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0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검증인가, 음해인가



검증인가, 음해인가


대선의 계절, 대표 주자를 가르는 여야의 경선 현장이 열기로 가득하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치열함으로 치자면 삼복의 폭염이 무색할 정도다.
후보 검증을 명분으로 한 ‘뭇매’가 매서워지는 것도 자연스런 풍경이 되고 있다.  특히 선두주자에 집중되는 검증의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켜보는 입장에서조차  위태로움을 느낄 만큼  참혹하고  살벌한 검증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직위에 오르기 전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하물며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야 말할 나위 없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겸허해지도록 다듬는다는 점에서  검증의 순기능이  더더욱 돋보이는 과정이라  하겠다. 또 직무수행에 있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부분도 검증의 긍정적 평가를 공고히 해주는 배경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상대후보를 음해하는 ‘무책임’까지 허용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추문을 동원해서 경쟁자를 끌어내리려는 일부의 몰지각한 시도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정당한 경쟁보다는 비정상적 수단으로 상대의 우위에 서고 싶은 비열한 욕망이 분출되는 뒷모습이 그렇게 추할 수 없다. 종종 그 빤한 속셈이 스스로를 저격하는 부메랑으로 되돌려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도 근절될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다.  
한번쯤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검증을 빙자한 음해가  대선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모월간지 인터뷰를 통해 대선주자로 나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비방했다가 곤경에 처한 김현철씨 경우만 해도 그렇다. 유력 대통령 후보를 추문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놓고 꿀 먹은 듯 침묵을 지키고 있는 그의  분별없는 행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다가 인터뷰 당시의 녹취록이 존재한다는 말에 태도를 달리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으니 대통령 자제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생겼다.  해당 언론사는 이미 ‘정정보도문’을 통해 그의 무책임한 처신을 기정사실화 시킨 마당이다.
그런 그에게서 잦은 실언으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는커녕 저자거리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인 그의 부친의 모습을 보게 된다.  당분간 닮은꼴 명성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으니 누굴 원망하겠는가.  순전한 자업자득인 것을. 
그 부끄럽고 안타까운 현실을 어찌 처리할지 알 수 없지만 답답한 일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도 있고 문제점도 따르게 돼 있다는 지론을 펼치던 정치권 선배를 생각하게 된다.  상대방의 실수나 잘못을 까발려 얻는 정치적 이득은 일시적일 뿐이니 미련을 두지 말라던 그의 조언이 절실하게 와 닿은 요즈음이다.  
오로지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상대방의 장점과 경륜을 높여서 얻는 에너지가 참된 저력이라는  경구는 아무런 자극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챙기지 않는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조언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긍정의 에너지를 모아 사회전체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   모두가 함께 동참하다 보면  어느 결에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해처럼 품고 있다.  

여야 합쳐 열 명이 넘는 후보군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선거판에서 다시 세상을 본다.
너나없이 오점과 실수로 점철된 삶이 거기 있기에 희망의 매듭도 다시 다질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리 험한 정치판이라도 남의 약점이나 실수를  득점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  설자리가 없도록 만들면 된다.   사사로운 이해득실에 양심을 팔 게 아니라 타인을 격려하고 북돋아주는 에너지로 주변을 챙기는  관심과 배려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가치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일인지  깨닫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가뜩이나 정신없는 판인데  숨겨둔 자식이 있네 없네, 재산이 많네 적네  하는 네가티브로 혼탁한 세상,
뛰어난 능력이나 정책의 차별성으로  국민의 화합을 설득할 수 있는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2012.  7.30) 
...홍문종 생각

2012년 7월 16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선공후사


선공후사 


체포동의안 파동으로 뒤숭숭해진 당내 분위기에 모두들 무거운 마음이었다.
오늘만 해도 삼삼오오 모여 당의 진로를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정치 고참이라고 대책을 구하는 질문으로 전화기에 불이 나지만 마땅히 내놓을 답이 없는 내 처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누구는 책임 소재를 따지고 누구는 해명하고 또 누구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발뺌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수습책은 안중에 없다는 듯 저마다 자신만 옳고 상대방은 다 틀렸다는 수런거림으로  어수선함만  더하고 있었다.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인 것을.

대선의 계절, 대통령 후보를 돕겠다고 뜻을 모은 집단에서도 비슷한 혼란을 본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선공후사의 균형 감각이 아쉽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사감이 앞서다 보니 힘을 합하기는커녕 사소한 동기로도 불화하는 모습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잦다.  함께 하는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상대의 허점을 끄집어내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은 큰 고역이다.   이해 불가다.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뛴다는 사람들이 본인 선거도 아닌데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민폐를 아랑곳 하지 않는다.   
최근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인간관계를 개선했다.   여전히 내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해에 응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내가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그 쪽도 밀고 있었던 것이다.
대세를 그르칠 수 없다 생각하니 저절로 사감이 접혀졌다.

祁黃洋(기황양)은 춘추시대 晉(진)나라 때 인물로 평소 공명정대한 일처리로 칭송이 자자했다.   
왕이 현령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천거해 달라고 하자  원수지간이던 解狐(해호)를 추천한 일화는 후세에 깊은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  왕이 현령자리의 적임자를 물었지, 자신과 원수지간인 인물을 물었던 게 아니라며  사사로운 정을 개입하지 않았던 그의  ‘선공후사’ 정신이야말로  오늘 날 정치 근간에 필요한  핵심 가치가 아닐까 싶다.
정두언 의원의 신병처리 당시 공과 사를 가리는 경계선에서 의원들이 느꼈을 갈등의 무게는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표를 던졌건 찬성표을 던졌건 그로 인한 정신적 압박이 상당했을 건  명약관화다. 
그런 측면에서 차제에 공과 사를 가리기 위해 이런 판단기준은 어떨지 팁으로 제안하고 싶다. 
개인적인 기쁨이나 성향, 욕심 등이 우선시 될 때는 사적인 입장으로, 받아들이기 버겁고 장엄하고 고민이 크면 공적인 기준으로 처리하면 어떨까. 

정두언 의원에게 기양황의 결단을 바란다면 무리일까.
그의 선택에  따라 우리 모두 승자가 될 수 있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그가   기양황의 처신을  해법 삼아 헝클어진 주변을 수습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이 처한 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좀 더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으로  모두가 편안해지는 승리를 선택하자는 것이다.
이는 찬성표를 던진 이들이나 반대표를 던진 이들이나 모두에게  명분을 주는  길이기도 하다.
 체포동의안을 찬성한 이들에게는 우리의 선택대로 정의원이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임함으로써 국회와 새누리당과 국회의원의 자존심을 잘 살릴 수 있게 됐다는 자부심을 주고,  부결표는  정의원의 올바른 처신(검찰 자진 출두 등)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체포동의안을 제출해서 국회 전체를 망가로 만든 검찰을 질타하는 자존 차원의 표시였다는 명분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의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모름지기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던  이순신 장군의 결기를  기억하라는 당부가 그것이다.  
                                                                                    
(2012. 7. 15)
 ...홍문종 생각

2012년 7월 14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체포동의안 파동

체포동의안 파동


심금을 울리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박주선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가결되고 정두언 의원은 구명됐다.
박 의원과 정 의원 케이스를 같은 잣대로 재단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이 소탐대실 징후를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실제로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둘러싸고 이는 후폭풍 파장이 거세다.
우선 당장 싸늘하게 돌아선 민심이 아프다.
불 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천명한 쇄신 의지가 공수표로 돌아간 만큼 마땅히 감내해야 할 우환이긴 하지만 곤혹스럽다.


이번 표결에 참가한 의원 중, 과연 몇 명이나 정 의원 건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싶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진실을 알려는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여건이기에 정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를 주도하는 몇 몇 의원들의 적극적인 주장이 판을 주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 칼날 앞에 파리 목숨 신세인 국회의원의 현실’ 등 감성을 자극하는 화법이 다수의 불가표를 유도한 정황이 역력하다. 19대 국회만 해도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수가 80명이 넘는다니 무리한 짐작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구든 검찰의 체포동의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모 의원의 협박성 읍소가 통할 수 있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

나는 정두언 의원을 잘 모른다.
아니 가까이서 그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와 나는 같은 3선이지만 이번 19대 국회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그러나 분명히 아는 건 이상득, 최시중, 천신일 그리고 박영준과 더불어 MB 정권을 창출한 대표공신이라는 사실이다. 또 영화의 세월을 누린 공신들과는 달리 그 자신만 ‘불행했다’고 항변하지만 세간은 ‘독야청청’ 하다는 그의 주장에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것도.
정 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원하지도 않고 부결되길 바라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불체포 특권이 영장 기각으로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체포 동의안 처리 직전 의총이 열렸지만 당론을 유출해내지 못했다.
시간도 촉박했고 방법에도 아쉬움이 많았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촉박함 속에서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당사자를 앉혀두고 그에 대한 신상처리를 논의한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다. 한 정치인의 정치생명은 물론이고 국회 전체 위상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해법을 위한 좀 더 신중한 노력이 있어야 했다.
특히 합리적인 사전 설명이 없었던 점도 아쉽다.
해당 사건의 담당 판사나 검사를 국회에 초치해서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배경을 들어보거나 관련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 도움 기회를 가졌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미련이 남는다.
외람되지만 국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초선의원들에게 있어 ‘국회경시, 경각에 놓인 정치생명, 검찰 협박’ 등의 극단적 단어들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에 치우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이다.
박지원 대표의 덫에 걸려있는 민주당에서도 ‘이게 웬 떡인가’ 하는 심정으로 반대표를 던질 개연성이 충분하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 상상 속 장면이다.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이끌려 투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 의사당을 빠져나와 국회 주변을 맴돌았다.
투표결과는 나중에 비서가 보낸 문자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예상했던 대로였다.

나는 국회의원이다.
그리고 사람이다.
그리고.....

(2012. 7. 12)
....홍문종 생각

2012년 7월 11일 수요일

홍문종생각 - 추억의 힘


추억의 힘

  
 


확실히 추억은 힘이 셌다.
저마다 살아온 삶의 공간이 순식간에 동화되도록 만드는 저력이 있었다.
추억 앞에서는 오랜 세월도,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도 아무런 걸림돌이 아니었다.
오늘, 중학교 때 은사님을 모시고 선배인 김한길 의원과 함께 점심을 나눈 자리를 통해 더 깊이 절감한 사실이다.
김한길 의원과는 2년 편차로 같은 은사님을 담임선생님으로 모신 인연이 있다.  
우리들에게 도깨비 선생님으로 더 유명한 장신재 선생님이 그 주인공이신데  오늘 점심도 그 독특한 인연이 작용한 자리였다.    언젠가 김 의원이 지면을 통해 ‘장 선생님을 존경하는 은사님’으로 회고한 사실을 떠올린 내가 왜 한 번 안 모시느냐고 김 의원을 압박(?)해서 엮어낸 것이다.

“아직도 불량 잡지를 애독하고 있나?”
매 해 스승의 날이면 찾아뵙는 나와는 달리, 김 의원과는 실로 오랜만인 선생님은 옛 제자를 만난 반가움을 그런 추억의 언어로 표현하셨다.  이에 질세라 김 의원도 자신의 불량잡지 수난사를 걸쭉하게 펼쳐놓는 것으로 우리 모두를 추억의 공간으로 이동시켰다.  까마득한 까까머리 시절 이야기들이 손에 잡히는 가까움으로 우리들의 해후를 기름지고 풍성하게 가꾸어 주었다.
‘틀에 박힌 사고로는 큰 인물이 되기에 부적합하다’는 선생님 지론이 김 의원의 학창시절 무용담에 불을 지폈다.   그가 조금은 난해하게 보낸 그 시절을 신명이 나서 풀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김 의원은  자유로운 영혼 덕분에 여러 번 퇴학당할 뻔 했던 위기와 그런 자신을 지켜주셨던 선생님들, 특히 장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경직된 대한민국 교육 풍토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하는 자부심도 얼핏 내비쳤다.


정치적 입장이 달랐지만  척척 죽이 맞는 건 이   역시  추억의  힘일까  싶었다.   
오후 본회의 일정에 예정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건만 해도 신기할만큼 이견이 없었다.  지난 번 당내 선거에서 아슬아슬한 표차로 당대표를 놓친 김 의원에게 느끼는 동병상련이  한 몫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당원선거에서 다 이겨놓고 모바일 선거 때문에 밀려난 그나 역시 당심에서 이기고도 여론조사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나의 처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각기 미국에서 10여년 넘게 체류한 또 다른 경험이 우리의 대화를 풍성하게 이끄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가 본 미국의 저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고준담론이 거침없이 이어졌다.
번개처럼 지나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어느 모임보다 유쾌한 한 때였다.

점심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데 김 의원이 “내가 당대표가 됐으면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대선판에서는 조직본부장이 꽃이니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선배로서의 따뜻한 정을 보였다.
차를 타고 떠나기 직전에는 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 의원 자신도 그동안 엄청 많은 정치적 사선을 넘어 왔는데 그나마 이 정도 살아있게 된 건 수많은 사람들의 견제와 시기, 모함 덕분이었다고, 그런 갈등과 아픔을 정치적 자산으로 생각한다는 고백이었다.
아마도 나 역시 그런 정치적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으니 그럴 경우 긍정적 에너지로 바꿔 활로를 찾으라는 나름의 조언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의 말을 가슴에 담았다.
오늘의 점심은  근래 들어 가장 비정치적인 자리였는데  가장 심오한 정치적 수사를 건진 셈이다.  
                    
                                                                                      
(2012.7. 9)
....홍문종 생각

2012년 7월 4일 수요일

홍문종생각 - 권불오년


권불오년


현 정부가 출범 하고 얼마 안돼서부터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얘기가 있었다.
이 정권이 끝나면 대통령 큰 형이 검찰 소환 1호가 될 거라는 예측이 그것이다. 
실제로 ‘영일대군’ ‘상왕’ 등으로 통하던 대통령 장형의 눈부신 활약(?)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단골메뉴였다.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믿기지 않은 이야기들이 세간을 돌아다닌 게  사실이다.
그렇게 무소불위 권력의 대명사 격이었던 사람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카메라 후레쉬 세례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소통령’ ‘홍삼트리오’ ‘봉하대군’ 등 역대정권의 굴절된 모습과 어쩌면 그리도 닮아있는지, 자괴감이 앞선다. 
'가슴이 아프다'며  대한민국 정치의 척박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한   그의 초라한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가슴이 아프다는 그의 말은 진실일 것이다.    악순환의 굴레가 고스란히 답습되는 아이러니한 역사의 아픔이  그를  건드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정작  온 국민이  자신의  동문서답에 분개하는  현실을 알지 못하는 그의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곰곰이 따져봤더니 선거자금을 조달하는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다.
현재 법적으로 허용되는 선거비용이 대단히 비현실적인 규모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정치자금 관련 범죄는 과도한 선거자금 규제로 인한 일종의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저히 선거를 치룰 수 없는 여건임에도 ‘법대로’ 밀어붙이는 자체가 권력형 비리를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권력형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이들이 한결같이 ‘결백’을 주장하며 죄의식보다는 당당한 표정을 짓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제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 독성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엉뚱할지 모르지만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대통령 후보들이 정치자
금을 걷고 쓰는데 좀 더 자유를 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선거자금 조달이 허용된다.  때로 미국 경제를 거덜 낼 정도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모으고 지나친 홍보비와 인건비 지출이 문제 시 되긴 하지만 투명하고 치밀하게 양성화 된 방식이어서 우리 같은 ‘그늘’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이 뿌려지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법적으로 허용된 대선자금만으로 도저히 선거를 치룰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대선 때마다 범법을 조장하는, 비현실적인 법 규제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한다.
대통령 선거환경의 변화 없이 자금이 됐건 사람이 됐건 합리적이지 않은 현실 압박으로 그 방법을 찾으려 한다면  정권말기마다 반복되는 대통령의 측근비리 시리즈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의 후원금을 관리하는 열쇠를 바꿔보자.
정치후원금에 대한 규제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측면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 부분만 조금 손질해도 권력이 감옥행 티켓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은밀하게 거래되던 대선 자금을 양성화 시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찌 되었건 나락으로 떨어진 ‘권불오년’의 현실이 처연하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마음껏 존경하고 자랑할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을 갖게 될수 있을까?
지탄을 받으며 초라하게 퇴진하는 모습이 아닌, 아쉬움 속에서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의 뒷모습을 진정 보고 싶은 건 나 하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2012. 7. 4)
...홍문종 생각

2012년 7월 2일 월요일

홍문종생각 - 개원(開院)


개원(開院)


드디어 열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19대 국회가 굳게 닫힌  빗장을 풀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나선 것이다.  
첫 순서로 강창희 국회의장 등 의장단을 선출하고 뒤를 이어 국회의장과 대통령이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는데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두 주역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아마도 둘 사이를 극명하게 가르는 ‘현실의 무게’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한 쪽은 이제 막 절정의 고지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고 다른 한 쪽은 급파란 내리막길을 향해 허둥거려야 하는, 운명의 엇갈림을 바라봐야 하는 부담감 말이다.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로 표현하면 정황 설명이 더 쉽게 되려나.


오늘 국회의장에 당선되어 상기된 얼굴로 단상에 앉아있는  강창희 의장을  보는데.  그를 한껏  부풀렸을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괜한 감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원내에서 함께 했던 순간(한일축구연맹 일원으로 함께 가마모토를 협공하던 기억이 난다)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절치부심하며 원외의 설움을 다스리던 동병상련의 순간이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장 8년 세월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인연인가. 
특히 1년 전 경기도 집회현장에서 축사를 마치고 허름한 점심을 나누던 추억과 그의 집에 초대받아 손수 마련해 준 저녁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또 한 사람.
4년 전과는  너무 달라진 위상으로 다시 국회 의사당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의 연설이 계속되는 20여분 동안  누구도 연호하거나 박수치는 사람이 없었다.  58차례의 박수가 이어졌다는 18대 국회 때와는 현격히 달라진 분위기였다. 전 세계 외교사절과 국빈을 모신 자리인 만큼 나라도 예우해 드려야겠다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우선은 혼자 튀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냉랭하게 가라앉은 장내 분위기가 더 큰 장애였다.  검찰 소환을 앞둔 형님 근황까지 더해져 비정의 극치를 보는 듯 했다. 몰락하는 권력에는 정말로 날개가 없었다.
15대 국회 때 처음 국회에 들어온 인연, 나란히 참석해 축사를 했던 동문모임, 경기도당 위원장 시절 서울시장이었던 그와의 점심식사, 그 밖에 청와대에서의 만남 등 이런 저런 인연들이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옛말과 함께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오늘 나는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두 사람의 연설을 듣게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 역시  과거 인연의 자락을  함께 했을 때  국회의장과 대통령 신분으로 조우하게 되리라고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와 강창희 의장,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이렇게 펼쳐지듯 강 의장과 이 대통령, 두 사람은 어떤 형태의 인연으로 서로를 묶고 있을까 묻게 된다.   세월이 많이 흐른 어느 날, 두 사람은, 그리고 나와 그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될까? 그런 호기심도 하릴없이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인이 인간 본연의 삶을 향해 던진 이 질문은 그림이나 노래로 거듭나도   대중적  인기를 끌 만큼  영원불멸의 테마임에 틀림없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에서 인연의 형태를 되짚는 궁금증으로 복기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흔한 얘기지만 등산보다는 하산이 더 중요하고 어렵다는 조언을 실천하기가 용이치 않은 현실을 간과하기 쉽다. 앞선 이들의 족적에서 너무도 분명히 확인되는 사실임에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되는 것도 우리 인간의 현실이다.
누구는 등산을 위해 첫걸음을 떼었는가 하면 또 누구는 정상을 찍고 환희에 찬 포효로 산을 울리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이들의 미래 영역을 이미 다 경험하고 종종 걸음으로 하산을 마무리 지으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한들  앞선 이들의 삶보다 훨씬 더 알차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희망과 비전으로 올곧게 자신을 무장한다면 스스로가 원하는 인생 궤적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가 정한 목표는 그  끝이 어디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왜 우리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말로가 험한지 모르겠다”
왕따 당한 대통령이 본 회의장을 떠난 후 그 뒤를 따라 퇴장하는데 귓전을 울리는  동료의원의 푸념이 우리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우리 대에서 만큼은 정말 박수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만들어 내도록 해야겠다'고 다져보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대통령의 하산길 이  걱정된다.


(2012.7.2)
 ...홍문종 생각 

홍문종생각 - 세계한인회장대회

세계한인회장대회

  
‘세계한인회장대회’가 3일 간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73개국 한인회장과 대륙별 한인 연합회 임원진 350여분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된 행사였다.
생각보다 대규모였는데 만만치 않은 내공으로 재외동포들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더없이 반가운 마음이다. 
개회 첫 날, 김황식, 황우여, 이해찬, 한명숙 등 정치권 인사들과 함께 참석해서   재외동포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눈 건 상당히 유의미한 기회였다.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750만 ‘코리아 디아스포라’의 활약상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성의있는 준비로 눈길을 끌었던 세미나나 컨퍼런스만 해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재외동포들의 현주소를 짐작하게 했다. 빽빽한 대오로 대회장을 가득 채운 동포들의 늠름한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자부심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이 21세기 중심국가로 부상하는 데 있어 750만 재외교포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실이다.
그 누구보다 그들의 역할이 컸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늘 날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강국으로 부상하기까지  최선을 다한 그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는 생각이다. 두고 두고 오래 감사해야 할 일이고 앞으로 우리가 그들을 더 무겁게 책임져야 할 충분한 사유라는 생각이 든다. 
딱 꼬집어 설명할 수 없지만 해외에 나가면 이상하게 평소보다 국가관이 더 투철해지는 느낌은 개인적인 경험만이 아닐 것이다.  애국심이 끓고  국가에 대한 충성도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것 같다.
재외교포들이  저마다 애국자로 거듭나는   배경이고  보면  150년 이민 역사 속에서  그들을  조국의 틀에 결속시켜준 근간을  애국심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각 재외교포 사회에서  활약하시는 회장님들이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가 아닐까 싶다.  이역만리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에게  끊임없이 민족적 정체성을 각인시키고  독려하는 일 하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   
모국보다 더 큰 애국심으로 국가위상을 올려주는  재외동포 사례도 부지기수다. 
중국의 화교와 이스라엘의 유대인만  해도 그렇다. 스스로의 가치와 위력으로 자국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해외교포들이다. 
우리도 이들 못지않은 무게감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DJ 정부 당시 IMF의 파고를 넘기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금 모으기 운동’ 때 재외교포들의 역할 때문이다. 당시 국내에서 모금 총액이 25억불이었는데  해외에서 교포들이 송금한 성금액수는 20억불이었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오래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리 민족이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은근과 끈기를 바탕으로 한 생명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인정받은  유태인을 능가할 수 있다고 자부할 만하다. 
모국의 정치발전과 경제발전에 이토록 적극적이고 또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이들은  우리로서는  소중하게 관리해야 할 엄청난 자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주된 관심사인  재외국민투표법을 합리적으로  손질하는 절차가 시급하다.  이번 총선에서 12만여명이 등록하고도 투표자는  5만여명에 그쳤는데   그 원인을   복잡한 선거 절차로 꼽았다.    접근이 용이치 않은 투표소와  복잡한  투표 과정을  조금만 편리하게 해 주면  모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이들의 소망은 해결될 수 있다. 
이번 7월 22일부터 대통령 선거를 위한 재외동포 등록이 시작되는데  이를 처리해야 할   국회가 지금껏 개점 휴업 상태였으니  그저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다.

우리가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재외국민선거 만큼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들이 믿고 더 가까이 마음의 거리를 새길 수 있는 조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2012. 6.28)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