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0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자유도 자유 나름

자유도 자유 나름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본격적인 민족 이동이 시작됐지만 오히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설날을 맞아 세뱃돈으로 한 밑천 잡으려던 아이들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생겼다. 헐렁해진 지갑 탓에 예년보다 세뱃돈규모를 줄이겠다는 계획이 많다니 하는 말이다.
경기불황이 아이들에게까지 직격탄을 날리는 형국이어서 이래저래 착잡하다.

작금의 상황이 우리만의 문제라기보다 세계적 불경기 국면인 추세를 감안한다면 선전을 하고 있는 셈이라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유럽 국가들이 고전하고 있고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위로가 되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서민의 삶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특히 서민가계의 부담을 덜어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좌절은 생각보다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명절을 맞는 설렘이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무엇보다 재벌가의 절제되지 않는 탐욕이 제일 심각하다. 창의경영 보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손을 뻗어 그들의 설자리를 빼앗는 재미에 빠져있는 재벌들이 문제다. 심지어 재벌가 딸들이 소매업종인 빵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동네 빵집이 몰살되고 있다는 비난은 괜한 것이 아니다.
한심하고 부끄럽다.
꼭 이렇게까지 추태를 부려야하나 싶다.

일찍이 아담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국부론을 통해 개인이나 기업가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설파했다.
개인의 이기적인 사익추구 보장이 보이지 않는 손의 조정을 거쳐 부의 극대화는 물론 양질의 상품제공 기반으로 연결된다는 그의 이론은 꽤 오랫동안 지존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오늘 날 시장경제 현실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공정한 규칙을 외면하고 과도하게 사적 이익만 추구한 시장의 자유가 어떤 문제점을 초래하게 되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율에만 의존하기엔 지나치게 불평등한 시장구조가 마음에 걸린다. 불평등한 구조가 부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문제점이 눈에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그가 주장한 ‘자유’는 무분별한 사욕추구의 장이 아니라 창의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전제된 의미였던 셈이다.

개인적으로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정당한 부라면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하고 더 나아가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부의 집중화를 막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른 바 1% 계층이 누리는 엄청난 부의 집중화 현상을 보면서 99%를 향해 그냥 참고 노력하고 기다리라고 하는 건 많이 잔인하다.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기엔 그들이 처한 어두움의 실체를 외면하기 어렵다. 자유도 자유나름이다.
그야 말마따나 재벌 2, 3세가 국가와 민족이라는 큰 테두리를 잊고 소프트머니 배팅만 생각하거나 계열사 숫자 늘리기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둥 부의 사적 영역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라면 그들이 속한 미래는 뻔하다. 주어진 부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직의 화합과 단결마저 무너뜨리기 십상이다.
정치권까지 나서 재벌의 사익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겠다. 부의 편중화가 얼마나 심각하면 그랬을까를 염두에 둔다면 반드시 스스로를 자정하겠다는 움직임에 함께 하는 용기를 보고 싶다.

내년에는 고민거리 없이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설 명절을 맞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평등하게 사람대접 받을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여유도 함께.

(2012.1.20.)
...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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