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31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부러진 화살이 노린 과녁은?

부러진 화살이 노린 과녁은?


판사 석궁 테러사건 소재 영화 `부러진 화살'의 뜻밖의 흥행으로 사법부의 가슴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개봉 2주 만에 200만 관객 돌파로 화제가 되면서 사실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불편부당을 고발하는 창구로 자리매김 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사법부에 대한 불만들이 봇물을 이루며, 국민저항이 영화의 흥행을 돕는 격이다.
급기야 양승태 대법원장까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특히 ‘사람들이 왜 법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자성을 촉구한 대목은 생각의 여지가 많다.

그렇다.
국민적 저항을 자초한 건 수없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사법 병폐가 화근이었다. 전관예우, 고무줄 양형기준,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후안무치한 사법 관행이 문제였다. 그 부끄러운 자화상이 “이게 재판이냐, 개판이지“라는 영화 속 대사를 유행어로 만들었다. 오랜만에 입을 연 변양균 씨도 “해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부러진 화살과 똑같다”는 일성으로 법원 불신을 드러냈는데 그 어느 때보다 공감을 얻는 분위기다.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 2012년 대한민국 신년 벽두를 달구고 있다.
정치를 하면서 별난 상대 덕분에 법원의 처신을 경험할 기회가 적지 않았다.
한 번의 선거가 끝나고 나면, 나처럼 힘겹게 정치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난히 고소고발에 시달린 기억이 많다. 그러다 보니 선거가 끝나면 '이번에는 또 무슨 트집으로 사람을 잡으려 들까' 하는 고민이 덤으로 따라오기 일쑤였다.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우리 사회는 사법 정의가 제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멀었다. 판사가 됐건 검사가 됐건 ‘절대적인 힘’ 앞에서 가장 취약해져 버리는 아이러니한 집단이라는 판단이다. 사법 불신을 직접적으로 입증할 증거는 없지만 정황 증거가 될 만한 자료는 무수히 갖다 댈 수 있다. 또 실태를 전하기로 하자면 책 한권 쓸 분량은 이미 준비된 상태다. 무엇보다 기득권이 없다고 볼 수 없는 내가 불공정을 느낄 정도라면 이땅의 99%, 특히 소외계층이 갖게 될 박탈감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먼 과거를 찾지 않아도 엉터리 검찰 수사나 법원 판결로 사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해악을 목도하기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최근만 해도 검찰의 친구나 동료 봐주기 행태로 눈총을 산 이른 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 있다. 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물의를 빚은 ‘서울대 성폭행 사건’은 석연찮은 증거자료로 2심에서 무죄(1심에서는 징역 3년6월형)를 이끌어 낸 , 전관예우의 위력을 발휘한 호화 변호인 진영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사법부의 모든 처신이 문제가 된다는 건 아니다.
법원 조정위원으로서 직접적으로 활동했던 경험이나 평소 모임자리에서 만난 판, 검사 친구들 얘기를 귀동냥 하다보면 사법부가 얼마나 어렵고 고독한 직업인지 모르지 않는다. 그네들 중 성실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법조인들이 더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부러진 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작금의 사회적 논쟁이 그들을 억울하게 몰아가는 측면도 있겠다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를 둘러싼 상대적 불균형 논란은 여전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상대적 박탈감이 주는 무게까지 더하면 불공정한 법원 판결로 인한 폐해는 훨씬 커 질 수 밖에 없다. 사건 하나하나 불평등을 판정할 만큼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지만 불평등의 목소리를 키우게 된 책임에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존재해야 할 이들마저 1% 기득권 보호를 위한 전사로 나서는 작금의 작태는 인간을 더 없이 피폐하게 한다. 우리 사회 마지막 양심이고 보루여야 할 법원이나 검찰이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영화의 내용이 허구다, 흥행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이다 등등을 운운하며 반발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없다.
영화를 탓하기 보다 그 전에 먼저 할 일이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진실한 반성부터 있어야한다.
사법부를 향한 국민적 분노는 결코 우연의 산물로 넘겨서는 안된다. 사법부가 최소한의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는 조직이었다면 영화 흥행을 돕는 국민적 반응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가 흥행하게 된 배경을 좀 더 엄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의 흥행은 석궁을 쏜 주인공에게 보내는 갈채라기보다 불신의 늪에 빠진 사법부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용기를 향한 국민적 성원에 다름 아니다.
과녁부터 정확하게 정할 일이다.

모처럼 찾아온 폭설이 온 천지를 하얗게 가두었다.
그 속에 슬며시 약속 하나 묻었다.

(2012. 1. 31)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29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이름값

 이름값


학창 시절, 이름이 사람을 만든다고 주장하시던 선생님이 계셨다.
국어선생님이셨는데 둔탁하고 강한 발음의 이름은 소유자의 운명도 비슷하게 만든다는 신념으로 될 수 있으면 온화하고 순한 발음의 이름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펴셨다. 당시 연쇄 살인 등 끔찍한 범죄 행각을 벌인 범인들도 대부분 강퍅하게 발음되는 이름을 갖고 있다며 나쁜 이름이 나쁜 운명을 만든다는 자신의 믿음을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더불어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당사자의 행실이 옳지 못하면 모진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셨다.

선생님의 그 때 말씀이 우리가 삶을 선택하는 과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 이른 바 ‘이름효과’에 관한 연구결과가 줄을 잇는 걸 보면 70년 대 초반부터 나름의 견해를 정립했던 선생님의 선구자적 혜안이 새롭게 인식되는 건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개명이 허용된 지 4년 만에 개명을 원하는 신청자 수가 배로 늘었다는 보도다. 이름을 바꿔서라도 새롭게 출발하거나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욕구가 그만큼 증가일로라는 소리다.
이름이 가치있는 인생을 보상해 준다는 기대감이 적극적으로 작용한 혐의도 짙다. 신생아 작명은 물론 중도 개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국내 상황도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거기에는 이름과 인간의 운명 등 전반적인 상관관계나 이름이 좋을수록 삶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인식을 외국 대학 교수들의 학술적 연구결과가 뒷받침하는 정황도 한 몫 거들었지 싶다.

최근 한나라당이 위기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당명 개정 카드를 선택해 주목을 받고 있다.
공모를 통해 당명을 새롭게 정한다는 방침인데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당명 짓기 놀이가 성행할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당명놀이에 올라온 이름들을 보면 한나라당 문제점이 무엇인지 보이는 것 같다. 차떼기 당, 병역면제 당, bbk 당 등 한나라당 잘못을 질타하는 조롱일색이고 특별히 ‘국민’을 포함한 당명도 눈에 띄게 많다. 국민과의 불통을 지적하는 민심의 반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선의에서건 악의에서건 한나라당이 이런 저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자체가 아직은 구제받을 여지가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어서다. 미운오리 새끼가 된 한나라당을 척박한 현실에서 구해내 제 기능을 다하는 정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된다.

돌아보면 대한민국 정당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진 당명 변경으로 더 비극적 상황이 됐다.
특히 취약한 정치적 상황에 볼모잡혀 정통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불우한 정당사인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당명 개정의 불가피성에 동의하게 되는 건 이름 값 문제 때문이다.
새 이름보다 중요한 건 이름값이다. 이름 값을 제대로 매기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주요과제다.
역할을 못하는 이름을 정통이라는 명목으로 붙드는 일 만큼은 없어야겠다.
결국 이름 값을 제대로 발휘토록 할 수 있는 중심은 구성원들의 진정어린 승화노력이다.
당명을 고치고 새 이름을 받아들이는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그 어떤 역할보다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부활을 꿈꾸는 한나라당 미래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답은 오로지 하나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중한 실천을 다시는 외면받지 않도록, 국민 곁에 둥지를 튼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 미운 오리 새끼가 화려한 백조가 되어 비상하듯 오늘의 아픔을 내일의 영광으로 승화시키는 정당을 위해 온 마음을 함께 하자.

(2012.1. 29)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생사여탈권?

생사여탈권?



권력의 무게중심이 미래권력으로 옮겨가고 있는 정황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존재가 바로 살생부다.
그 중 붓끝 하나로 정적을 제거하고 계유정란의 종결자로 등극한 한명회의 것은 살생부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실제 사극 흥행의 감초 역할을 비롯 유명세를 타는 역사적 소재이기도 하다.
수양의 왕권 찬탈을 돕기 위한 한명회의 음모로 수많은 충신들이 영문도 모르고 비명횡사했다.
부지불식간의 일이었다. 그들의 아픈 운명에서 냉혹의 극치를 이루는 살생부의 본질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그 살생부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서 여의도 정가를 흔들며 많은 이들을 떨게 하고 있다.
드디어 때가 돌아왔구나 싶기도 하다. 이번에는 여당 의원 38을 낙천 대상으로 지목한 명단이다.
선거 때면 여야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지만 그 때마다 소요가 큰 걸 보면 권력에 초연해지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름을 달리한다면 살생부(?)의 존재에도 나름의 의미가 없지 않다.
한명회처럼 처음 한 두 사람의 기획으로 정국운영의 그림이 나오면 팀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차원에서의 순기능이 있다는 생각이다. 선 스케쥴이나 당의 구조로 봐서 철학과 가치관의 정리가 불가피한 현실은 여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언제나 그런 식으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짜여져 왔다는 건 불문가지다. 그것이 살생부가 됐건 정국운영의 기초 틀이 됐건 진정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건 물론이다.
권력 이동시마다 살생부 존재가 부각되고 또 그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이 많은 건 자신의 생사여탈이 거기에 달려있다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그런 걱정은 공정한 공천 시스템이 담보된다면 깨끗이 사라질 기우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 해법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되돌려주면 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각 당의 공천 관련 움직임을 보면 국민경선의 범주를 넓히는 등 쇄신과 개혁을 위한 노력의 기미가 엿보인다. 지금까지 국민 앞에서 다짐한 각 정당의 각오로만 본다면 최소한의 기본 양식만 있으면 누구든지 공천 작업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공천심사위원은 물론 공천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해도 공정하고 선명한 경선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은 이면의 정치현실은 ‘낭만은 금물’이라는 경고사인을 주고 있다.
외부인사와 당내 인사 비율을 민감하게 따지는 공천심사위원 인선작업 과정만 해도 그렇다. 공천심사위원장 인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공전하는 것만으로도 녹록치 않은 기싸움이 느껴진다.
어떤 형태로든 살생부가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이다. 다만 살생부를 기획하는 주체가 선한 철인일 것인가, 악한 독재자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여파를 주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여의도에 나갔다가 살생부 문건을 봤다.
수도권 의원들이 명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터라 아는 이름들이 많았다.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70% 정도는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내용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본선에서 실패할 확률까지 감안한다면 신뢰도가 훨씬 높아진다. 살생부 범주가 공천에 국한되지 않고 당선을 선거의 완성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결론이다.
누군가의 공작이다, 친박이 친이 진영을, 친이가 친박 진영을 음해하려는 의도다, 오래 전 작성됐다, 누군가 상상력으로 장난했다 등등 공천 살생부를 둘러싼 갖가지 설이 난무하지만 결국은 추론에 불과하다. 분명한 것은 이번 공천 살생부 역시 선거 때면 늘 이런 저런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부질없이 소멸됐던 음모의 일환이라는 사실이다. 일희일비 하는 자체가 부질없다는 생각이다. 그야말로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들어가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는 불확실한 실체에 매달려 체통을 잃고 일희일비하는 선량들의 몰골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아직도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공천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무지몽매한 탐욕에 갇혀 있는 정치권이 문제다.
오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어지럽다.

공천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이 만든 살생부가 정치권의 생사여탈을 좌우하는 게 진정한 정치다.
좋건 싫건 바람직하건 바람직하지 못하건 국민의 본뜻을 충실하게 옮겨지는 진정한 대의정치 현장에서 미력하나마 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꿈꾸며 삭풍이 몰아치는 여의도를 떠나왔다.

(2012. 1.27)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24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악마적 거래

악마적 거래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양준혁, 강병규 사이의 트윗 설전이 걱정을 낳고 있다.
양씨에 대한 악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양준혁 야구재단에 의혹을 제기한 강씨의 트윗이 발단이 됐지만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확전되는 상황으로 보면 간단히 수습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전개되던 두사람의 공방전은 ‘똥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려갑니다’는 멘션을 끝으로 양씨가 대응을 멈추면서 일단락되는 듯 하지만 만만치 않은 파장이 걱정인 것만은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한솥밥을 먹으며 취득한 내부 정보를 앞세워 공세를 펴는 강씨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지만 이런 저런 내막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양씨나 강씨나 싸잡아 비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결국 이전투구에 눈이 멀어 공멸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군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실패작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그들의 패착이 예사롭게 넘겨지지 않는 건 정치권 작태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자괴감 때문일 것이다.
상대를 헐뜯어 자신의 것을 채우려는 천박한 탐욕이 판을 치기로 말하자면 더욱 그렇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인에게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 필요하다며 ‘악마적 거래’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갈수록 얼굴 바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기가 여간 고역스럽지 않다.
차라리 여의도 입성을 위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생존경쟁은 나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측면에서 봐줄만 하다. 그러나 뒤통수를 향해 쏟아지는 뜨거운 질타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여의도 재입성을 위한 현역의원들의 몰염치한 행각은 심히 역겹다. 최고의 엘리트라는 자부심이나 자존감은 헌신 버리듯 던져버린 지 실로 오래다. 신의를 저버리고 동료를 끌어내리고 그저 나만 오르면 된다는 식이다. 오로지 권력의 빨대로만 존재하는 허상에 자족하는 그 모습이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며칠 전 설 연휴 첫 날 택시영업을 위해 의정부를 찾은 김문수 도지사와 점심을 함께 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어제의 동지가 적진에 서서 날선 비판으로 아킬레스건을 공격하는 비정함 넘치는 정치판 속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연상일 지도 모르겠다.




김지사와는 소위 말하는 당시 신한국당 입당 동기로 15대 국회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인연이 있다.
김지사는 부천에서 어려운 상대를 꺾고 나는 야당 원내대표로 내정되었다는 현역의원을 누르고 여의도에 입성했는데 동기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많은 시간을 꽤 가까이 보낸 기억이 난다. 특별히 의원회관도 같은 층에 있어서 어쩌다 간식거리를 싸들고 가면 벌써 두목감이라고 놀려대던 그의 모습이 정답던 미소와 더불어 아직도 머릿속에 또렷하다. 그가 처음 도지사 선거에 나섰을 때 도당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던 터라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열심히 뛰어다닌 기억도 새롭다.

사실 국회에 있을 때부터 그를 많이 좋아했다.
같은 70년대 학번으로 나이로는 5년 연상이었던 그에게 매료됐다. 아마도 학창시절을 치열하게 보낸 그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외감이었을 것이다. 어쩌다 그가 고문당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온 몸으로 전율을 느끼며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정도의 의지라면 이 세샹에 그가 뚫지 못할 난관은 결코 없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별로 흠잡을 데가 없는 게 흠이 될 만큼 매사 빈틈이 없는 그의 단정함도 좋았던 것 같다. 워커홀릭이라는 별칭이 딱 어울릴 만큼 그는 정말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 술도 잘 못 먹고 골프도 안치고 여자 친구도 없어 보였다.



그날 점심 자리에서도 그의 전향 동기가 화제에 올랐는데 오래 전 확신에 차 있던 그대로였다. 소련은 물론 동유럽 전체가 공산주의 붕괴를 맞고 있는데 낡은 사상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취지를 심플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이른바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사람들이 왜 북한의 인권이나 연평도 문제에는 입을 닫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질책을 했다.
그는 정치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만들었던 FTA를 반대하는 야당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손학규 전 지사에게도 섭섭함을 드러냈고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에게는 젊은 시절 아버지 문익환 목사가 반체제 운동에 주력할 때에는 어디서 뭐하다가 (이제서야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고) 일종의 프리라이더 아니냐는 아쉬움을 표출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은 듯 했다. 특히 비대위원들의 활동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가 “경기도지사 재선거하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 당부하자 “지금 한나라당이 이 모습가지고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라는 대답으로 여운을 남기는 모습을 보였다.
재차 “그래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답지 않은 침묵이었다.
.........

그러고 점심시간이 끝났다.
그는 택시손님이 없어 오늘 사납금이나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점심값을 지불하고 다시 일하기 위해 일어섰다. 그의 등 뒤에 대고 “도지사 다시 뽑는 일만은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화두처럼 던졌는데 역시나 묵묵부답이었다.
그렇게 총총히 사라지는 뒷모습이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앞날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진실로 간절하게 빌었다.
우리의 인연이 뭇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바닥을 보이는 악연으로 이어지는 일만은 없기를.

(2012. 1.23)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22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누군가에게 자기가치를 인정받는 기쁨만큼 큰 행복이 있을까 싶다.
용량을 헤아릴 수 없는 무한대의 에너지로 누구든 단숨에 에너자이저로 만들 수 있는 묘약이 된다.
결정적인 영향력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결코 소홀할 수 없는 동기임에 틀림없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도 자기 시계가 멋지다고 칭찬한 사람에게 그 자리에서 2000달러짜리 고급시계를 풀어 선물한 일화를 남겼다. 자신의 디자인 안목을 인정해 준 경의의 표시였단다. 잡스 신화를 가능케 한 ’특별한’ 그의 성정을 드러내는 일단이라지만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도 내 놓을 수 있다’는 동양사상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하게 된다.
훗날 중국 제나라 제후가 된 ‘강태공’도 자신을 알아준 문왕을 만나기 전까지 낚시질로 세월을 보냈다. 70세에 이르도록 자신의 철학을 현실에 옮겨줄 주군을 찾아 미늘이 없는 민낚시에 매달려 허송세월했는데 인정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삶의 변수인지를 웅변하는 사례라 하겠다.
요즘 들어 그런 식으로 나를 격려하고 힘을 주는 인연들이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목욕탕에서 행사장에서 내가 발걸음 하는 곳곳에 그런 이들이 포진하고 있다. 오랜시간 나를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착착 호흡을 맞추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그저 감사하고 기뻐하기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마음 빚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이 더 크지만 고무되는 현상이다.



 -이 명함이다-

 
이른 시간 실로 오랜만에 찾은 약수터에서도 그런 에너지를 공급받는 경험을 했다.
예전에는 가까이 지냈지만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한 지인과의 인연을 통해서다.
약수터에 도착하니 새벽 운동을 하는 사람들 속에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그 지인도 있었다. 그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나를 붙들고 이런 때가 올 줄 알았다면서 온 몸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역시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그의 성품을 좋아했던 터라 반가웠다. 이런 저런 안부를 묻는 와중에 자신의 지갑을 뒤적이던 그가 뭔가를 꺼내 불쑥 내밀었다.
아! 그것은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나섰던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사용했던 선거용 명함이었다.
젊고 앳되지만 세상을 접수하겠다는 의지만은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 오래 전 내 얼굴이 담긴 명함이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무엇보다 선거 때 받아서 지갑에 넣은 이후 ‘단 한 번도 그의 지갑을 떠난 적이 없는’ 명함이라는 그의 설명이 내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그 극진한 정성이 놀라워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빠져있는데 그가 다시 약수터 주변의 한 나무를 가리켰다. 20년 전 내가 심은 나무였다. 그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그 나무를 볼 때마다 나를 생각했다며 웃었다.
약수터를 떠나 산을 내려오는 내내 생각했다.
아, 내가 뭐 길래 이런 사랑과 성원을 받고 있는가.
그동안 내가 이런 분들을 위해 한 일은 무엇이고 또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온 종일 진한 감동과 함께 내 머릿속을 맴돈 생각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니 그는 예전 선거 때도 끊임없는 독려로 나를 깨어있게 한 훌륭한 조력자였다.
약수터에서 나무를 볼 때마다 나를 기억했다는 그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날마다 쏟아냈을 무언의 간구가, 그 성원의 무게가 얼마일까 헤아리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역사는 영웅의 독과점 결과가 아니다. 아무리 잘난 인물도 혼자만의 힘으로 뜻을 이뤄낸 사례가 없다.
시대적 상황과 민중의 요구, 또 조력자와 추종자들의 결집된 힘이 있을 때 비로소 영웅이 만들어지고 역사도 완성될 수 있었다.
성웅으로까지 추앙받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업적만 해도 그를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유성룡, 이원익, 한효순, 정경달, 정탁 등 유무명 인사들의 조력이 아니었다면 결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를 정복한 몽고의 영웅 징기스칸도 일찍이 추종자의 역량과 역할을 아는 리더였다. 적진의 노에출신 모칼리나 자신을 죽음직전까지 몰아갔던 제베를 자신의 추종자로 만든 것은 징기스칸의 뛰어난 리더십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더 이상 내 조력자들을 간과하는 어리석음은 없어야겠다. 그들을 알아보는 안목이야말로 뜻을 펴기 위해 세상에 나서려는 지금의 내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각성이었던 것을 이제 알겠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하물며 내 꿈을 위해 함께 해 줄 사람들이다.
조력자들과 함께 이번에는 반드시 오래동안 다져온 꿈을 이뤄보리라 다시한번 결기를 다지는 밤이다.

(2012.1. 22)
...홍문종 생각

홍문종 생각 - 흑룡, 2012

흑룡, 2012

                               
                                           홍문종

흑룡은 날고

세월은 가고
시간은 줄고
미련은 늘고
벗들은 줄고

주름은 늘고
기억은 줄고
체중은 불고
민첩은 줄고

간 세월은 없고
온 기억은 있고
한 걱정은 가고
한 사랑은 있고

먼 기쁨은 갔고
건 믿음은 있고
헌 사람은 갔고
새 사람은 있고

흑룡이 나니
대지가 아니
하늘이 맞니
우리가 맞니

한 생명을 주니
큰 지혜를 얻니
또 사명을 받니
이 천십이 년이

(2012.1.22)

2012년 1월 20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자유도 자유 나름

자유도 자유 나름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본격적인 민족 이동이 시작됐지만 오히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설날을 맞아 세뱃돈으로 한 밑천 잡으려던 아이들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생겼다. 헐렁해진 지갑 탓에 예년보다 세뱃돈규모를 줄이겠다는 계획이 많다니 하는 말이다.
경기불황이 아이들에게까지 직격탄을 날리는 형국이어서 이래저래 착잡하다.

작금의 상황이 우리만의 문제라기보다 세계적 불경기 국면인 추세를 감안한다면 선전을 하고 있는 셈이라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유럽 국가들이 고전하고 있고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위로가 되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서민의 삶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특히 서민가계의 부담을 덜어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좌절은 생각보다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명절을 맞는 설렘이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무엇보다 재벌가의 절제되지 않는 탐욕이 제일 심각하다. 창의경영 보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손을 뻗어 그들의 설자리를 빼앗는 재미에 빠져있는 재벌들이 문제다. 심지어 재벌가 딸들이 소매업종인 빵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동네 빵집이 몰살되고 있다는 비난은 괜한 것이 아니다.
한심하고 부끄럽다.
꼭 이렇게까지 추태를 부려야하나 싶다.

일찍이 아담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국부론을 통해 개인이나 기업가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설파했다.
개인의 이기적인 사익추구 보장이 보이지 않는 손의 조정을 거쳐 부의 극대화는 물론 양질의 상품제공 기반으로 연결된다는 그의 이론은 꽤 오랫동안 지존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오늘 날 시장경제 현실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공정한 규칙을 외면하고 과도하게 사적 이익만 추구한 시장의 자유가 어떤 문제점을 초래하게 되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율에만 의존하기엔 지나치게 불평등한 시장구조가 마음에 걸린다. 불평등한 구조가 부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문제점이 눈에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그가 주장한 ‘자유’는 무분별한 사욕추구의 장이 아니라 창의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전제된 의미였던 셈이다.

개인적으로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정당한 부라면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하고 더 나아가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부의 집중화를 막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른 바 1% 계층이 누리는 엄청난 부의 집중화 현상을 보면서 99%를 향해 그냥 참고 노력하고 기다리라고 하는 건 많이 잔인하다.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기엔 그들이 처한 어두움의 실체를 외면하기 어렵다. 자유도 자유나름이다.
그야 말마따나 재벌 2, 3세가 국가와 민족이라는 큰 테두리를 잊고 소프트머니 배팅만 생각하거나 계열사 숫자 늘리기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둥 부의 사적 영역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라면 그들이 속한 미래는 뻔하다. 주어진 부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직의 화합과 단결마저 무너뜨리기 십상이다.
정치권까지 나서 재벌의 사익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겠다. 부의 편중화가 얼마나 심각하면 그랬을까를 염두에 둔다면 반드시 스스로를 자정하겠다는 움직임에 함께 하는 용기를 보고 싶다.

내년에는 고민거리 없이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설 명절을 맞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평등하게 사람대접 받을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여유도 함께.

(2012.1.20.)
...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19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떠날 때를 알아야

떠날 때를 알아야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렇지 않으면 비루함만 남게 된다는 걸 미처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
돈봉투 사건을 처리하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미숙한 처신을 통해서다.
국민적 관심으로 새벽부터 북새통을 떨던 박희태 의장의 공항 회견은 ‘역시나’로 끝났다.
‘기억이 희미해서 (돈 봉투 사건) 잘 모르겠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4월 총선 불출마, 수사결과에 책임지겠다’가 전부인 의장의 신상발언에 정치권 전체가 부글거리고 있다.
본회의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기고 사퇴압력에 시달리는 입법부 수장의 모습이 현실정치의 실체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한없이 씁쓸했다.

국회의원이 되어 첫 등원하던 날 ‘귀는 열 되 입은 닫으라, 지역구 활동은 열심히 하되 중앙에서의 움직임은 신중에 신중을 더하라, 많이 보고 기억에 담되 잘못된 정치를 닮지는 말라’며 정치선배로서 당부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자신의 선거 경험담을 털어놓던 선배의원(당의 최고 책임을 맡기도 했던 다선의원)의 얼굴도 생각난다.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첫 선거에선 30억이 남았고 두 번째 선거에선 10억 정도, 그 다음엔 본전이었다가 정치환경이 맑아지고 부터는 더 이상 남고 부족하기를 따지지 않게 됐다는 나름의 ‘산 증언’을 들려주었다.
15대 총선의 개인적 경험에 비춰 봐도 선거자금 운용이 무척이나 여유로웠다는 기억이다. 선배의원들이 이제 막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들에게 용돈하라며 일, 이백만원 씩 주머니에 넣어주는 풍경이 일상처럼 펼쳐지던 시절의 이야기다.
모르긴 몰라도 6선 의원의 관록을 자랑하는 박의장에게는 결코 생경하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고액의 후원금을 거두어들이거나 선배의원들이 후배들에게 용돈을 챙겨주는 일들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정도 위치에 있다 보면 워낙 챙기고 수발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어서 실제로 본인은 모를 수도 있겠다 싶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돈봉투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그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옹색한 변명으로 일관한 박의장의 기자회견은 당혹스러웠다.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자충수로 득보다 실이 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모르쇠 전략이 그 자신에게는 한 숨 돌릴 기회가 됐는지 모르지만 한나라당 깃발로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가혹한 형벌이 되고 있는 지 현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다.
“솔직히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잘못했습니다.
제 주변에 일고 있는 이 모든 구설이 다 못난 저로부터 비롯된 불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알고 지었건 모르고 지었건 또 관행으로 빚어졌건 그 모든 허물의 근원인 저에게 책임을 물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선배정치인들이 후배들을 격려하는 의미의 후원금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널리 알려진 정치권의 비밀이었다 해도 시대가 바뀌어서 이런 일들이 문제시 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저의 잘못이 큽니다.
불미스러운 중심에 서 있는 처지가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저에 대한 단죄가 잘못된 구시대 정치 관행을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시금석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감히 가슴에 품습니다.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상황에서 정치인생을 마감하게 되어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부디 책임져야 할 모든 죄를 물어 저의 부덕을 나무라시고 처벌해주시기 바랍니다.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
이렇게 말하고 흔쾌히 의장직을 내놓았다면 그나마 실책을 만회할 수 있는 상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적어도 역대 최악의 일그러진 입법부 수장으로 기록되는 불명예는 피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아쉽다.

그나저나 사사건건 약방의 감초처럼 나서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훈수를 두던 이른 바 쇄신파 의원들이 이번 돈봉투 사건에 지나칠 정도로 조용해서 이상하다. 유난히 돈 봉투 사건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들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혼란스럽다.

(2012.1.19)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곧 새벽이다

곧 새벽이다


정치판을 지켜보노라면 대부분의 정치적 현상이 그다지 큰 이변 없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지난 일요일, 한 달 여 동안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 결과도 그랬다.
남의 당 일이긴 하지만 우선 당장 총선에서 대척점에 서게 될 운명이기에 야당 사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상치를 내놓곤 했는데 역시나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대표에는 한명숙 전 총리가, 최고위원에는 문성근씨를 비롯한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의원이 선출된 것이다.
정치를 화려하고 드라마틱하게 만들 문성근, 신선하고 세대교체 주역으로 등극한 젊은 피 박영선과 이인영, 구민주당 세력을 받치고 있는 박지원 그리고 한나라당에서 이적한 김부겸 등 상당히 다양하고 짜임새 있는 라인업은 참으로 절묘하다. 일부에서 호남의 퇴조를 위기국면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지만 호남색을 탈피하면서 전국정당으로 갈 기회를 얻은 측면은 전략적으로 엄청난 성공이라 할 것이다.
특히 한명숙, 문성근 등 친노 세력의 선전이 갖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야세 확장에 상당한 탄력을 주면서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중 한명숙 카드는 최근 무죄 확정 판결로 정치적 탄압을 이겨낸 상징성만으로도 야권을 결집시키는 데 있어 상당히 의미있게 작용하리란 생각이다.

그렇다고 민주통합당에 장밋빛 미래만 보장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전대이후 최고위원 간의 첫 회의 테이블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는 서먹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친노계와 민주계 사이의 갈등 조짐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협상이 매끄럽지 않은 것도 자칫 민주당의 상승기류에 제동을 거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야권연대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뤄내자는 공동목표를 설정해 온 두 야당 사이가 확실히 전과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대 흥행으로 치솟은 민주당 지지도가 민주당 변심(?)의 원인이라는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나돌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은 전당대회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리얼미터의 주간 정례조사 결과, 34.7%의 지지율로 한나라당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 있으니 목에 힘을 줄 만 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민주당의 방심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민심은 냉정하고 안목도 높다. 민심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치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결에 민심을 잃고 석고대죄를 외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때를 놓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될 수도 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른 내가 민주당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니 뜨악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진실을 인정해주면 좋겠다.
실속 없는 헛발질로 모처럼 정치를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떠나보내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더 어려운 처지다.
어지간한 각오 없이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위기국면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런 저런 당내 반발이 일고 있지만 민주당과의 승부를 위해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비대위원회의 개혁작업이 순조롭게 결실을 맺도록 협조하는 게 최고의 선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위기에서 당을 구하고 조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아무리 박근혜 위원장이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슈퍼스타의 자질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못한 팀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플레이어 없이 '펠레' 한 사람으로 팀의 우승을 보장받으려는 어리석은 전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팀을 정비해서 골키퍼나 레프팅 라이팅 센터 등 각각의 포지션을 받쳐줄 수 있는 용병을 라인업하는 일이 정말로 중요한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정당마다 논의되고 있는 당 쇄신작업을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게 되는지 모른다.
일련의 개혁작업들을 정치발전의 초석을 놓는다는 자부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을 오염시켰던 나쁜 관행의 물을 빼고 있는 이 상황이 어느 측면에서는 통쾌하기도 하다.
물론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상처입게 될 가슴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그로인한 진통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럼에도 기쁜 마음으로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의연하게 극복해낼 생각이다.
희망의 새벽이 멀지 않았기에.

(2012 . 1. 16)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15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미래를 꿈꾸자

미래를 꿈꾸자

'미래를 직시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활용하라'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더 다양한 분야에서 더 깊이, 더 넓게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자’
지난 12일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2' 참관을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자리에서의 삼성 이건희 회장의 어록이 언론 보도로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 제일의 재벌 기업을 이끌고 있으면서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금방 뒤지겠다는 느낌에 더 긴장한다’는 그의 토로를 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고독한 삶의 그림자가 주는 깊은 울림이 생각의 여지를 갖게 했다. 이 시점에 있는 우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그가 흘렸을 눈물과 남모를 고독의 순간이 감지된 건 나의 지나친 민감함일까?

제대로 된 미래를 맞이하고 싶은 건 너나 할 것 없는 인간 본연의 본능일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 발길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점집 모습을 비추는 텔레비전 화면도 그 반증의 일환이라 하겠다.
미래 예측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먼 미래도 결국 가까운 미래의 연장선일 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래를 예견하는 일이 그다지 특수한 영역이 아니라는 내 주장에 동조하게 될 것이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결국 지나간 과거의 행적을 통해 미래를 찾을 수 있다.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확실한 인자는 자기 현실에 쏟는 투자량이다. 얼마만큼 현실을 충실히 채우기 위해 에너지를 쏟느냐에 달려있다.
학창시절 동창들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고만고만한 성장 과정을 통해 자랐지만 저마다의 현실은 천차만별이다.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들의 현실은 3,40년 전 한 교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던 그 시절 저마다의 현실이 결정됐다는 생각이다. 과거의 그 어느 순간, 자신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하며 투자하는 삶이었느냐에 따라 개인의 미래가 결정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지금의 내 모습을 예견하셨다고 말씀하시는 중학교 때 은사님도 계신다. 뵐 때 마다 금뱃지 정도의 작은 정치에 연연하지 말 것을 종용하시는 선생님의 관심이 내 가슴에 큰 여운을 남기며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 순간마다 지금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점검하는 건 빼놓을 수 없는 인생 과정이라 하겠다. 언제 어디서든 지금 이 순간의 행동이 자기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은 결코 잊지 말아야할 현실이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수험생은 시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쟁준비를 마친 군대 역시 전쟁터에서 비굴하게 꽁무니를 빼는 병사를 두려워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런 것이다. 위대한 미래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가 피 땀 흘린 노력으로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가에서 OECD 경제부국으로 만들어냈듯, 그 저력을 밑천 삼아 다시한번 우리의 미래를 신나고 멋진 현실로 빚어내자.. 세계를 리드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 결국은 우리에게 달린 일이다.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그만큼의 역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등국민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라면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요소가 없는 게 아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 보이는 지독한 이기주의와 철저한 현실주의 성향이 문제다. 그저 미래에 대한 꿈 따위는 아랑곳 없이 현실과 자신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은 우리들의 자화상을 돌아볼 일이다. 현실을 원망하고 저주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끼어 허덕이다가 대책없이 무너지는 좌절의 현장이 거기 있을 것이다. 그렇게 현재에 매몰돼 있다가 미래가 현실이 되는 시점이 되면 자신의 오류를 보려는 겸허함보다 남의 탓 하기에 바쁜 염치없는 교만함은 또 어쩌자는 건지.
반드시 지워버려야 할 걸림돌임을 알아야겠다.

우리가 희망하고 꿈꾸는 미래사회의 실현, 그다지 거창한 일은 아니다.
투명하고 깨끗한 운영으로 신뢰와 찬사를 받는 정치, 학생들과 교사가 즐겁고 행복한 교육현장, 정당한 근로대가로 일할 맛이 넘치게 하는 산업현장, 생각해보면 지극히 평범한 욕구가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를 필요로 할 뿐이다. 단지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어하는 저마다의 관심이 함께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서 우리의 에너지를 우리가 원하는 사회로 정조준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다.

(2012.1.15)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정치판에서 인생을 본다

정치판에서 인생을 본다


인생무상, 정말로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선상탈출이 치열한 정치 한복판에서 절감하고 있는 인생 진리다.
사실이다. 권력의 달콤함이 미처 다 빠지지도 않았는데 서슬 퍼렇던 권력실세들은 추풍낙엽이 되어 무너지고 있고 어제의 동지들은 오늘의 적이 되어 서로의 가슴에 총구를 들이밀고 있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로 당대표가 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장은 검찰 수사의 칼끝에 이리저리 쫓기는 형국이고 권력 서열 2인자로 떵떵거리던 전직 장관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측근 문제를 들어 자신을 잡으려는 정치공세라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실세들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측근 보좌관 계좌에서 드러난 정체불명의 뭉칫돈은 대통령 형님의 차기 국회의장 꿈을 접게 했을 뿐 아니라 정계은퇴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수억 검은돈 수뢰 혐의로 검찰 수사대상이 된 양아들 문제로 골치를 아파하며 급속도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다.

두 여당의원은 트위터에서 난타전을 벌이며 스스로를 세상의 구경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한솥밥을 먹으며 국회의원 공천을 주거니 받거니 다정했던 정두언 의원과 고승덕 의원이 살벌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책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찾아볼 길이 없다.
망신살이 뻗친 줄도 모르고 거품을 무는 모습이 한심하다. 다른 이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둘 다 철없는 ‘루저’일 뿐이다.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대학 출신이고 또 고시 패스를 훈장처럼 달고 경력으로 내세우는 국회의원들이 벌이는 퍼포먼스(?) 치고는 치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정도 수준에 맡겨진 대한민국에 아직도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미래가 남아있기는 한 걸까 싶을 정도로 절망적이다.
거기다 홍준표 전 대표와 원희룡 의원도 입씨름으로 당의 자중지란을 보태는 모양새다.
싸움은 홍 전대표가 먼저 촉발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원희룡 의원도 내내 대학생 응원단을 조직해 버스에 태워 전국을 돌아다녔고, 본인 스스로 수억 원이 들었다고 했다’며 원 의원을 자극한 것이다. 원의원이 사실왜곡이라고 펄쩍 뛰며 홍전대표의 책임회피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다며 분기를 참지 못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어떤 경우라도 사회정의를 빙자해서 남을 저주하거나 스스로의 독야청청을 돋보이기 위해 남의 얼굴에 먹칠하는 행위만은 삼가도록 해야겠다는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새기게 된다.
좌충우돌하고 있는 정치권의 어지러운 현실은 인간의 본질을 외면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정치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건 자업자득이다. 이후로도 자정의 기회를 얻지 않는 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거나 존중받는 건 요원한 일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한나라당을 봉숭아 학당이라고 비웃는 세간의 조롱이 오히려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비단 정치뿐만이 아니다.
인생에서도 살아갈수록 모순투성이고 부족하기만 한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함께 하지 못하면, 더불어 하나가 되지 못하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절대치의 영역이 인간의 삶에 분명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절대적 본질이고 어쩌면 인간을 짐승과 구분 짓는 원천적인 구조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분명한 것은 분열에는 멸망만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혼자서는 누구도 플러스의 삶을 창출해 낼 수 없다. 어렵다고 회피하거나 모른 척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현실적으로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공동체의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새삼스럽게 인간의 관행 속에 담긴 명분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되는 건 아이러니다.
교만한 마음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에 대한 재무장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절대로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잘난 척으로 방심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일이 더 없이 중요하다. 나와더불어 이웃이 되어주는 이들에 대한 감사함을 늘 가슴에 품겠다.

(2012. 1. 14)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10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출정 서곡

출정 서곡


그동안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이 ‘투명거울’이라는 이름을 달고 책이 되었다.
그리고 내일은 투명거울의 출판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가 예정된 날이다.
나로서는 침잠의 늪을 뚫고 걸음을 떼는 공식 일정이라는 데 의미를 두게 되는 이벤트다.
그동안 다스리지 못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마음을 어쩌지 못해 벅찬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저 하릴없이 추억만 그리워하며 살게 될까봐 솔직히 두렵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단단한 빗장으로 오랫동안 내 마음을 가두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묘하게 마음이 설렌다.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자꾸 서성거리는 내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질 만큼.
그러다 문득 고개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휘영청 밝은 달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너무 오랫동안 달을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자책감을 몰고 온다.
아직은 서정적인 정취가 살아있는 동네에 살면서 고개 한번 들 여유만 있어도 볼 수 있는 달의 존재가 이토록 새삼스럽다니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치게 각박하게 살았구나 싶은 생각에서다. 그동안 나름 열심히, 의미있게 산다고 살았지만 밤하늘의 달조차 제대로 감상할 겨를 없이 살아온 것은 충분히 부끄러운 사유가 될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이 괜한 것은 아니리라.

이번 출판기념식은 나로 하여금 마음의 빗장을 열고 세상 밖으로 뛰어나가게 하는 출발의 신호탄이다. 그동안의 압박과 설움의 시간을 끊고 세상을 향해 새롭게 나서는 내게 힘을 줄 출정 서곡이다.
확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 발걸음을 시작으로 세상에 나를 보이고, 평가받고, 담금질 당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사람들 앞에서 ‘이런 책을 만들었노라’ 목청을 높이는 행위가 염치없는 짓은 아닐까 소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묻고 또 물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리고 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인가’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은 결코 뒷걸음질 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런 각오로 이미 나의 소명의식에 불을 붙였음도 더불어 알려드린다.

훌륭한 부모님은 물론 주변에 있는 누구보다 대단하지 못한 처지지만 그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감히 세상에 졸작을 내 놓았다. 특별히 생각을 여과없이 투명하게 드러내고자 한 노력을 어여삐 여겨 좀 더 많은 칭찬과 격려로 기 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  

(2012. 1. 10)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8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그 남자가 사는 법

그 남자가 사는 법


굴곡진 운명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삶을 세우며 살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폭풍 감동이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그맨 이동우의 삶을 접하는 느낌이 그랬다.
소위 잘나가는 연예인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청천벽력의 재앙은 잔인한 후유증을 남겼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마가 시력을 앗아가면서 푸르디푸른 그의 삶까지 꺾어 버린 것이다.
선천적 실명이 아닌 도중 장애로 시력을 잃게 된 그에게 분노나 좌절로 인한 갈등은 참아내기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곁을 지키던 아내마저 뇌종양을 앓고 그 후유증으로 청각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라니 오죽 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는 도저히 포기가 안 되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훗날 장성한 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시집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는 바람이 그것이었다. 그 절절한 부성애를 100% 공감할 순 없었지만 가슴 먹먹해지는 아픔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시련은 역시 인생의 실존을 향해 한 발 더 내딛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 같다.
그가 자신의 삶을 놓아버리지 않은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뚝 세운 자신만의 삶을 통해 의지의 한국인으로 거듭났다. 잠시의 방황이 없지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해 연극무대를 누비고 라디오 DJ를 맡아 방송을 진행하는 등 자신이 일군 제2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변신을 거듭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간주하는 건 아니지만 이동우의 고군분투를 보니 내게 주어진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겠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건강, 태양, 공기, 물 등에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무심했는지도 새삼 짚어보고 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따져볼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다.
결국 스스로를 불행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건 만족을 모르는 인간 특유의 탐욕이라는 결론이다.
즐겨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동물의 세계’ 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다.
동물의 생활 습성에서 인간의 대단함과 우둔함을 동시에 보게 된다.
동물들은 물건을 쌓아두거나 냉장고 사용이 용이하지 않다. 또 저장이 필요할 만큼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고작 할 수 있는 거라곤 최대한 많이 먹어 뱃속을 채워두는 일 뿐이다. 이렇게 주어진 습성대로 사는 즉흥성이나 때로 자기 자식까지 잡아먹기도 하는 동물의 아둔함에 혀를 차기는 하지만 정글의 법칙에 순응하는 질서의식이나 한 모금 물과 한 줌 햇살에 만족해하는 모습은 인간이 배워야 할 참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얼마나 많이 감사해야 할 일인지 알겠다.
특히 ‘당신이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을 왜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등 깊은 성찰 없이 쉽게 그 답을 내려하지 말라. 진정성 문제도 그렇고 반드시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을 간과할 가능성을 경계하라’는 조언을 주신 지역 종교 지도자와의 만남도 큰 화두를 던져주는 계기가 됐다.
누구보다 넘치는 축복을 받은 스스로의 여건을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다른 이들의 손을 잡아주자는 다짐이 그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헌신은 평소 비중을 두고 고민하는 주제였지만 가난하고 힘든 이들을 위해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어달라는 당부를 들으니 소명의식이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내게 주신 신의 은총이 허투루 낭비되지 않도록 부응하겠다는 다짐으로 2012년 새해 구상을 다듬는다.
불굴의 사나이 이동우의 선전도 지켜보겠다.

(2012. 1. 8)
....홍문종 생각

홍문종 생각 - 더 이상 안통한다

더 이상 안통한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는 그가 처음 국회의원으로 입문한 16대 국회 말미, 의원선서를 함께 한 인연으로 각별한 교분을 나눈 사이다. 일찍이 그의 저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접하면서 짐작했지만 국회에서 지켜본 그는 역시나 논리 정연한 언변과 해박한 지식이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사회적 현상에 빗대 유대표를 평가한 한 언론 칼럼에서 주목한 것도 그의 특출함이었다.
유대표를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똑똑하고 돈 없는 부모유형’으로 분류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똑똑한 그를 선호하고 따르지만 반면에 그 똑똑함 때문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분석한 칼럼이었다. ‘엘리트 의식’을 그에 대한 거부감의 동인으로 지목했는데 지금 그가 벌이는 일련의 정치행위들이 그의 비범함을 증명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의 정치적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고승덕’ 돈 봉투 폭로에 이어 나온 ‘유시민’의 고해성사(?)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되면 권력이 따라오니 부정한 수단 동원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면서, 그 자신 야당 선거 과정에서 목격하거나 경험한 금권선거의 실상을 털어놓았는데 파장이 만만치 않다.
그의 발언으로 여당을 향해 부릅뜨던 야당의 눈길이 순해지면서 정치권 전체가 좌불안석이 됐다.
이 역시 유시민의 비상함을 입증하는 대목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돈 봉투 파문과의 시너지 효과를 빌어 양당의 기득권에 치명타를 입히려는 고도의 노림수와 연결시킨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얼마 전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민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국민 피로감만 가중시키는 정당 구조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유시민의 모습을 감안하면 그 같은 심증을 굳히게 되는 것 같다.
솔직히 정치권의 금권선거를 둘러싼 추문의 꼬리는 길다. 나 역시 정치권에 있으면서 비록 소문이긴 하지만 수없이 접했던 내용들이다. 양당 공히 당대표나 최고위원 선거에 필요한 비용들이 구체적인 액수로 설왕설래한 만큼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과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금권선거의 폐해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묻히는 악습의 뿌리가 깊다.
대한민국 정치인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고도의 긴장 유발자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돈봉투' 파문이 정치권 전반의 '개혁 과제'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 300만원 돈 봉투 때문에 떨고 있는 인사가 한 둘이 아닌 듯 싶다. 야당에서도 지나간 당내 선거에서 300만원 돈 봉투가 오갔다는 구체적 언급이 나오고 있는 만큼 검은 거래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가 될지 알 수 없는 지금으로선 그 불안의 강도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구분없이 옹색한 처지에 놓여있다.
정치가 우리 현실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작금의 이 횡액을 어떻게 다스려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반드시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법조계, 교육계, 경제계 등 전반적인 공공 현장에서 일상이 되다시피 한 관행이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영향력도 고려대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관행에 잡혀 미래사회까지 파행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게 뻔하다.
확실히 위기다.
미래사회 만큼은 제대로 된 사회적 가치기준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의식혁명을 이루자는 말이다. 발본색원하고 퇴출시키려는 인내와 의지라면 미래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든든한 후원 기능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없애고자 하는 유대표의 노림수가 성공하길 바라는 국민의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행의 실체가 선의 결과이건 악의 결과이건 간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권선거 파장을 해결하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하나는 기왕에 검찰 손에 넘겨진 만큼 관련된 모든 이들을 색출해서 정치판을 완전히 정화하는 수순인데 과연 누가 살아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 다른 해법은 지금까지 행해진 모든 관행에 대해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을 정해 불문에 부치되 앞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일벌 백배로 다스리기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여야를 떠나 이번 진통을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좀 더 단단해진 발판을 확보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다. 그것으로 희망의 2012년을 건설하는 지렛대 삼아 21세기 대한민국의 새장을 열어갈 수 있었으면 싶다.
씩씩하게 뚜벅뚜벅....

(2012. 1. 7)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6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300만원 짜리 돈봉투

300만원 짜리 돈봉투


여의도 정가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번에는 난데없이 튀어나온 ‘300만 원짜리 돈봉투’가 신년 벽두를 달구고 있다.
때 지난 금권선거가 유탄이 되어 사력을 다해 회생의지를 다지고 있는 한나라당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18대 국회 당시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한 친이계 후보가 건넨 돈 봉투를 돌려준 적이 있다’는 고승덕 의원의 폭로가 그 진원지인데 만만치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고 의원 주장의 당사자로 현 국회의장을 포함한 2명의 전직대표가 압축되는 분위기지만 정작 손사래를 치며 극구 부인하는 모습이다. 누군가는 확실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이 검찰수사를 의뢰했으니 조만간 진위여부가 밝혀질 것이나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한나라당 비대위가 발 빠른 대응으로 나서서 다행이다. 한나라당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남아있다.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을 통해 국민 눈 밖에 난 여당이 국민 열망에 맞는 정당으로 재정립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건을 지켜볼 생각이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고의원의 ‘내부고발’(?)을 정의감의 발로로 무게를 두기보다 이 생뚱맞은 폭로가 왜 하필 지금 시점에 터졌느냐는 식의 의혹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정황이다. ‘전당대회 후유증으로 돈 봉투의 쓴 기억을 언급했을 뿐 특정인을 겨냥한 폭로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처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갈수록 고의원의 입지가 곤혹스러워지는 조짐이다. 설화였다면 더 없이 경솔한 것이고 의도한 결과라면 제일 하책을 선택했으니 변명거리가 궁색해지는 것도 당연할 터다.
무엇보다 집권여당 대표가 선거 과정을 염두에 두고 싸늘하게 대하더라는 그의 부연설명은 대한민국 정치현실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한방’이기에 충분했다. ‘아이고, 정치가 뭐 길래’ 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새어나오게 했다.
역시나 재승박덕의 우려가 괜한 것은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20년 정치인생을 살았다. 아버지 시절까지 따지자면 거의 반세기 동안 정치판을 지켜본 셈이다. 나름의 관록(?)으로 감히 거들자면 오늘 날 정치 플레이어들의 가장 큰 패착은 ‘지피지기’의 기본 수칙을 깡그리 무시하는 경박함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국민의 정밀한 레이더망에 관찰당하고 있는 실체가 자신들이라는 생각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 그 어리석음이 스스로를 영원히 하수에 머물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한 헛발질하는 비극은 아마도 멈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들의 어긋남을 떳떳하게 나무랄 수 있을 만큼 구색을 갖추지 못한 정치 여건도 문제다.
정치 환경이 급속도로 투명해지고 있다지만 애매한 규제 때문에 고통당하는 정치 플레이어들과 관전자들이 존재하는 현실은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관건선거만 해도 그렇다. 일반 선거 과정에서도 그 같은 정황에서 완벽한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싶다. 고시공부 하듯 탐구해야 비로소 이해가 가능한, 지나치게 복잡한 적용 조항도 그렇고 기존에 알려진 사람이 아닌 정치신인들의 경우 자신을 알릴 방도가 거의 없는 각종 규제들로 초조해지기 일쑤다. 그러다 결국 무리수를 두는 결과를 초래하게 만드는 선거법이 항상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표 매수나 향응 등 명확하게 공명선거를 방해하는 불법 행위는 가차 없이 처벌하는 게 맞다. 그러나 선거가 지금처럼 법망을 피하기에 급급한 형태로 지속된다면 유권자의 선택이 음지의 산물로 고착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없지 않다.
선거를 밝고 즐거운 국민적 축제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필요하다면 선거법도 더 전향적이고 진취적으로 개정해서 선거를 카타르시스의 장으로 만드는 생산적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가 필요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훌륭한 재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려워진 한나라당을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비대위원들의 어진 아내와 훌륭한 재상의 역할을 기대한다.
그리고 더 이상 여당의 전당대회가 부끄러운 흔적으로 회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긴다.

(2012. 1. 6)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3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희망을 묶는 전사이고 싶다

<에필로그>


희망을 묶는 전사이고 싶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블로그와 트위터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 나의 흔적들이다. 또 내 열망의 시작과 끝을 근본에서부터 다듬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넓힐 수 있었던 기록의 산물이기도 하다.
글 한편 한편마다 내 시야에 들어온 세상과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담기 위해 마음을 쏟았다. 내 안의 열정과 가능성 그리고 문제점들을 천착하며 울고 웃었다.
이제 그렇게 남긴 기록을 가려 묶는 지금, 늦은 밤 홀로 새기던 투박한 자취를 세상에 내놓는 쑥스러움이 없지 않지만 맨 얼굴 그대로인 생각의 결을 만나는 반가움이 더 없이 정겹다. 그 느낌들은 새로이 출발선 상에 선 나를 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내 몫의 과제, 내가 꿈꾸는 희망의 실체를 선명하게 확인시키며 격려하고 부추긴다.

태어날 때부터 유난한 산통으로 어머니의 고통을 배가시킨 불효(?)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늘 내편이시다. 예정시간이 지나도 통 나올 생각 없이 버티다가 어머니가 실신할 지경이 되어서야 세상 밖으로 나온 아들에게 지금껏 끝없는 사랑을 주고 계신다. 가끔씩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왜 그렇게 안 나오려고 버텼는지 모르겠다” 하시면서도 “훌륭한 아들로 자라줘서 고맙다”며 태산 같은 믿음을 주시는 이도 어머니시다.
어머니는 일 욕심 때문에 소망하는 바가 많은 내게 마르지 않는 삶의 원천이기를 자처하신다.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면 언제나 용기백배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고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삶과 꿈에 대한 본연의 역할을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의 사랑이 준 자극의 결과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에게 건강한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약속이 아닌 우직한 헌신을 통해 이웃의 고통에 진정을 다하는 참사람으로 거듭나겠다. 누구에게라도 진실로 필요한 이웃이 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하겠다.
그래서 오래 오래 선택되는 인재가 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위로가 필요한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감히 품는다.
각박한 현실에 지친 이웃들을 기운 나게 할 희망의 언어가 많이 담긴 책이면 정말 좋겠다.
이 책에 개인적인 소소한 일상부터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에 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정확한 눈으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담은 것도 건강한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으로 자리매김되는 미래 말이다.
이 책이 그 미래를 조금이라도 앞당겨주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ps;
그동안 이 곳에 올렸던 글들을 간추려 새 옷을 입혔더니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오는 1월 11일 오후 2시 경기도 제2청사 강당에서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고자 하오니 부디들 오셔서 아낌없이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2. 1. 2)  
                                                                                ...홍문종 생각  

2012년 1월 1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2012년

  2012년





2012년 새해다.
저마다의 삶에 비상하는 용의 흔적을 담고자 하는 의욕들이 기분 좋은 시작을 열어주고 있다.
새로운 출발로 한결 분주해진 발걸음들이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느낌이다.
바빠진 기류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한 해에 치러야 하는 정치권에서도 감지된다.
불과 8개월 간격을 두고 치러지는 만큼 총선승리가 대선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는 전망이다.
4월 총선에서 사활을 건 여야의 한판 승부가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극에 달한 민심 이반을 어떻게 해결해내느냐가 관건이긴 하다.
어떻게든 민심을 잡아야 하는 정치권으로선 민감한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솔직히 총선이고 대선이고 민심이 어느 편을 드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으로선 민심이 2012년 정치지형을 어떤 식으로 바꿔놓을지 그 의중을 알 수 없다.
민심의 향배를 읽으려는 정치권의 뒤늦은 초조함이 아쉽지만 별 도리가 없다.
그러게 진작부터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즈가 2011년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the protester)’를 선정했다.
타임즈 측은 ‘시위자’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계속 변화하고 있는 징후들을 포착하고 조명하기 위해, 정부와 진부한 지식을 비판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밝혀 주는 가장 오래된 ‘기술’과 가장 최신 기술의 결합을 위해, 21세기가 때때로 위험한 여정이 된다할지라도 세계가 민주화되는 것을 위해서‘였다며 ’리더십은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아니라 가장 아래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폈다. 월가를 중심으로 1%와 99%의 단순한 대결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아랍권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그동안 숨죽여 왔던 사람들의 적극적인 의견 표출을 상징하는 의미에 무게를 둔 선정이었다는 설명이었는데 정치권 유관자인 내게 적지 않은 울림을 줬다.
그런 기조에서 볼 때 2012년도 정치에서는 저항하는 민중, 특히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민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를 선동하려는 정치세력의 분열책동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아무래도 이래저리 어려운 2012년이 될 것 같다.
결코 녹록하지 않은 국내외 정치 정황이 정치권 부담을 가중시킬 거라는 지적이다.
변수로 등장한 북한 김정일의 죽음도 우리에게 어떤 파장으로 작용하게 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과 중국은 더 긴밀해진 반면 우리는 대북외교전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는 한미 FTA 문제도 정치적 부담이 될 게 뻔하다.
특히 대선이 예정돼 있는 세계 70여 개국의 정치적 변화도 국내 정치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패권국인 미국과 중국, 프랑스와 러시아 등의 리더십 결과도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민감한 요소가 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에서 2012년이 우리에게 더 없이 중요한 시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나 또 이를 선택하는 사람이나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최적의 인물을 지도자로 선택해서 국론을 모으고 활로를 개척하는 등의 일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책임감을 느껴야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정치권 유관자들의 각오는 더 남달라야겠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국가와 민족의 명운을 걸머지겠다는 각오를 다지도록 하자.

늘 그렇지만 특히 2012년은 우리 민족이 흑룡처럼 승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자.
올해를 계기로 그동안 해결이 미진했던 경제, 교육, 노사 분야의 산적한 문제들도 실마리를 풀도록 힘쓰자. 국민이 하나되어 정성과 노력을 모은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우리에게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21세기 대한민국 미래의 초석을 세우는 2012년이 되도록 우리 모두 화이팅 해보자.

(2012. 1. 1)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