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6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사라진 신기루를 위한 묵념


사라진 신기루를 위한 묵념

 
드디어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어제까지만 해도 생각이 다르니 어쩌니 해가며 문전박대도 불사하더니 그동안의 방황(?)을 멈췄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하루 밤 사이에 전격적으로 전향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 안 전 후보의 어정쩡한 표정이 생각의 고리를 잇게 만든다. 
등 떠밀려 나온 이의 불편함이 역력한 표정이어서  웃고있는 건지  울고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포옹하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자들 요구에도  흔쾌히 문재인 후보에게 곁을 내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만 그런 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여러 사람이 같은 느낌을 말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안철수를 평가하기엔 나는 이미 편견의 소지가 많은 사람이다.
그렇더라도 그의 결론이 주는  실망이 크다. 지금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정치인생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정치판 생리에 준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숱한  정치판 인생들이 살려고 버둥거리다 소멸되거나 죽을 각오로 마음을 비워 살아남았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 새 정치 깃발을 들고 이 판에 등장했을 때부터 그를 지켜보았다. 그의 정치적 행보를 짚어가며  이럴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견줘보곤 했다.
 그 연장선에서 말하자면, 이번에 그는 철저히 죽는 쪽을 택했어야 했다.
나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새 정치 새 비전 깃발을 높이 들면 들수록 그는 기존 정치세력에게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그렇게 갈기갈기 찢겨 판을 끝낸 다음   예수의 부활처럼  새 정치를 견인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그는   스스로 놓아 버렸다. 

문재인 후보와 손을 맞잡고 대선 판 참견을 결정한 그 순간, 그를 에워싸고 있던 아우라는 사라졌다. 
 더 이상 새로운 정치를 주창할 수도, 메시아적 환상으로 국민을 열광시킬 수도 없게 됐다.
그렇게 끝난 이야기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나마 재기를 노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약속을 담은 (대체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되기 쉽지만) 계약서 작성이 아닐까 싶다. 물론 계약의 권리를 담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 아무런 대가없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요즘은 정치 9단인 국민들이 많다는 현실을 유념하면서) 표정연기도 필요하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하는 걸 보면 그가 이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혹자는 이런 말로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한다.
"안철수....깡통에서 호구로 전락한 불행한 사나이"
나는, ‘이전투구로 얼룩진 실패 확률 90% 짜리 격투기 한 판’이라고 안철수의 짧은 정치행보에 대한 관전평을 남기고자 한다.  더불어 이번 대선의 승패와 상관없이 서산너머 신기루처럼 막을 내려버린  안철수 현상에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다.                                                                      
     

 (2012. 12. 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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