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0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출정 서곡

출정 서곡


그동안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이 ‘투명거울’이라는 이름을 달고 책이 되었다.
그리고 내일은 투명거울의 출판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가 예정된 날이다.
나로서는 침잠의 늪을 뚫고 걸음을 떼는 공식 일정이라는 데 의미를 두게 되는 이벤트다.
그동안 다스리지 못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마음을 어쩌지 못해 벅찬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저 하릴없이 추억만 그리워하며 살게 될까봐 솔직히 두렵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단단한 빗장으로 오랫동안 내 마음을 가두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묘하게 마음이 설렌다.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자꾸 서성거리는 내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질 만큼.
그러다 문득 고개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휘영청 밝은 달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너무 오랫동안 달을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자책감을 몰고 온다.
아직은 서정적인 정취가 살아있는 동네에 살면서 고개 한번 들 여유만 있어도 볼 수 있는 달의 존재가 이토록 새삼스럽다니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치게 각박하게 살았구나 싶은 생각에서다. 그동안 나름 열심히, 의미있게 산다고 살았지만 밤하늘의 달조차 제대로 감상할 겨를 없이 살아온 것은 충분히 부끄러운 사유가 될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이 괜한 것은 아니리라.

이번 출판기념식은 나로 하여금 마음의 빗장을 열고 세상 밖으로 뛰어나가게 하는 출발의 신호탄이다. 그동안의 압박과 설움의 시간을 끊고 세상을 향해 새롭게 나서는 내게 힘을 줄 출정 서곡이다.
확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 발걸음을 시작으로 세상에 나를 보이고, 평가받고, 담금질 당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사람들 앞에서 ‘이런 책을 만들었노라’ 목청을 높이는 행위가 염치없는 짓은 아닐까 소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묻고 또 물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리고 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인가’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은 결코 뒷걸음질 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런 각오로 이미 나의 소명의식에 불을 붙였음도 더불어 알려드린다.

훌륭한 부모님은 물론 주변에 있는 누구보다 대단하지 못한 처지지만 그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감히 세상에 졸작을 내 놓았다. 특별히 생각을 여과없이 투명하게 드러내고자 한 노력을 어여삐 여겨 좀 더 많은 칭찬과 격려로 기 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  

(2012. 1. 1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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