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0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  사라지는 권력의 허무한 뒷모습을 이보다 더 절묘하게 표현할 단어가 있을까 싶다.   숱한 학습효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권력의 무상함으로 인간의 한계를 경고하는 촌철살인의 전율도 느껴진다.

요 며칠 ‘특별사면’ 건으로 인수위와 청와대 주변인들 모습이 뒤엉켜 뉴스화면을 어지럽히고 있는 현상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권력형 비리로 수감된 대통령 측근 사면을 반대하는 쪽과 이를 묵살하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하려는 현직 대통령 간 기 싸움 정도로 보도되고 있지만 본질을 비껴갔다는 생각이다. (종국에는 이례적으로 대통령 당선인까지 나서서 ‘권력남용’이라고 만류했는데도 이명박 정권의 개국공신을 포함한 특별사면을 단행, 국민적 공분을 자초했지만.)
물론 사면초가처럼 몰아세우는 반대기류에도 ‘특사’를 감행해야 하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배려하면서 심사숙고했다면 좋은 모양새가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사면갈등은 현직 대통령의 사적 의도가 과했다는 판단이다. 명분 없는 측근을 내세우기보다 민생을 헤아리고 보듬는 사면이었다면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대통령을 향해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할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조금은 더 가까이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순간에 움켜쥔 주먹에  힘을 주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못해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 한다.   소탐대실, 패착도 이런 패착이 없다.  피치 못할 사정이었다면 차라리 후임자에게 그 선택을 맡기는 게 더 지혜로운 처신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평생을 새겨온 뜻으로 ‘고지’에 오르고서도 비운의 역사로 마감한 경우가 많은데   결정적인 순간에 바른 처신을 못한 이유가 크다.
우리 정치라고 다르지 않다.
YS, DJ, MH... 앞서의 선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막 권력의 뒤안길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한 MB 역시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5년 전, 천년만년 이어질 것 같던 욱일승천 기세는 보이지 않고 초라하고 불안한 현실만이 그의 종말을 함께 하는 건 누구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존재하게 돼 있는 세상의 법칙을 명심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떠나는 권력의 뒷모습을 조금은 더 따뜻하게  지켜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비정한 정치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어느 누구도 떠나는 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떠나는 권력에게도 기꺼운 마음을 담아 박수 칠 수 있는 정치적 관행을 정착시킬 때다.  
최상의 격려로 전임자의 기를 살리고 새로운 권력에게는 제대로 일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 주는  성숙함이  우리네 정치판에 정착돼야 한다. 그리하여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세상인심 속에서 그나마 정치가 위안을 주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여러분과 함께 말이다.             

 (2013. 1. 30) 
.....홍문종 생각 


2013년 1월 28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정두언 의원


정두언 의원

  
정두언 의원, 그와는 학연이나 지연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특정할 만한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편이다. 실제 3선이 되도록, 그와 더불어 동료의원의 연을 나눈 건 이번 19대 국회가 처음이다.

구태여 따지자면 사사롭게 떠오르는 인연은 몇 있다.
그와는 유난히 장례식장에서의 조우가 많았다.    사회적으로 겹치는 친분 때문인지 그는 아산병원이나 삼성병원, 서울대학병원 등지의 장례식장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인사 중 한 명이었다.
빙모님 상을 치르던 어느 땐가는 생각지도 않았던 그의 조문을 받고 내심 놀란 기억도 있다.   당연한 상황일 수도 있었지만 당시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한참 실세(?)로 통하던 그의 출현은 내게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정 의원 보좌진과의 인연도 있다.   어느 해던가, 선거 때 상대방 편에서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던 한 인사로부터 새롭게 정 의원을 보좌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같은 편이 되었으니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요지였는데 확실히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없고 동지도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줬다.

그런 정두언 의원이 법정구속 됐다.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제일 먼저 혹한의 추위가  걱정됐고 그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무얼까  조급해졌다.  솔직히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무죄를 주장하는 그의 말을 믿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시름에 잠긴 그에게   ‘사실이 밝혀질 것이고 앞으로도 좋은 정치인으로 남을 수 있으니 힘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특별하지 않은 인연치고는 확실히 과도한 관심을 그에게 보낸 셈이다. 

어쩌면 의원의 어느 날 의총 발언이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동료의원들 앞에서 그는 ‘시대적 소명’을 다하지 못한 자의 설움과 피해의식을 토로했다.   지금의 고통이 데모에 참여하지 않은 원죄 때문에  응분의 댓가를 강요당한 결과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 때였던  것 같다.  동병상린의 공감대로  환치된  그의 넋두리가  내 가슴에 꽂힌 건.    
그렇게 그의 아픔이 보였다. 

정두언 의원 같은 정치인이 새누리당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 독특한 캐릭터, 출신성분, 그리고  경험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   틀림없이 좋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남은 그의 재판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길  바란다.   혹여 그를 향한 세상의 질타가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상상에 매몰된 폭력 때문에 그의 진심이  외면당하는 불상사가 없기를 간구한다. 

“정 의원, 어쩌다 정치에 뛰어들어 고생이 많네.
특히 MB 대통령 만들기에 일등공신으로 기여한 기억 때문에 회한이 많을 걸세.
그러나 어쩌겠나, 참고 견딜 수밖에.
절망은 금물이네.
길고 긴 인생 행로에서 불가피한 돌발변수 때문에 무너질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의 먹구름은 잠시의 머무름일 뿐, 머잖아 강력한 태양의 원기 앞에서 형체도 없이 소멸될 무상한 것들임을 잊지 말게나.
정치를 하건 안하건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은 아직 많네.
정 의원이나 나나 소신껏 스스로의 길을 정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네.
때가 되면  정 의원과 더불어 가슴을 열고  좀 더 나은 정치를 궁리하고 싶네. 


그날을 위해 부디 영육간 건강을 잃지 않길 바라네.
다시 만나세“                                                                         

(2013.1.26.)   
...홍문종 생각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노장의 조언


노장의 조언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는데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정치사가 농밀하게 녹아있는 80 노장의 짧지 않은 인터뷰에는 가슴에 담을만한 내용이 많았는데 그 중 생각의 여지를 주는 대목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박근혜 당선인에 관련한 언급이다.
남 전 장관은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시 후보의 당선을 예견했는데   이번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첫째 엄청난 경상도 배경을 갖고 있다. 이회창의 경우 경상도 지지가 약하지 않았나. 한국정치는 지리학이야. 둘째 여전히 월남민과 그 후손들의 영향력이 강하다. 이들이 진짜 보수의 원류야. 1당 10이야. 셋째 한국 프로테스탄트가 보수다. 이 세 가지 섹터만 봐도 우파인 박근혜가 되는 거다."
충분히  동의는 하지만  ‘당분간’이라는 전제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한두 번 정도는 몰라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기대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세월은 월남 1세대의 소멸을 초래하고  이로인한  실향민의 결속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한 미래다.   거기다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  역시 갈수록 그 입지가 좁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정기간은  몰라도  조만간 수정을 요하게 돼 있다는 측면에서 그의 발언은 정치현장에 있는 사람들, 특히 보수진영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하나는 남 전 장관이 이승만 대통령 정권 당시 2인자였던 이기붕에 대한 시각을 드러낸 대목이다.
1957년,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이자 이기붕 국회의장의 친아들인 이강석의 부정 편입학에 반대해 동맹휴학을 주도했던 그는 인터뷰에서 ‘돌이켜보니 이승만이 싫어서보다는 이강석이 이기붕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반대했던 심리가 더 강했다’고 토로했다.
훗날 4.19가 이승만 정권붕괴의 결정타로 작용한 역사적 배경을 생각할 때 당시 학원가 소요가 당사자인 이승만 대통령보다는 2인자인 이기붕 때문이었다는 그의 고백은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정치 리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민 해봐야 할 관점을 일깨운 의미에서 말이다.

이승만 정권을 실패로 규정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요 패인으로 이기붕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비단 이기붕 사례 뿐 아니라   대부분 부정적 측면의  영향력으로 회자될 수 밖에 없는 게  2인자의 숙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권에서건  2인자가 존재했다.
숙제처럼 남는 정치적 딜레마다.
그런 점에서 뚜렷한 2인자를 용인하지 않았던 ‘박정희 식 용인술’에 관심이 간다.    박정희 정권 당시 2인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명실상부한 2인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김종필, 이후락 등 박정희 전 대통령 곁에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이들도  스스로가 2인자연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밀려나는 모양새였다. 
2인자 군 형성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리더 나름의 고육지책이었을까? 

갈수록 2인자 역할에 대한 리더의 세심하고 합리적인 철학이 요구되는 추세다.
절대적 충정을 내포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2인자 조력에 의존하기보다는  분야별 전문성이 확보된   시스템으로  영향력을  주도하는 리더십이  실질적인  힘을  갖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 비해 대통령 역할이 많이 축소된 상황도  기존의  2인자 논리를  시대에 걸맞지 않는 흘러간 옛노래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통령과 호홉을 함께 하는 핵심 인력이 있겠지만 적어도 전지전능한 대통령과 이를 떠받드는 2인자의  존립 가치는  의미를  잃고 있는 게 분명하다.   더 이상 존립해서도 안되고 또 실현될 수도 없는  완강한 구조로의 변화다.
  
노장의 조언 덕분에  건져올린  깨달음이  있다. 
 새로운 시대를 접수하고자 하는 리더에게  구태를 고집하지 않는 발빠른  적응력을  경쟁력 항목으로  더 추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2013. 1. 20)
....홍문종 생각 

2013년 1월 16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일본은 '있다'


일본은 '있다'



어쩌면 우리의 그런 대찬 국민성이 오늘 날 대한민국을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은 근간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이제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더해진 우리다. 머지않아 우리가 세계를 리드하는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괜한 것은 아니리라.
참으로 유쾌한 징조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일본이 여전히 위협적인 상대라는 것, 우리가 함부로 하대할 만큼 망가지지도 않았고 저력이 없지도 않다는 것, 우습게보고 경거망동해서는 더더욱 안 되는 나라라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얼마 전 일본에서 몇 가지 징후를 목격한 이후 품게 된 생각들이다.  

‘never give up Japan’
아베 신정부는 이 구호로 패전이후 최대의 총체적 위기에 빠진 일본사회를 독려하고 있었다.
절박감에도 불구하고 경제 최강국이었던 옛 영화를 되찾으려는 국민적 에너지가 뜨겁게 감지되는 문구 속에 회생하는 일본이 보였다. 

무엇보다도 일본 교육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토요일수업 부활 움직임이 놀라웠다. 국가의 근간을 재생시킬 수 있는 크나큰 에너지가 거기 있었다. 정부차원에서 검토 중이라니 일본사회는 조만간 ‘주6일 수업’이 시행될 것 같다는 분위기다. 토요일수업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이는 내 입장에서 보면 마냥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가운데 교육을 통해 해법을 찾고자 하는 이런 의지들이야말로 일본의 저력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  

새해가 시작됐나 싶었는데 어느 새 1월의 절반이 훌쩍 사라졌다.  
속절없다 탓할 겨를도 없이 흘러가버렸다.
그래도 허리띠 졸라매고 신발끈 다시 묶는 다짐으로 희망 원년의 깃발을 들어 올리겠다. 
여러분도 함께 해 주시길. 
노력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경고를 모토삼아 함께 이 길을 나서보자는 저의 권면에 동의하시면 모두들 ‘희망’이라고 큰 소리로 화답해 주시길.  

( 2013. 1. 17.)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