변을 챙기는  관심과 배려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가치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일인지  깨닫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가뜩이나 정신없는 판인데  숨겨둔 자식이 있네 없네, 재산이 많네 적네  하는 네가티브로 혼탁한 세상,
뛰어난 능력이나 정책의 차별성으로  국민의 화합을 설득할 수 있는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2012.  7.30) 
...홍문종 생각

2012년 7월 16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선공후사


선공후사 


체포동의안 파동으로 뒤숭숭해진 당내 분위기에 모두들 무거운 마음이었다.
오늘만 해도 삼삼오오 모여 당의 진로를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정치 고참이라고 대책을 구하는 질문으로 전화기에 불이 나지만 마땅히 내놓을 답이 없는 내 처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누구는 책임 소재를 따지고 누구는 해명하고 또 누구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발뺌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수습책은 안중에 없다는 듯 저마다 자신만 옳고 상대방은 다 틀렸다는 수런거림으로  어수선함만  더하고 있었다.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인 것을.

대선의 계절, 대통령 후보를 돕겠다고 뜻을 모은 집단에서도 비슷한 혼란을 본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선공후사의 균형 감각이 아쉽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사감이 앞서다 보니 힘을 합하기는커녕 사소한 동기로도 불화하는 모습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잦다.  함께 하는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상대의 허점을 끄집어내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은 큰 고역이다.   이해 불가다.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뛴다는 사람들이 본인 선거도 아닌데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민폐를 아랑곳 하지 않는다.   
최근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인간관계를 개선했다.   여전히 내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해에 응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내가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그 쪽도 밀고 있었던 것이다.
대세를 그르칠 수 없다 생각하니 저절로 사감이 접혀졌다.

祁黃洋(기황양)은 춘추시대 晉(진)나라 때 인물로 평소 공명정대한 일처리로 칭송이 자자했다.   
왕이 현령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천거해 달라고 하자  원수지간이던 解狐(해호)를 추천한 일화는 후세에 깊은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  왕이 현령자리의 적임자를 물었지, 자신과 원수지간인 인물을 물었던 게 아니라며  사사로운 정을 개입하지 않았던 그의  ‘선공후사’ 정신이야말로  오늘 날 정치 근간에 필요한  핵심 가치가 아닐까 싶다.
정두언 의원의 신병처리 당시 공과 사를 가리는 경계선에서 의원들이 느꼈을 갈등의 무게는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표를 던졌건 찬성표을 던졌건 그로 인한 정신적 압박이 상당했을 건  명약관화다. 
그런 측면에서 차제에 공과 사를 가리기 위해 이런 판단기준은 어떨지 팁으로 제안하고 싶다. 
개인적인 기쁨이나 성향, 욕심 등이 우선시 될 때는 사적인 입장으로, 받아들이기 버겁고 장엄하고 고민이 크면 공적인 기준으로 처리하면 어떨까. 

정두언 의원에게 기양황의 결단을 바란다면 무리일까.
그의 선택에  따라 우리 모두 승자가 될 수 있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그가   기양황의 처신을  해법 삼아 헝클어진 주변을 수습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이 처한 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좀 더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으로  모두가 편안해지는 승리를 선택하자는 것이다.
이는 찬성표를 던진 이들이나 반대표를 던진 이들이나 모두에게  명분을 주는  길이기도 하다.
 체포동의안을 찬성한 이들에게는 우리의 선택대로 정의원이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임함으로써 국회와 새누리당과 국회의원의 자존심을 잘 살릴 수 있게 됐다는 자부심을 주고,  부결표는  정의원의 올바른 처신(검찰 자진 출두 등)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체포동의안을 제출해서 국회 전체를 망가로 만든 검찰을 질타하는 자존 차원의 표시였다는 명분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의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모름지기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던  이순신 장군의 결기를  기억하라는 당부가 그것이다.  
                                                                                    
(2012. 7. 15)
 ...홍문종 생각

2012년 7월 14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체포동의안 파동

체포동의안 파동


심금을 울리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박주선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가결되고 정두언 의원은 구명됐다.
박 의원과 정 의원 케이스를 같은 잣대로 재단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이 소탐대실 징후를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실제로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둘러싸고 이는 후폭풍 파장이 거세다.
우선 당장 싸늘하게 돌아선 민심이 아프다.
불 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천명한 쇄신 의지가 공수표로 돌아간 만큼 마땅히 감내해야 할 우환이긴 하지만 곤혹스럽다.


이번 표결에 참가한 의원 중, 과연 몇 명이나 정 의원 건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싶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진실을 알려는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여건이기에 정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를 주도하는 몇 몇 의원들의 적극적인 주장이 판을 주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 칼날 앞에 파리 목숨 신세인 국회의원의 현실’ 등 감성을 자극하는 화법이 다수의 불가표를 유도한 정황이 역력하다. 19대 국회만 해도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수가 80명이 넘는다니 무리한 짐작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구든 검찰의 체포동의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모 의원의 협박성 읍소가 통할 수 있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

나는 정두언 의원을 잘 모른다.
아니 가까이서 그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와 나는 같은 3선이지만 이번 19대 국회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그러나 분명히 아는 건 이상득, 최시중, 천신일 그리고 박영준과 더불어 MB 정권을 창출한 대표공신이라는 사실이다. 또 영화의 세월을 누린 공신들과는 달리 그 자신만 ‘불행했다’고 항변하지만 세간은 ‘독야청청’ 하다는 그의 주장에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것도.
정 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원하지도 않고 부결되길 바라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불체포 특권이 영장 기각으로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체포 동의안 처리 직전 의총이 열렸지만 당론을 유출해내지 못했다.
시간도 촉박했고 방법에도 아쉬움이 많았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촉박함 속에서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당사자를 앉혀두고 그에 대한 신상처리를 논의한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다. 한 정치인의 정치생명은 물론이고 국회 전체 위상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해법을 위한 좀 더 신중한 노력이 있어야 했다.
특히 합리적인 사전 설명이 없었던 점도 아쉽다.
해당 사건의 담당 판사나 검사를 국회에 초치해서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배경을 들어보거나 관련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 도움 기회를 가졌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미련이 남는다.
외람되지만 국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초선의원들에게 있어 ‘국회경시, 경각에 놓인 정치생명, 검찰 협박’ 등의 극단적 단어들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에 치우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이다.
박지원 대표의 덫에 걸려있는 민주당에서도 ‘이게 웬 떡인가’ 하는 심정으로 반대표를 던질 개연성이 충분하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 상상 속 장면이다.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이끌려 투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 의사당을 빠져나와 국회 주변을 맴돌았다.
투표결과는 나중에 비서가 보낸 문자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예상했던 대로였다.

나는 국회의원이다.
그리고 사람이다.
그리고.....

(2012. 7. 12)
....홍문종 생각

2012년 7월 11일 수요일

홍문종생각 - 추억의 힘


추억의 힘

  
 


확실히 추억은 힘이 셌다.
저마다 살아온 삶의 공간이 순식간에 동화되도록 만드는 저력이 있었다.
추억 앞에서는 오랜 세월도,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도 아무런 걸림돌이 아니었다.
오늘, 중학교 때 은사님을 모시고 선배인 김한길 의원과 함께 점심을 나눈 자리를 통해 더 깊이 절감한 사실이다.
김한길 의원과는 2년 편차로 같은 은사님을 담임선생님으로 모신 인연이 있다.  
우리들에게 도깨비 선생님으로 더 유명한 장신재 선생님이 그 주인공이신데  오늘 점심도 그 독특한 인연이 작용한 자리였다.    언젠가 김 의원이 지면을 통해 ‘장 선생님을 존경하는 은사님’으로 회고한 사실을 떠올린 내가 왜 한 번 안 모시느냐고 김 의원을 압박(?)해서 엮어낸 것이다.

“아직도 불량 잡지를 애독하고 있나?”
매 해 스승의 날이면 찾아뵙는 나와는 달리, 김 의원과는 실로 오랜만인 선생님은 옛 제자를 만난 반가움을 그런 추억의 언어로 표현하셨다.  이에 질세라 김 의원도 자신의 불량잡지 수난사를 걸쭉하게 펼쳐놓는 것으로 우리 모두를 추억의 공간으로 이동시켰다.  까마득한 까까머리 시절 이야기들이 손에 잡히는 가까움으로 우리들의 해후를 기름지고 풍성하게 가꾸어 주었다.
‘틀에 박힌 사고로는 큰 인물이 되기에 부적합하다’는 선생님 지론이 김 의원의 학창시절 무용담에 불을 지폈다.   그가 조금은 난해하게 보낸 그 시절을 신명이 나서 풀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김 의원은  자유로운 영혼 덕분에 여러 번 퇴학당할 뻔 했던 위기와 그런 자신을 지켜주셨던 선생님들, 특히 장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경직된 대한민국 교육 풍토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하는 자부심도 얼핏 내비쳤다.


정치적 입장이 달랐지만  척척 죽이 맞는 건 이   역시  추억의  힘일까  싶었다.   
오후 본회의 일정에 예정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건만 해도 신기할만큼 이견이 없었다.  지난 번 당내 선거에서 아슬아슬한 표차로 당대표를 놓친 김 의원에게 느끼는 동병상련이  한 몫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당원선거에서 다 이겨놓고 모바일 선거 때문에 밀려난 그나 역시 당심에서 이기고도 여론조사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나의 처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각기 미국에서 10여년 넘게 체류한 또 다른 경험이 우리의 대화를 풍성하게 이끄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가 본 미국의 저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고준담론이 거침없이 이어졌다.
번개처럼 지나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어느 모임보다 유쾌한 한 때였다.

점심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데 김 의원이 “내가 당대표가 됐으면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대선판에서는 조직본부장이 꽃이니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선배로서의 따뜻한 정을 보였다.
차를 타고 떠나기 직전에는 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 의원 자신도 그동안 엄청 많은 정치적 사선을 넘어 왔는데 그나마 이 정도 살아있게 된 건 수많은 사람들의 견제와 시기, 모함 덕분이었다고, 그런 갈등과 아픔을 정치적 자산으로 생각한다는 고백이었다.
아마도 나 역시 그런 정치적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으니 그럴 경우 긍정적 에너지로 바꿔 활로를 찾으라는 나름의 조언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의 말을 가슴에 담았다.
오늘의 점심은  근래 들어 가장 비정치적인 자리였는데  가장 심오한 정치적 수사를 건진 셈이다.  
                    
                                                                                      
(2012.7. 9)
....홍문종 생각

2012년 7월 4일 수요일

홍문종생각 - 권불오년


권불오년


현 정부가 출범 하고 얼마 안돼서부터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얘기가 있었다.
이 정권이 끝나면 대통령 큰 형이 검찰 소환 1호가 될 거라는 예측이 그것이다. 
실제로 ‘영일대군’ ‘상왕’ 등으로 통하던 대통령 장형의 눈부신 활약(?)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단골메뉴였다.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믿기지 않은 이야기들이 세간을 돌아다닌 게  사실이다.
그렇게 무소불위 권력의 대명사 격이었던 사람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카메라 후레쉬 세례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소통령’ ‘홍삼트리오’ ‘봉하대군’ 등 역대정권의 굴절된 모습과 어쩌면 그리도 닮아있는지, 자괴감이 앞선다. 
'가슴이 아프다'며  대한민국 정치의 척박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한   그의 초라한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가슴이 아프다는 그의 말은 진실일 것이다.    악순환의 굴레가 고스란히 답습되는 아이러니한 역사의 아픔이  그를  건드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정작  온 국민이  자신의  동문서답에 분개하는  현실을 알지 못하는 그의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곰곰이 따져봤더니 선거자금을 조달하는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다.
현재 법적으로 허용되는 선거비용이 대단히 비현실적인 규모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정치자금 관련 범죄는 과도한 선거자금 규제로 인한 일종의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저히 선거를 치룰 수 없는 여건임에도 ‘법대로’ 밀어붙이는 자체가 권력형 비리를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권력형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이들이 한결같이 ‘결백’을 주장하며 죄의식보다는 당당한 표정을 짓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제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 독성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엉뚱할지 모르지만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대통령 후보들이 정치자
금을 걷고 쓰는데 좀 더 자유를 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선거자금 조달이 허용된다.  때로 미국 경제를 거덜 낼 정도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모으고 지나친 홍보비와 인건비 지출이 문제 시 되긴 하지만 투명하고 치밀하게 양성화 된 방식이어서 우리 같은 ‘그늘’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이 뿌려지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법적으로 허용된 대선자금만으로 도저히 선거를 치룰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대선 때마다 범법을 조장하는, 비현실적인 법 규제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한다.
대통령 선거환경의 변화 없이 자금이 됐건 사람이 됐건 합리적이지 않은 현실 압박으로 그 방법을 찾으려 한다면  정권말기마다 반복되는 대통령의 측근비리 시리즈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의 후원금을 관리하는 열쇠를 바꿔보자.
정치후원금에 대한 규제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측면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 부분만 조금 손질해도 권력이 감옥행 티켓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은밀하게 거래되던 대선 자금을 양성화 시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찌 되었건 나락으로 떨어진 ‘권불오년’의 현실이 처연하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마음껏 존경하고 자랑할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을 갖게 될수 있을까?
지탄을 받으며 초라하게 퇴진하는 모습이 아닌, 아쉬움 속에서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의 뒷모습을 진정 보고 싶은 건 나 하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2012. 7. 4)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