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일 월요일

홍문종생각 - 개원(開院)


개원(開院)


드디어 열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19대 국회가 굳게 닫힌  빗장을 풀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나선 것이다.  
첫 순서로 강창희 국회의장 등 의장단을 선출하고 뒤를 이어 국회의장과 대통령이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는데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두 주역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아마도 둘 사이를 극명하게 가르는 ‘현실의 무게’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한 쪽은 이제 막 절정의 고지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고 다른 한 쪽은 급파란 내리막길을 향해 허둥거려야 하는, 운명의 엇갈림을 바라봐야 하는 부담감 말이다.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로 표현하면 정황 설명이 더 쉽게 되려나.


오늘 국회의장에 당선되어 상기된 얼굴로 단상에 앉아있는  강창희 의장을  보는데.  그를 한껏  부풀렸을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괜한 감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원내에서 함께 했던 순간(한일축구연맹 일원으로 함께 가마모토를 협공하던 기억이 난다)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절치부심하며 원외의 설움을 다스리던 동병상련의 순간이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장 8년 세월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인연인가. 
특히 1년 전 경기도 집회현장에서 축사를 마치고 허름한 점심을 나누던 추억과 그의 집에 초대받아 손수 마련해 준 저녁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또 한 사람.
4년 전과는  너무 달라진 위상으로 다시 국회 의사당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의 연설이 계속되는 20여분 동안  누구도 연호하거나 박수치는 사람이 없었다.  58차례의 박수가 이어졌다는 18대 국회 때와는 현격히 달라진 분위기였다. 전 세계 외교사절과 국빈을 모신 자리인 만큼 나라도 예우해 드려야겠다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우선은 혼자 튀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냉랭하게 가라앉은 장내 분위기가 더 큰 장애였다.  검찰 소환을 앞둔 형님 근황까지 더해져 비정의 극치를 보는 듯 했다. 몰락하는 권력에는 정말로 날개가 없었다.
15대 국회 때 처음 국회에 들어온 인연, 나란히 참석해 축사를 했던 동문모임, 경기도당 위원장 시절 서울시장이었던 그와의 점심식사, 그 밖에 청와대에서의 만남 등 이런 저런 인연들이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옛말과 함께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오늘 나는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두 사람의 연설을 듣게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 역시  과거 인연의 자락을  함께 했을 때  국회의장과 대통령 신분으로 조우하게 되리라고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와 강창희 의장,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이렇게 펼쳐지듯 강 의장과 이 대통령, 두 사람은 어떤 형태의 인연으로 서로를 묶고 있을까 묻게 된다.   세월이 많이 흐른 어느 날, 두 사람은, 그리고 나와 그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될까? 그런 호기심도 하릴없이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인이 인간 본연의 삶을 향해 던진 이 질문은 그림이나 노래로 거듭나도   대중적  인기를 끌 만큼  영원불멸의 테마임에 틀림없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에서 인연의 형태를 되짚는 궁금증으로 복기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흔한 얘기지만 등산보다는 하산이 더 중요하고 어렵다는 조언을 실천하기가 용이치 않은 현실을 간과하기 쉽다. 앞선 이들의 족적에서 너무도 분명히 확인되는 사실임에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되는 것도 우리 인간의 현실이다.
누구는 등산을 위해 첫걸음을 떼었는가 하면 또 누구는 정상을 찍고 환희에 찬 포효로 산을 울리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이들의 미래 영역을 이미 다 경험하고 종종 걸음으로 하산을 마무리 지으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한들  앞선 이들의 삶보다 훨씬 더 알차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희망과 비전으로 올곧게 자신을 무장한다면 스스로가 원하는 인생 궤적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가 정한 목표는 그  끝이 어디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왜 우리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말로가 험한지 모르겠다”
왕따 당한 대통령이 본 회의장을 떠난 후 그 뒤를 따라 퇴장하는데 귓전을 울리는  동료의원의 푸념이 우리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우리 대에서 만큼은 정말 박수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만들어 내도록 해야겠다'고 다져보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대통령의 하산길 이  걱정된다.


(2012.7.2)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