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9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그 어른, JP


 
 
JP를 만났다.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와 등가로 평가되는 흔치않은 정치이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모습이 반가웠다.
 
구순의 노구에도 기억력은 더없이 명료했다.
 
부친의 근황도 물으면서 경기 북부권 정치인에 대한 여러 기억들도 소상히 풀어냈다.
 
유학시절, 샌프란시스코 체류 경험을 얘기했더니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한 영화, 배우, 노래 등을 줄줄이 꿰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내밀하게 품고 있던 현대사의 비곡을 풀어내는 이유를 적극 밝히기도 했다. (실명을 거론해가며) 거짓이 난무해서 현대사를 제대로 증언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고 잠들기 전 가야할 길을 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43년 정치행로를 접고 무욕의 경지에서 더 없이 자유로워진 노 정객의 모습은 요즘 들어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재정립 중인 내게는 좋은 자극이 되었다.
 
특히 그 어떤 정치거목도 예외 없이 정치를 종료하는 시점이 존재한다는 것과 아무리 미화시켜도 종국에는 모든 궤적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정치의 본질을 깨닫게 된 건 큰 수확이다.
 
거기에 더 해 우리 정치가 역사적으로 북한의 동향,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감안한 생존과 도약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는 현실 인식까지.
 
그러나 '나이 90이 되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 헛살았다'는 그의 소회는 오래도록 생각을 머물게 한다. 9선 국회의원, 4개 정당 대표, 두 번의 국무총리를 역임하고도 정작 대통령의 권좌에 오르지 못한 회한은 아닐까, 이런 저런 추론이 자꾸 되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할 것 같다.
 
오늘 날 대한민국 토대 구축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당사자의 자부심이 아직은 모두에게 통하는 것 같지 않다.
 
실제 영원한 2인자, 정치 9JP의 노회한 처세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상태다.
 
다만 그런 상황이 역동의 기로에 선 이 시점에서 정치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내게 반면교사가 되고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적어도 훗날 역사적 평가에서 호평을 받으려면,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의 적임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성찰과 노력으로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정보를 얻었으니 말이다.
 
 
의미있는 궤적을 남긴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정치 여정을 종료하게 될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부디 이 다짐을 어여삐 여겨 응원해 주시길.

(2015, 7. 19)
 
...홍문종 생각

2015년 7월 3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드디어 무혐의 결정을!!



드디어 무혐의 결정을!!

 
 
오늘 드디어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났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텔레비전을 통해 '무혐의'라는 검찰 발표를 접하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압박과 설움에서 풀려난 해방감이 생각보다는 덜 드라마틱해서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제 인생에 끼어든 불청객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지난 몇 달 동안 지옥을 헤맸습니다.
 
압박과 설움에 짓눌려도 아프단 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고 보낸 그 시간들이 아득합니다.
 
그러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저항할수록 조여드는 올무의 횡포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외로워지는지 또 무기력해지는지 말입니다.
 
 
그 따가운 눈총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언론과 야당은 그렇다고 쳐도 지인들의 달라진 시선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떳떳하다고 결백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버선목처럼 뒤집어 진실을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 앞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연로하신 부모님의 눈물이었습니다.
 
평생을 무릎이 닳도록 자식의 성공을 간구했던 부모님께 못 볼꼴을 보여드렸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정치하는 남편과 아버지 때문에 늘 많은 것을 감내하고 있는 식구들 대하기도 민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죄의 징표'를 쥐고 나설 수 있게 되었으니 정말 기쁩니다.
 
웃으면 웃는다고, 찡그리면 찡그린다고 온갖 억측으로 닦달 당하며 가슴앓이 하던 지난 설움을 다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역시나 세상에서 진실보다 확실하고 강력한 무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필귀정을 생각하며 인내하길 잘했지 싶습니다.
 
 
덕분에 많이 단단해졌습니다.
 
이제는 어떤 풍파에도 두려움 없이 저의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입견으로 지레짐작하고 역지사지하지 못했던 부족함을 채워 정치적 토대를 마련하는 호기로 삼겠습니다.
 
역대 어느 대선 보다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는 이 자부심을 바탕으로 더 이상 손가락질 받지 않는 정치판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저 혼자가 아닌 여러분 모두와 함께 그 일을 이뤄낼 수 있게 되길 열망합니다.

(2015. 7. 2)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