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3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대화의 위력

설 명절이 세대 간 대화단절로 갈수록 삭막해진다는 걱정이 넘치고 있다.
실제 명절 때마다 가족 간 반목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죽하면 설 연휴 걱정거리 1순위로 잔소리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라는 조사결과까지 나올까 싶다.
가족구성원의 경험이 다양해지면서 초래된 변화에 그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다.
세대 간 수직적 통제가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가족경영이 급속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약화된 탓이 크다.
어른들은 어른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고 어른말씀을 경청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가 못마땅하다반면 젊은이들은 개인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어른들의 일방적 압박이 비합리적이라는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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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도 비슷한 풍경이다.
조상, 국가, 민족을 화두로 한 아버지의 말씀이 점점 더 장대한 스케일로 반복되면서 가족공동체보다는 개인적 영역을 중시하는 아이들과의 간극을 벌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면 일단 알겠다고 수긍하라고 타이르지만 별 효험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다 설날 아침 본가에 들렀다가 해법을 찾았다.  
거실에 걸려있는 동양화(김학수 화백께서 부모님 결혼선물로 그려주신 작품) 2점에 얽힌 내력에 대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서다.  
잠깐 동안의  소통이  순식간에 세월의 간극을 좁히는 현실을 눈 앞에 펼쳐냈다.   
수 십 년 동안 모르고 있던  사실을  내게 일깨우면서   대화의 위력을 절감시킨 것이다.      

아버지 설명에 따르면 그 중 소나무에 두 마리 학이 앉아있는 작품은 멀리서 보면 화면전체가 사람얼굴 형상인데
그림 속 '祝' 자와  더불어   결혼을 축하한다는 작가의 의중이 담겨 있다.
또 하나는 대한민국 지형을 무궁화 꽃으로 장식한 작품인데 인연이 없을 뻔 했다. 당초에는 표구 대금지불 문제로, 이어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와중에 미처 그림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중에 그림의 행방을 묻는 김 화백께 이실직고 했더니 너무 급해서 흡족하지 않았는데 정성껏 그림을 그려주라는 뜻인가 보다라며 똑같은 그림을 다시 그려주셔서 소장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수 십 년 동안 무덤덤하게 지나치던 그림이 갑자기 애틋해지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 현실이 놀라웠다.
   
그 와중에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을 챙겼다.     
"할아버지 마음을 읽기 위해 조금만 더 인내하고 노력해 보렴.
그러면 조만간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고... 가족의 놀라운 역사와 은밀한 비밀을 통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더불어 공유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상대를 멀리할수록 모호한 암호만 무성해지고  해석 기능은 갈수록 퇴화되는 현실도 반드시 기억하길."                    (2015. 2. 22)  
  ​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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