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8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더 이상 안통한다

더 이상 안통한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는 그가 처음 국회의원으로 입문한 16대 국회 말미, 의원선서를 함께 한 인연으로 각별한 교분을 나눈 사이다. 일찍이 그의 저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접하면서 짐작했지만 국회에서 지켜본 그는 역시나 논리 정연한 언변과 해박한 지식이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사회적 현상에 빗대 유대표를 평가한 한 언론 칼럼에서 주목한 것도 그의 특출함이었다.
유대표를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똑똑하고 돈 없는 부모유형’으로 분류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똑똑한 그를 선호하고 따르지만 반면에 그 똑똑함 때문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분석한 칼럼이었다. ‘엘리트 의식’을 그에 대한 거부감의 동인으로 지목했는데 지금 그가 벌이는 일련의 정치행위들이 그의 비범함을 증명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의 정치적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고승덕’ 돈 봉투 폭로에 이어 나온 ‘유시민’의 고해성사(?)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되면 권력이 따라오니 부정한 수단 동원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면서, 그 자신 야당 선거 과정에서 목격하거나 경험한 금권선거의 실상을 털어놓았는데 파장이 만만치 않다.
그의 발언으로 여당을 향해 부릅뜨던 야당의 눈길이 순해지면서 정치권 전체가 좌불안석이 됐다.
이 역시 유시민의 비상함을 입증하는 대목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돈 봉투 파문과의 시너지 효과를 빌어 양당의 기득권에 치명타를 입히려는 고도의 노림수와 연결시킨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얼마 전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민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국민 피로감만 가중시키는 정당 구조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유시민의 모습을 감안하면 그 같은 심증을 굳히게 되는 것 같다.
솔직히 정치권의 금권선거를 둘러싼 추문의 꼬리는 길다. 나 역시 정치권에 있으면서 비록 소문이긴 하지만 수없이 접했던 내용들이다. 양당 공히 당대표나 최고위원 선거에 필요한 비용들이 구체적인 액수로 설왕설래한 만큼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과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금권선거의 폐해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묻히는 악습의 뿌리가 깊다.
대한민국 정치인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고도의 긴장 유발자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돈봉투' 파문이 정치권 전반의 '개혁 과제'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 300만원 돈 봉투 때문에 떨고 있는 인사가 한 둘이 아닌 듯 싶다. 야당에서도 지나간 당내 선거에서 300만원 돈 봉투가 오갔다는 구체적 언급이 나오고 있는 만큼 검은 거래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가 될지 알 수 없는 지금으로선 그 불안의 강도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구분없이 옹색한 처지에 놓여있다.
정치가 우리 현실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작금의 이 횡액을 어떻게 다스려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반드시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법조계, 교육계, 경제계 등 전반적인 공공 현장에서 일상이 되다시피 한 관행이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영향력도 고려대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관행에 잡혀 미래사회까지 파행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게 뻔하다.
확실히 위기다.
미래사회 만큼은 제대로 된 사회적 가치기준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의식혁명을 이루자는 말이다. 발본색원하고 퇴출시키려는 인내와 의지라면 미래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든든한 후원 기능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없애고자 하는 유대표의 노림수가 성공하길 바라는 국민의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행의 실체가 선의 결과이건 악의 결과이건 간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권선거 파장을 해결하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하나는 기왕에 검찰 손에 넘겨진 만큼 관련된 모든 이들을 색출해서 정치판을 완전히 정화하는 수순인데 과연 누가 살아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 다른 해법은 지금까지 행해진 모든 관행에 대해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을 정해 불문에 부치되 앞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일벌 백배로 다스리기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여야를 떠나 이번 진통을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좀 더 단단해진 발판을 확보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다. 그것으로 희망의 2012년을 건설하는 지렛대 삼아 21세기 대한민국의 새장을 열어갈 수 있었으면 싶다.
씩씩하게 뚜벅뚜벅....

(2012. 1. 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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