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6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선공후사


선공후사 


체포동의안 파동으로 뒤숭숭해진 당내 분위기에 모두들 무거운 마음이었다.
오늘만 해도 삼삼오오 모여 당의 진로를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정치 고참이라고 대책을 구하는 질문으로 전화기에 불이 나지만 마땅히 내놓을 답이 없는 내 처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누구는 책임 소재를 따지고 누구는 해명하고 또 누구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발뺌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수습책은 안중에 없다는 듯 저마다 자신만 옳고 상대방은 다 틀렸다는 수런거림으로  어수선함만  더하고 있었다.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인 것을.

대선의 계절, 대통령 후보를 돕겠다고 뜻을 모은 집단에서도 비슷한 혼란을 본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선공후사의 균형 감각이 아쉽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사감이 앞서다 보니 힘을 합하기는커녕 사소한 동기로도 불화하는 모습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잦다.  함께 하는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상대의 허점을 끄집어내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은 큰 고역이다.   이해 불가다.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뛴다는 사람들이 본인 선거도 아닌데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민폐를 아랑곳 하지 않는다.   
최근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인간관계를 개선했다.   여전히 내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해에 응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내가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그 쪽도 밀고 있었던 것이다.
대세를 그르칠 수 없다 생각하니 저절로 사감이 접혀졌다.

祁黃洋(기황양)은 춘추시대 晉(진)나라 때 인물로 평소 공명정대한 일처리로 칭송이 자자했다.   
왕이 현령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천거해 달라고 하자  원수지간이던 解狐(해호)를 추천한 일화는 후세에 깊은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  왕이 현령자리의 적임자를 물었지, 자신과 원수지간인 인물을 물었던 게 아니라며  사사로운 정을 개입하지 않았던 그의  ‘선공후사’ 정신이야말로  오늘 날 정치 근간에 필요한  핵심 가치가 아닐까 싶다.
정두언 의원의 신병처리 당시 공과 사를 가리는 경계선에서 의원들이 느꼈을 갈등의 무게는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표를 던졌건 찬성표을 던졌건 그로 인한 정신적 압박이 상당했을 건  명약관화다. 
그런 측면에서 차제에 공과 사를 가리기 위해 이런 판단기준은 어떨지 팁으로 제안하고 싶다. 
개인적인 기쁨이나 성향, 욕심 등이 우선시 될 때는 사적인 입장으로, 받아들이기 버겁고 장엄하고 고민이 크면 공적인 기준으로 처리하면 어떨까. 

정두언 의원에게 기양황의 결단을 바란다면 무리일까.
그의 선택에  따라 우리 모두 승자가 될 수 있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그가   기양황의 처신을  해법 삼아 헝클어진 주변을 수습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이 처한 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좀 더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으로  모두가 편안해지는 승리를 선택하자는 것이다.
이는 찬성표를 던진 이들이나 반대표를 던진 이들이나 모두에게  명분을 주는  길이기도 하다.
 체포동의안을 찬성한 이들에게는 우리의 선택대로 정의원이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임함으로써 국회와 새누리당과 국회의원의 자존심을 잘 살릴 수 있게 됐다는 자부심을 주고,  부결표는  정의원의 올바른 처신(검찰 자진 출두 등)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체포동의안을 제출해서 국회 전체를 망가로 만든 검찰을 질타하는 자존 차원의 표시였다는 명분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의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모름지기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던  이순신 장군의 결기를  기억하라는 당부가 그것이다.  
                                                                                    
(2012. 7. 15)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