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4일 수요일

홍문종생각 - 권불오년


권불오년


현 정부가 출범 하고 얼마 안돼서부터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얘기가 있었다.
이 정권이 끝나면 대통령 큰 형이 검찰 소환 1호가 될 거라는 예측이 그것이다. 
실제로 ‘영일대군’ ‘상왕’ 등으로 통하던 대통령 장형의 눈부신 활약(?)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단골메뉴였다.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믿기지 않은 이야기들이 세간을 돌아다닌 게  사실이다.
그렇게 무소불위 권력의 대명사 격이었던 사람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카메라 후레쉬 세례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소통령’ ‘홍삼트리오’ ‘봉하대군’ 등 역대정권의 굴절된 모습과 어쩌면 그리도 닮아있는지, 자괴감이 앞선다. 
'가슴이 아프다'며  대한민국 정치의 척박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한   그의 초라한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가슴이 아프다는 그의 말은 진실일 것이다.    악순환의 굴레가 고스란히 답습되는 아이러니한 역사의 아픔이  그를  건드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정작  온 국민이  자신의  동문서답에 분개하는  현실을 알지 못하는 그의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곰곰이 따져봤더니 선거자금을 조달하는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다.
현재 법적으로 허용되는 선거비용이 대단히 비현실적인 규모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정치자금 관련 범죄는 과도한 선거자금 규제로 인한 일종의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저히 선거를 치룰 수 없는 여건임에도 ‘법대로’ 밀어붙이는 자체가 권력형 비리를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권력형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이들이 한결같이 ‘결백’을 주장하며 죄의식보다는 당당한 표정을 짓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제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 독성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엉뚱할지 모르지만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대통령 후보들이 정치자
금을 걷고 쓰는데 좀 더 자유를 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선거자금 조달이 허용된다.  때로 미국 경제를 거덜 낼 정도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모으고 지나친 홍보비와 인건비 지출이 문제 시 되긴 하지만 투명하고 치밀하게 양성화 된 방식이어서 우리 같은 ‘그늘’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이 뿌려지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법적으로 허용된 대선자금만으로 도저히 선거를 치룰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대선 때마다 범법을 조장하는, 비현실적인 법 규제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한다.
대통령 선거환경의 변화 없이 자금이 됐건 사람이 됐건 합리적이지 않은 현실 압박으로 그 방법을 찾으려 한다면  정권말기마다 반복되는 대통령의 측근비리 시리즈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의 후원금을 관리하는 열쇠를 바꿔보자.
정치후원금에 대한 규제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측면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 부분만 조금 손질해도 권력이 감옥행 티켓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은밀하게 거래되던 대선 자금을 양성화 시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찌 되었건 나락으로 떨어진 ‘권불오년’의 현실이 처연하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마음껏 존경하고 자랑할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을 갖게 될수 있을까?
지탄을 받으며 초라하게 퇴진하는 모습이 아닌, 아쉬움 속에서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의 뒷모습을 진정 보고 싶은 건 나 하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2012. 7. 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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