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신기루를 위한 묵념
드디어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어제까지만 해도 생각이 다르니 어쩌니 해가며 문전박대도 불사하더니 그동안의 방황(?)을 멈췄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하루 밤 사이에 전격적으로 전향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 안 전 후보의 어정쩡한 표정이 생각의 고리를 잇게 만든다.
등 떠밀려 나온 이의 불편함이 역력한 표정이어서 웃고있는 건지 울고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포옹하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자들 요구에도 흔쾌히 문재인 후보에게 곁을 내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만 그런 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여러 사람이 같은 느낌을 말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안철수를 평가하기엔 나는 이미 편견의 소지가 많은 사람이다.
그렇더라도 그의 결론이 주는 실망이 크다. 지금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정치인생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정치판 생리에 준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숱한 정치판 인생들이 살려고 버둥거리다 소멸되거나 죽을 각오로 마음을 비워 살아남았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 새 정치 깃발을 들고 이 판에 등장했을 때부터 그를 지켜보았다. 그의 정치적 행보를 짚어가며 이럴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견줘보곤 했다.
그 연장선에서 말하자면, 이번에 그는 철저히 죽는 쪽을 택했어야 했다.
나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새 정치 새 비전 깃발을 높이 들면 들수록 그는 기존 정치세력에게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그렇게 갈기갈기 찢겨 판을 끝낸 다음 예수의 부활처럼 새 정치를 견인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그는 스스로 놓아 버렸다.
문재인 후보와 손을 맞잡고 대선 판 참견을 결정한 그 순간, 그를 에워싸고 있던 아우라는 사라졌다.
더 이상 새로운 정치를 주창할 수도, 메시아적 환상으로 국민을 열광시킬 수도 없게 됐다.
그렇게 끝난 이야기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나마 재기를 노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약속을 담은 (대체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되기 쉽지만) 계약서 작성이 아닐까 싶다. 물론 계약의 권리를 담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 아무런 대가없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요즘은 정치 9단인 국민들이 많다는 현실을 유념하면서) 표정연기도 필요하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하는 걸 보면 그가 이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혹자는 이런 말로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한다.
"안철수....깡통에서 호구로 전락한 불행한 사나이"
나는, ‘이전투구로 얼룩진 실패 확률 90% 짜리 격투기 한 판’이라고 안철수의 짧은 정치행보에 대한 관전평을 남기고자 한다. 더불어 이번 대선의 승패와 상관없이 서산너머 신기루처럼 막을 내려버린 안철수 현상에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다.
(2012. 12. 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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