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6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Go on!

이른 시간 조찬모임을 시작으로 국회, 행사장, 방송국 등을 오가며
사이사이 면담일정에 쫓기다 보면 어느 새 날짜 경계를 넘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적 영역을 위해 할애할 여유는 없는 삶.   
대부분 대동소이하게 반복되고 있는 정치인의 현실일 것이다.
나름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삶의 증표라 자위하지만 생각이 깊어질 때가 있다.
거기에 진정한 는 얼마나 담겨있나...하는 의식 때문이다.
 
정치인의 이름을 걸고 살아온 지 어언 20.
어릴 적 장래희망선택까지 동원하자면 반백년 넘은 이력이다.  
숙명이라 여겼기에 묵묵히 그 길을 걸어왔다. 
아프고 써도 흔들림 없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오늘은 덜컥 발목을 잡힌 기분이다.    
​상배한 노정객의 상가 풍경이  단초가 된 걸까?
아쉽고 허무한  감정들과 한덩이로 어울려  삶의 뒤안길을 돌아다 보게 된다.

동안 참 바쁘게 달려왔던 것 같다.
실제 언제 한번 맘먹고 온전하게  나 자신을 설명한 기억이 없다.   
그 때 그 때 겨를 없이 처신에 급급한  환경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도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이들이 넘치는 건 아이러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입증하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노랑색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빨강색으로 홍문종을 '창조'한다.
그 중에는 내 스스로 만들어 낸  결과물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모두가  낯선  모습, 내가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뜨겁다.
홍문종,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살고 있어요
이렇게 ​목소리 높여 외칠 수  있고  얄팍한  잇속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
이  순간, 내 삶의 목표와 신념, 비전을 에너지 삼아  가던 길을 가겠다 다짐도  하고 있다.   
노랑색도 아니고 빨간색도 아닌, 홍문종의 온전한 민낯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다.   
 씩씩하고 명료하게  깨어 있겠다.                             (2015. 2.25)    

                                                                     ....홍문종 생각                                     

2015년 2월 23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대화의 위력

설 명절이 세대 간 대화단절로 갈수록 삭막해진다는 걱정이 넘치고 있다.
실제 명절 때마다 가족 간 반목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죽하면 설 연휴 걱정거리 1순위로 잔소리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라는 조사결과까지 나올까 싶다.
가족구성원의 경험이 다양해지면서 초래된 변화에 그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다.
세대 간 수직적 통제가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가족경영이 급속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약화된 탓이 크다.
어른들은 어른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고 어른말씀을 경청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가 못마땅하다반면 젊은이들은 개인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어른들의 일방적 압박이 비합리적이라는 불만이다.
​​
​우리 집도 비슷한 풍경이다.
조상, 국가, 민족을 화두로 한 아버지의 말씀이 점점 더 장대한 스케일로 반복되면서 가족공동체보다는 개인적 영역을 중시하는 아이들과의 간극을 벌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면 일단 알겠다고 수긍하라고 타이르지만 별 효험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다 설날 아침 본가에 들렀다가 해법을 찾았다.  
거실에 걸려있는 동양화(김학수 화백께서 부모님 결혼선물로 그려주신 작품) 2점에 얽힌 내력에 대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서다.  
잠깐 동안의  소통이  순식간에 세월의 간극을 좁히는 현실을 눈 앞에 펼쳐냈다.   
수 십 년 동안 모르고 있던  사실을  내게 일깨우면서   대화의 위력을 절감시킨 것이다.      

아버지 설명에 따르면 그 중 소나무에 두 마리 학이 앉아있는 작품은 멀리서 보면 화면전체가 사람얼굴 형상인데
그림 속 '祝' 자와  더불어   결혼을 축하한다는 작가의 의중이 담겨 있다.
또 하나는 대한민국 지형을 무궁화 꽃으로 장식한 작품인데 인연이 없을 뻔 했다. 당초에는 표구 대금지불 문제로, 이어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와중에 미처 그림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중에 그림의 행방을 묻는 김 화백께 이실직고 했더니 너무 급해서 흡족하지 않았는데 정성껏 그림을 그려주라는 뜻인가 보다라며 똑같은 그림을 다시 그려주셔서 소장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수 십 년 동안 무덤덤하게 지나치던 그림이 갑자기 애틋해지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 현실이 놀라웠다.
   
그 와중에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을 챙겼다.     
"할아버지 마음을 읽기 위해 조금만 더 인내하고 노력해 보렴.
그러면 조만간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고... 가족의 놀라운 역사와 은밀한 비밀을 통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더불어 공유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상대를 멀리할수록 모호한 암호만 무성해지고  해석 기능은 갈수록 퇴화되는 현실도 반드시 기억하길."                    (2015. 2. 22)  
  ​                                                                                     ...홍문종 생각  

  

2015년 2월 19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인연

엊저녁, 모처럼 두 분의 전직 총리를 만나 만찬을 나눴다.
오랜만이었는데도 편안하고 따뜻했다.
하버드 교정에서 동문수학하던 시절의 정겨움이 고스란히 되살려지는 느낌이었다.
오래 묵은 관계가 주는 일종의 특전인가 싶었다.
실제  서른 나이를 목전에 두고 있던 80년대 초반, 각각 30, 40대였던 그들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는 이내 친숙해졌다.
서로 다른 세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자주 식사도 하고 테니스도 치며 교감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함께 한 추억으로 책 한권은 너끈히 꾸밀 정도로 말이다.
 
두 분 다 대한민국 요직을 두루 거친 고위직 공직 출신 답게  국정 전반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현실 정치에 몸담고 있는 내게는 자극을 주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팔순을 앞두고 있는 A가 오랜 경륜에서 묻어나는 혜안으로 건재한 노익장을 발휘하는 모습이 반가웠다. 아직은 공직영역에서 활동할 역량이 충분한 B의 흐트러짐 없는 처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동계올림픽을 남북이 분산 개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해 걱정이라는 조언이 가슴에 와 닿았다. 여러 면에서 대한민국이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호기인데 진전이 있을 때마다 남북관계가 경직되곤 한다는 안타까움이었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인력부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대통령 주변부에 대한 걱정도 빠지지 않았다.   
대통령께서 정치그룹이 아닌 일반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긴장을 푸실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대통령 직무 특성상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발생하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토로였다.
 
박정희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경험을 들어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A 전 총리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은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난 이후 10년이 진정한 의미의 통치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의 업적이 박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도록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하는 5년 단임제 보다는 이원집정부제가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개진했다. 다만 5년 단임제 개헌은 시기적으로 이번 정권에서 어렵게 됐다고 판단하는 듯 했다.
공직자 윤리의식도 도마 위에 올랐고 후진성을 벗지 못하는 정치현실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공직자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라는 대의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각오가 우선돼야 하는데 정치적 편견에 공직자의 순수성이 왜곡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공직과 사직을 오가며 권력과 재물을 양손에 쥐고 천수를 누리던 모씨의 경우를 들며 개탄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인간은 자기를 알아주는 존재를 통했을 때 만개할 기회를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B의 조언이 귀에 쏘옥 들어왔다.
이 순간 나를 알아줄 사람은 누구고 또 내가 알아줘야 할 대상은 누구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실제 그 자신 52세 때 공직에서 잠시 물러났을 적에  A가 이끌어주는 인연의 힘으로 승승장구했다는 B의 발언은 그의 공직 이력을 보면 결코 과장된 게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정상은 쉽지 않다.
두 분과 헤어져 돌아오는 내내 나를 사로잡은 화두였다.
​그러면서 뭔가 단단한 중심이 세워진 듯 며칠 사이 혼란스럽던 기운이 싹 가셔있었다.
 마치 큰 선물을 받은 듯.  
​상서로운 청양의 해라더니 좋은 징조다...                (2015. 2.18)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