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공포의 외인구단


공포의 외인구단


  

윤창중 수석 대변인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윤창중  임명자는 생각보다 적이 많은 분인 것 같다. 가는 곳마다 왜 하필 첫 인사가 ‘윤창중이냐’는 볼멘소리가 넘치니 하는 말이다.
엊저녁 방송출연을 위해 들른 분장실에도 ‘안티 윤창중’이 있었다.  정치평론으로 꽤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인데 예외없이 ‘윤창중 임명카드를 빨리 접어야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혹시 윤 임명자를 추천한 당사자냐고 묻는 전화도 받았다. 그에 대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던 전화 주인공은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내게 혐의(?)를 두는 것 같았다.

평소 리더의 핵심 역량은 용인술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인사작업은 리더가 자신의 이상을 구체화 시키는데 있어 가장 현실적인 조력자를 선택하는  일이고  어떤 인재를 발탁하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당선인 인사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아직은 당선인의 선택을 성급히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그것이다.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리는 윤 임명자의 특성이 당선자에게 아닌 건 아니고 맞는 건 맞다고 과감히 말 할 수 있는 소신으로 작용한다면, 그만의 강점으로 꼽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지금껏 내가 알던 당선인이라면 선택에 앞서 어느 누구보다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을 거라는 믿음이 당선인의 선택을 존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솔직히 정치연륜을 더해가면서 갈수록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다.
이 보다 더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대선 기간 중에도 수많은 이들을 만났는데 주변으로부터 만장일치로 긍정적 평가를 얻는 이는 보지 못했다.  완벽한 평판을 기대하는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인간에 대한 평판을 기준으로 인연을 결정하는 일은 오죽하랴 싶기도 하다.

대부분 살아온 이력을 바탕으로 역량의 경중을 가늠하게 되는데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아무리 철저하게 검증을 해도 그런 현상은 예외가 없다. 
그러다 보니  나름의  용인술을 터득하게 됐다.
대부분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돼 있는 인간의 기본정서를 바탕으로 한 기법(?)이다. 감수해야 할  위험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큰 효과를 얻고 있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이 됐든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배치해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면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필경 발생하게 되는 무리수를 대처하는 리더의 감각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무리수를 잘 감내해내고 또 정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해주는 리더의 역량이 제대로 받쳐준다면  당대 최고의 용인술이 될 수 있다.
되도록 사람을 만날 때 그에 대한 세상의 평판을, 참고는 하되  판단자료의 전부로 삼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세상 평판이란 상황과 경우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입맛대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오히려 결점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인재는 결국 리더의 지휘 능력에 달려있다는 생각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결점은 최소화하고 강점을 부각시키려는 리더의 의도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강력한 인재로의 양성화가 가능하다.
만화가 이현세씨의 성공작, ‘공포의 외인구단’은  리더의 뛰어난 용병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낙오자로 버려진 사람들이 좋은 리더를 만나 천하무적 외인구단 용병으로 거듭나는 만화의 내용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누구보다 흠 많은 그들이어서,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절박감에 빠져봤던 그들이어서 외인구단 용병으로의 변신이 더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중요한 건 그들의 기적이 단순한 만화 속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그동안의 경험으로 확신하고 있다.
나 자신, 참으로 오랫동안 그런 리더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함께 달려온 사람들, 그들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크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만든 감격을 나누는 것에 자족하면서 이제는 저마다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남들보다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일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도 아니다.
다만 공연한 오해로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게 될까를 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처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당선인의 인사철학에 믿음을 보낸다.
좀 더 기다려 보자.                                                                     


                                                                  
 (2012.  12.  27) 
....홍문종 생각  

2012년 12월 16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내 친구, 이영훈 목사


내 친구, 이영훈 목사 

대선 일정 때문에 여전히 바쁜 주일,
의정부에 있는 본 교회 참석이 어려워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찾았다가 뜻밖의 호사(?)를 누렸다. 
그곳에서 당회장으로 시무 중인 친구, 이영훈 목사의 환대를 받은 것이다.
그와는 중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인연을  40년 우정으로 이어가고 있는 사이다. 
그리고 또 하나,  동창들로부터 가장  많은  성원을 받는 대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친구들 걱정의 정도에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내가   우선순위인 것  같기는 하다. 아무래도 정치를 하는 내가 더 위태로운 환경에 놓여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영훈 목사에  대한  동창들의 관심은  나를 향한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험한 환경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정치적 삶으로 척박하게 살아가는 나를  친구들은 늘 조마조마해 하며 걱정스런  눈치다.   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로서  교계를 이끌어가는 그에게는  존경어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여전히 소탈하고 겸손한 친구의 얼굴로 나를 반겼다.   다만 후광처럼 빛나는 아우라가 충실히 영적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달라진 그의 현실을 느끼게 했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성전을 가득 메운 신도들 앞에서 중 고등학교 동창이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라는 소개말로 기꺼이 우리의 오랜 인연을 알렸다. 그리고 힘 있게 전하는 말씀으로 내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 주었다. 나를 위한 설교가 아닌가 싶을 만큼 깊은 울림을 주는 설교는 신선한 자극으로 나를 일깨웠다. 예배를 마치고도 내 손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기를 축복해줬다.
나 역시 짧은 기도로나마 그가 영적인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잘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학창시절 명랑하면서도 수줍음 많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지만 교계의 거목으로 우뚝 선  친구가 진정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친구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내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우정이 내게 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2012. 12.17) 
 ....홍문종 생각  

홍문종 생각 - D-3


D-3


대통령 선거일이 3일 남았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D-day를 초조하게 기다린 기억이 없다.
학창시절, 입학시험 결과 발표를 기다릴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실패로 끝났던 중학교 입시는 장난처럼 임하느라 기다림이 뭔지  몰랐고,  치열한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입시 성적이 좋았던  대학  역시   기다릴 겨를을 주지않았다.  하버드 유학 때도 그랬다. 약간의 초조함은 있었지만 토플이니 학점이니 사전 심사를 통과해놓은 ‘믿는 구석’들이 내게 여유를 줬던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때라고 다르지 않았다.  초선 때는 뭘 몰라서 얼렁뚱땅 지나갔고   재선 때는 승기를 굳힌  선거 분위기에 휩슬려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탄핵의 와중에 고배를 마셨던  17대  때는  미리부터 다진 각오 때문인지  충격파가 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배지를 단 이번 19대 선거 때는 어렵지만 반드시 이길 거라는 확신 때문인지 여유로운 마음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다르다.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선거일을 꼽게 된다.
당 조직총괄본부장직을 맡아 책임감 있게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그 어떤 선거보다 긴장되고 결과에 신경이 쓰인다. 전국을 누비는 강행군에 지쳐 늘어지다가도 거의 반사적으로 긴장모드에 돌입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진영논리를 떠나 유권자 여러분께 간곡히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이 된다는 사실을 부디 직시해달라는 호소가 그것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추락하느냐를 결정짓는다는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정말 중요하다. 투표하기 전 어느 후보가 대한민국의 21세기 패러다임을 구축해낼 수 있는가를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야 한다. 변화와 개혁의 주자가 누구인가를 제대로 골라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조만간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할 선택의 시간이다.
어느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인지, 대통합 대통령인지,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유일한 대통령인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할 시간이다.  그렇기 위해선 학연 혈연 지연 등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를 좀 먹던 망국병을 질끈 떼어내고,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품고 있던 관습이나 철학도 미련없이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정말로 빈 마음으로 공평무사하게 공약도 따져보고 인물도 보고 또 그 주변을 살펴서 진정한 대통령 자격을 가진 후보를 선택하는 그런 선거과정이어야겠다.

앞으로 3일 남았다.
제대로 투표해서 변화와 쇄신의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가려내도록 하자. 그렇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세우는 동력으로 우뚝 서 보자.                        

(2012.12.15.)
...홍문종 생각

2012년 12월 6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사라진 신기루를 위한 묵념


사라진 신기루를 위한 묵념

 
드디어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어제까지만 해도 생각이 다르니 어쩌니 해가며 문전박대도 불사하더니 그동안의 방황(?)을 멈췄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하루 밤 사이에 전격적으로 전향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 안 전 후보의 어정쩡한 표정이 생각의 고리를 잇게 만든다. 
등 떠밀려 나온 이의 불편함이 역력한 표정이어서  웃고있는 건지  울고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포옹하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자들 요구에도  흔쾌히 문재인 후보에게 곁을 내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만 그런 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여러 사람이 같은 느낌을 말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안철수를 평가하기엔 나는 이미 편견의 소지가 많은 사람이다.
그렇더라도 그의 결론이 주는  실망이 크다. 지금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정치인생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정치판 생리에 준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숱한  정치판 인생들이 살려고 버둥거리다 소멸되거나 죽을 각오로 마음을 비워 살아남았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 새 정치 깃발을 들고 이 판에 등장했을 때부터 그를 지켜보았다. 그의 정치적 행보를 짚어가며  이럴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견줘보곤 했다.
 그 연장선에서 말하자면, 이번에 그는 철저히 죽는 쪽을 택했어야 했다.
나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새 정치 새 비전 깃발을 높이 들면 들수록 그는 기존 정치세력에게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그렇게 갈기갈기 찢겨 판을 끝낸 다음   예수의 부활처럼  새 정치를 견인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그는   스스로 놓아 버렸다. 

문재인 후보와 손을 맞잡고 대선 판 참견을 결정한 그 순간, 그를 에워싸고 있던 아우라는 사라졌다. 
 더 이상 새로운 정치를 주창할 수도, 메시아적 환상으로 국민을 열광시킬 수도 없게 됐다.
그렇게 끝난 이야기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나마 재기를 노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약속을 담은 (대체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되기 쉽지만) 계약서 작성이 아닐까 싶다. 물론 계약의 권리를 담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 아무런 대가없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요즘은 정치 9단인 국민들이 많다는 현실을 유념하면서) 표정연기도 필요하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하는 걸 보면 그가 이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혹자는 이런 말로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한다.
"안철수....깡통에서 호구로 전락한 불행한 사나이"
나는, ‘이전투구로 얼룩진 실패 확률 90% 짜리 격투기 한 판’이라고 안철수의 짧은 정치행보에 대한 관전평을 남기고자 한다.  더불어 이번 대선의 승패와 상관없이 서산너머 신기루처럼 막을 내려버린  안철수 현상에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다.                                                                      
     

 (2012. 12. 6)

 ....홍문종 생각

2012년 12월 4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TV 토론 유감


TV 토론  유감


나만 그랬을까?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착잡했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만  참석하는 토론회가 바람직하다는 처음 생각이  끝난 이후에는 '확신'으로 굳어질 만큼   아쉬움이  많은 토론회였다. 

어차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이기에  박후보에 대한  토론 시청 소감은 무의미하다.  박후보를 평가하지 않았으니 문재인후보에 대해  코멘트 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거고. 
그러나 이정희 후보는 다르다.
할 말이 많다.
토론 내내  과장된 몸짓으로 자기 확신을 강조하는 그녀의  무질서한 질주는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고  토론회의  품격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최고대학 학부를 나오고 국회의원을 지낸  경력이 무색할 만큼 그녀는 토론회  내내  본능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상식선을 저버린 막말로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저버렸다고 지탄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특히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거나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는 등  인격모독성 발언으로 유력후보를 자극하는 발언은  충분히 의도적이었다. 
무엇보다 대통령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전무한  후보가   토론회에 합류해서  실질적인 대통령 후보의 자질 검증을  방해하는  현상이 아쉬웠다. 

노동쟁의의 현장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 검증을 위한 토론자리인데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자신을  지지하는 1% 미만의 당원을  결집해서  하나로 만들려는 이정희 후보의 의도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분명 권리 방해다.   더구나 대통령 후보  타이틀을 달고  하는 행위로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 훼손을  제도적으로 인정해 준 꼴이 됐다.  이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물론 국민전체에 누를 끼친 셈이다.  

앞으로 두차레의 토론회가 남아있다. 
어차피 국민 세금으로 개최하는 토론회인데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정희 후보에게 부탁하고 싶다. 
자기 의견만  앞세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는 일도 더 없이 소중하다. 그리고 그 일은  타인에 대한 약간의 성의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부디 조금이라도 국민을 예우할  진정성이 있다면  박, 문 두 주요후보가 서로의 생각과 공약을 검증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처신을 바로잡기  바란다.    

(2012. 12. 4)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