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4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체포동의안 파동

체포동의안 파동


심금을 울리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박주선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가결되고 정두언 의원은 구명됐다.
박 의원과 정 의원 케이스를 같은 잣대로 재단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이 소탐대실 징후를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실제로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둘러싸고 이는 후폭풍 파장이 거세다.
우선 당장 싸늘하게 돌아선 민심이 아프다.
불 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천명한 쇄신 의지가 공수표로 돌아간 만큼 마땅히 감내해야 할 우환이긴 하지만 곤혹스럽다.


이번 표결에 참가한 의원 중, 과연 몇 명이나 정 의원 건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싶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진실을 알려는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여건이기에 정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를 주도하는 몇 몇 의원들의 적극적인 주장이 판을 주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 칼날 앞에 파리 목숨 신세인 국회의원의 현실’ 등 감성을 자극하는 화법이 다수의 불가표를 유도한 정황이 역력하다. 19대 국회만 해도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수가 80명이 넘는다니 무리한 짐작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구든 검찰의 체포동의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모 의원의 협박성 읍소가 통할 수 있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

나는 정두언 의원을 잘 모른다.
아니 가까이서 그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와 나는 같은 3선이지만 이번 19대 국회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그러나 분명히 아는 건 이상득, 최시중, 천신일 그리고 박영준과 더불어 MB 정권을 창출한 대표공신이라는 사실이다. 또 영화의 세월을 누린 공신들과는 달리 그 자신만 ‘불행했다’고 항변하지만 세간은 ‘독야청청’ 하다는 그의 주장에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것도.
정 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원하지도 않고 부결되길 바라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불체포 특권이 영장 기각으로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체포 동의안 처리 직전 의총이 열렸지만 당론을 유출해내지 못했다.
시간도 촉박했고 방법에도 아쉬움이 많았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촉박함 속에서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당사자를 앉혀두고 그에 대한 신상처리를 논의한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다. 한 정치인의 정치생명은 물론이고 국회 전체 위상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해법을 위한 좀 더 신중한 노력이 있어야 했다.
특히 합리적인 사전 설명이 없었던 점도 아쉽다.
해당 사건의 담당 판사나 검사를 국회에 초치해서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배경을 들어보거나 관련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 도움 기회를 가졌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미련이 남는다.
외람되지만 국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초선의원들에게 있어 ‘국회경시, 경각에 놓인 정치생명, 검찰 협박’ 등의 극단적 단어들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에 치우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이다.
박지원 대표의 덫에 걸려있는 민주당에서도 ‘이게 웬 떡인가’ 하는 심정으로 반대표를 던질 개연성이 충분하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 상상 속 장면이다.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이끌려 투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 의사당을 빠져나와 국회 주변을 맴돌았다.
투표결과는 나중에 비서가 보낸 문자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예상했던 대로였다.

나는 국회의원이다.
그리고 사람이다.
그리고.....

(2012. 7. 1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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