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제월광풍(齊月光風)

제월광풍(齊月光風) 

  

                                                  -홍문종-  



높게걸린 하얀 달 
채선강에 비치니
태백이 걸친 달
당신 눈에도 걸렸네

시리도록 하얀 별
은빛 물결에 흩뿌려져
시인이 훔친 달
당신 마음도 훔쳤네

지생달 꾸물꾸물
삼도천에 우물쭈물
호수에 을렁 일렁
바람에 설렁 덜렁

아르고 별 휘적휘적
레테강 훌쩍훌쩍
호수에 한적두적
바람에 살짝슬쩍

물 위에 써버리고
 바람에 속삭였던,

잊지 마소서
잊지 마소서
                    

(2013.  11. 28)   

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돌직구 세상

돌직구 세상 
 


돌직구 과잉 시대라고나 할까, 솔직함을 무기로 날것의 상황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면승부에 나설 일이 그만큼 많아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너도 나도 돌직구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치판 상황이 걱정된다.
이로 인해 야기될 사회적 혼란과 폐해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천주교 시국미사 강론에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며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정당하다고 옹호하는 원로 신부의 ‘돌직구 발언’이 정국을 급속도로 냉각시키고 있다.
그는 한일 간 독도 상황에 빗대 ‘NLL(북방한계선)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쏴야하는데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라고 말했다. ‘NLL은 북한하고는 아무 상관없고 휴전협정에도 없다‘며 사실상 NLL의 군사분계선 기능을 인정하지 않거나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기도 했다.
노 사제의 ‘돌직구’가 진영논리에 따라 극명하게 평가가 엇갈리며 갈등과 반목의 불씨로 전개되는 건 불을 보듯 훤한 결과다.

무엇보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돌직구의 속성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위기상황을 돌파해내는 해결사가 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패인으로 작용하는 특성을 모르지 않을 텐데 관중의 욕구는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다. 날렵한 돌직구 한 방으로 상대진영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자기 안의 유혹 역시 떨쳐내기 어려운 화근임에 틀림없다. 이로 인해 지불해야 할 대가를 생각하면 마땅히 거부해야 하는데도 결코 쉽지 않을 터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 결코 간단히 승부가 결정될 일도 아니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건 지고 있는 상황에서건 손실을 감당해야 할 책임량은 다르지 않다.
이 또한 조금만 더 객관적이어도 파악할 수 있는 일이기에 허망한 결론이 민망한 건 나만의 기분일까? 

오랜만에 정치 선배님들을 모셨다.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며 하늘같은 존재로 군림하던 이들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일정한 경지에 올라있는 분들답게 뵐 때마다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하는 포스의 소유자들이다.  특히 오랜 경륜으로 체화된 이들의 정국 해법은 비할 바 없는 가치로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후배는 후배대로 동료는 동료대로 의미 있는 만남이지만 구태여 즐거움의 크기를 따지자면 선배님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꼽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예외 없이 선배님들의  말씀을 경청하는데 걱정이 깊으셨다.   유난히 돌직구성 해법이 많았는데  최근의 경직된 정국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과 풍류로 여야갈등을 풀어내던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날로 각박해지는 정치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날 정치권에 돌직구가 만연된  건 결국 낭만과 풍류가 실종된 결과라는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개인적 경우만 해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같은 은사님을 모신 고교 선배고 전병헌 원내대표는 함께 기억하는 교수님이 적지 않은 대학후배다.  사적으로 만나면 마냥 정다운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정치판에만 들어서면 견원지간처럼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할퀴어야 하니 사람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던 터였다.
      

정치의 후진은 정치인 당사자 못지않게 환호하는 관객의 잘못도 크다.  
후원과 지지라는 명목으로 상대를 향한 야멸찬 돌직구로 존재감을 과시하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대리만족을 위해 정치인을 검투사로 만들고 정치판을 사생결단의 장으로 몰고 가는 관객의 천박한 호기심이 절대적인 화근이다. 정치는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처럼 죽고 죽이는 검투사들의 싸움터가 아니다. 누군가 피 흘리며 쓰러질 때까지 비수를 휘둘러 승부를 결정하는 전투장이 아니다.
열광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시 낭송이나 합창 같은 문화 프로그램의 기능이 더  효율적이다.   김연아나 류현진 선수 등이 활약하는  스포츠 경기도 있다.  그런 것들이   정치판 갈등을 부축이고 상대를 향해 응징의 칼날을 날리게 부축이는  뒤틀린 의식보다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 백배 나은 처방이 될 것이다.   
상대에 위해를 가하고 상대방 숨통을 끊어야 비로소  만족하는 진영 논리 대신  자신과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해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정치 구도를  짠다면  국민 전체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복 지킴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남을 죽여야 비로소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지금의 정치로는 암울한 현실에서 단 한 발자국도 더 나갈 수 없다.  고품격 정치는커녕  투쟁의 선봉에 서는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불합리한 측면의 시국선언에도 불구하고 사제들에 대한 존경의 염을 거둘 생각은 없다.  
다만 좀 더 합리적인 판단과 처신으로 그들의  선택이 후회를 남기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정치판을 향해 사제들이 던진 돌직구는 어떤 형태로든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 같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선혈이 낭자한 싸움을 거친 다음 정리될  것 같은 예감이다.  
원형경기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나로선  심각하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해법이 있다면 국민들 스스로가 나서서 이 싸움이 수준높은 게임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살피는 길이다.  
더 이상 역사를 퇴행시키는 정치싸움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력한 메시지로 가로막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대한민국 전체가 휘말리게 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어떻게 전개될까,   걱정이다.      

(2013. 11. 24) 

 ...홍문종 생각  

2013년 11월 19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겨울오면


겨울오면
                  


                                       홍문종  


 겨울오면   
생각나요  
그대의 모습

바람불면
떠올라요
그대의 호흡

낙엽지면
느껴져요
그대의 마음

겨울오면
같이와요
그대의 느낌  


(2013. 11. 17) 

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가을 나그네

가을 나그네 

                                           
                                         홍문종


노란 은행
노오란   깊어  샛노랑
빨간 단풍
빠알간   깊어  샛빨강  
파란 하늘
파아란   깊어  샛파랑
하얀 구름
하아얀   깊어  샛하양


가을의 길목 지키고 서니 
허겁 지겁  호홉만 가빠지고  
세월의 길목 버팅겨 보니 
이리 저리  주름만 깊어지네


기우는 만추 
만산 홍엽 안타깝고
기세난 바람
당찬 너울 고삐풀고 
구르는 낙엽 
홀홀  단신 서글프고 
초로의 사내
훵한 가슴  허무하고


차마 돌아보지 못해도
낡은 바바리 탓할소냐
깃 세우고 휘파람 불며
가던 걸음    재촉하네
                                                         
                                   (2013. 11.15)

2013년 11월 12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역사는 승자의 기록

역사는 승자의 기록

 
야당의 시대착오적 선동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
‘막말’이나 ‘억지’에 기댄 이분법적 대결구도 아니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처럼 막무가내의 연속이다.  사사건건 극단의 언어로  국가 지도자를 모독하기에 여념이 없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적 갈등 조장으로 정치적 책임을 모면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천박한 이기심이 있을 뿐이다.   
특히 국정원불법의혹 사건에 집착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패자의 ‘볼멘’ 객기로 치부하기엔 지나치게 악의적인 혐의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불공정 선거지만 대선불복은 아니다”는 말장난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1년이 다가도록 새 정부 발목을 잡고 있는 행태도 그 중 하나다.   
그러다  들고 나온 게 ‘신야합연대’는 목불인견이다.    
지난 총선 당시 종북세력을 국회에 들이던 때의  세력들이 고스란히 ‘헤쳐 모여’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반성도 자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들리는 딴 나라 정가 소식은 신선한 자극이다.
무엇보다 치열하게 싸우되 결론이 나면 깨끗하게 승복할 줄 아는 선거문화가 부럽다.   
지금 미국 정가의 관심은 2016년 차기 대선에서 강력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쏠려있다.  65%가 넘는 독보적 지지율을 업고 백악관을 향해 질주 중인 그녀를 막을 대항마는 거의 없어 보인다.
민주당 경선에서 당시 오바마 후보에게 패한 직후 "민주당원으로서, 자랑스러운 오바마 후보 지지자로 이 자리에 섰다"며 흔쾌히 결과에 승복하던  그녀가 차기 대선을 3년여 남겨놓은 지금 강력한 차기 백악관 주인 후보로  국제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쳐진 운명 앞에서 이내 자신을 수습하던  남다른 그녀의 처신이 기억난다.  
그녀의 오늘은 오래 낙담하지 않고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간  보답일 것이다.   
 
엊그제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영국에서 여왕과 함께 꽃마차 타는 날, 대선 경쟁자였던 문재인 의원은 검찰청사 앞에서 사진 찍히고 이정희 전 후보는 당이 해산 청구되고... 좀 심한 거 아니냐는 인식이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학창시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 만큼 패자의 입장에서도 이리저리 살펴야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던  역사 선생님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했고 특정 진영논리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지만 입장을 달리하면 그런 관점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을 들게 했다.  
승자 위주인 역사 평가의 수상한 조짐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다.  
 설령 패자의 비참함이나 억울함에 대한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누군가의 시도가 있었다 해도 아무도 그것을 역사로 인정하지 않는 한 패자의 역사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가장 큰 모순을 바꾸지 못하고 고질적 병폐를 끌어안고 있는 치명적 오류를 외면하는 공범인 셈이다.  
 
그러나 어쩌랴.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속도를 겨루는 경기에서 찰나의 차이로 1인자의 영광이 결정되는 일이 다반사다. 
정치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3표차로 당락이 엇갈려 ‘문3표’라는 별명을 얻은 국회의원도 실제 있었다.
피를 말리는 간발의 차이에 누군가는 역사를 기록하는 주체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잊혀진 존재가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삶의 질서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반목과 갈등 처리다.  승자와 패자로 엇갈린 운명에서 야기된 문제점을 승자가 되지 못한 추궁만으로 덮으려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답은 없다.   
그렇더라도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실패한 사람을 억압하고 승자 독식을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손질해야  한다. 
승자의 관용과 패자의 겸허한 승복이 중요하다. 
특히 실패한 사람에게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찾는 지혜와  패자의 손을 끌어 역사 기록의 주체로 동참시키는 승자의 도량이야말로 승리를 완성시킬 수 있는 신의 한수가 아닐까 싶다.
 
승자와 패자의  안목이 만들어 낸  어울림 백신.
우선 당장 막가파식 막말과 불복으로 혼탁해진 정치권부터 적용해 볼 일이다.     

(2013. 11. 14)    
 ....홍문종 생각  


2013년 11월 5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以心傳心? 異心轉心?

以心傳心? 異心轉心?



以心傳心의 관계를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허용한 세상에서 가장 원숙한 경지를 담고 있는 세계다.
굳이 말하지 않고도 마음전달이 가능한 동력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공감의 위력이 거기 있다.  
가정에서건 직장에서건 배짱 맞는 파트너십을 더 없이 소중한 자원으로 우대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심전심은 생각보다 훨씬 유능한 교감 능력으로 우리 삶의 윤활류가 된다.   평범한 일상도 신명나게 하고 버거운 과제도 너끈히 처리하는 자신감을 준다.   
인간의 가능성을 수긍하도록  설득도 한다. 
  
개인적으로 말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힘들어 하는 편이다.
아주 가끔은 상대의 말만으로 본심을 읽을 혜안이 주어져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속생각과 딴판으로 이어지는 대화에 낯을 가리게 된다.  구르다 왜곡되고 전복되는 말 파편에 마음을 다치고 옹색해지기 일쑤다.
그런 내가 유난히 以心傳心 보다는 '異心轉心' 처세가 더 유능해 보이는 정치권 일원으로 살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운명론을 끌어다 댈 만하다.
실제 이 동네 사람들은 ‘마음 나누기’가  영 서툴다.  정치의 본질이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 해결이라는 해석이 무색할 정도로 폐쇄적이다.         
나조차 예외는 아니다.  
당 사무총장 직무를  수행하게 된  이후 갈수록 정치적 수사에 능해지는  내 모습이  두렵고 씁쓸하다.   
이중성과  왜곡으로  오염된 말의 성찬이 뒷덜미를 잡아당겨도 의연하게(?) 순응해야 하는 현실이  아프다.    
본의와 달라도 상황을 왜곡하거나 전복시키는 대화를  감내해야  하는 역할도 여전히 당혹스럽다.
      
그나마 한 시대를  뜨겁게  살다 간 정치인들의  열정이 담긴  명연설이  있어  다행이다.  

그들의 육성에 녹아있는 울림을 음미하며 마음을 다듬을 수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들을 때마다 온 몸에 전륜이 느껴지는 수작들이 많다.     
특히 촌철살인으로 모두를 사로잡았던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이나 너무나 간절해서 강렬하게 와 닿던 마틴루터 킹의 'I have a dream!!'은 너무 좋다.   시대를 관통하는 울림이 백미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당시의 감격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노고를 느낄 수 있는 연설이다. 
생 전부를 투입해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각오를 담아 쏟아낸 진심이 있기에 가능한 교감이 아닐까 싶다.   
  

염화시중의 미소.
새 날을 준비하는  이 순간  손을 내미는 첫번째 화두가 반갑다.    
타성을 거부하고 최대한 솔직해지겠다.
술수에 능한 재사가 아닌 바른 말로 정도를  좇는 정치를 하겠다. 
그렇게 결심을 세우니 대번에 세상이 달라진다.

이심전심,  의미있는 조짐이다.      

                                                            

(2013. 11. 4)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