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1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To be or not to be?”

“To be or not to be?”
 
세익스피어 선생의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결단의 시간마다 깊어지는 고뇌로 망설임이 많았던 햄릿은 우유부단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됐다. 신중함에 대한 평가가 없지 않지만 갈수록 신속한 결정과 대응이 요구되는 시대적 상황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인물상인 게 사실이다.
 
 
난데없이 햄릿을 떠올린 건 나 역시 햄릿형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서다.
 
결론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주변의 품평도 듣고 있는 바다.
 
굳이 해명하자면 사회적 위치와 연륜이 깊어지면서 아는 것과 보이는 게 늘어난 이유도 있다.
 
확실히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 고려하는 변수가 예전보다 다양해졌다.
 
실제 결정 이후의 파급효과를 분석하면서 고민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그 분석에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 인류까지 포함하는 오지랖이니 오죽할까 싶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말로 다 못한다.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들고 또 외로운 일이다.
 
나만 해도 도망가고 싶었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로 하여금 수없이 만약에를 되뇌게 했던 A의 경우를 생각한다.
 
당시 당 사무총장이었던 나는 개인적으로 친했던 A를 공천에서 제외시켰다.
 
그 결정이 나 개인과 주변의 이익과는 부합되지 않았지만 당과 국가를 위해 불가피했다.
 
덕분에 그때의 섭섭함을 털어내지 못한 관계인들과는 아직도 서먹한 상태다.
 
가족의 미래와 꿈을 짓밟았다는 A가족의 절규은 지금도 내 귓가를 맴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로 돌아가 다시 결정하라면 나는 여전히 같은 선택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만큼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다.
 
반면 당사자는 물론 나와 내 주변 그리고 당을 위해서도 잘 된 케이스로 공천을 받았던 B의 경우, 여전히 그 때의 결정에 후회는 없지만 불행해진 그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차라리 공천에서 떨어졌다면 그에게 또 다른 미래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동병상린일까.
 
햄릿의 망설임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것 같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포함한 국가의 주요 결정들을 바라보는 눈도 많이 순해졌다.
 
우선 당장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해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했을 결단의 순간, 밀려드는 그 고독의 무게를 알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추종자는 물론이고 사익까지도 철저히 배제한 그 깊은 충정의 배경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결국은 정치권에 몸 담고 있는 한 너나 없이 반복해서 겪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
 
 
더 기민하게 후회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내공을 키우겠다.
 
다만 주어진 '내 길'을 가는 동안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하다.
 
그저 지켜봐 주시는 눈길 만으로도 불끈 힘이 날 것 같다



 (2015. 10. 8)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