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6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곧 새벽이다

곧 새벽이다


정치판을 지켜보노라면 대부분의 정치적 현상이 그다지 큰 이변 없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지난 일요일, 한 달 여 동안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 결과도 그랬다.
남의 당 일이긴 하지만 우선 당장 총선에서 대척점에 서게 될 운명이기에 야당 사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상치를 내놓곤 했는데 역시나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대표에는 한명숙 전 총리가, 최고위원에는 문성근씨를 비롯한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의원이 선출된 것이다.
정치를 화려하고 드라마틱하게 만들 문성근, 신선하고 세대교체 주역으로 등극한 젊은 피 박영선과 이인영, 구민주당 세력을 받치고 있는 박지원 그리고 한나라당에서 이적한 김부겸 등 상당히 다양하고 짜임새 있는 라인업은 참으로 절묘하다. 일부에서 호남의 퇴조를 위기국면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지만 호남색을 탈피하면서 전국정당으로 갈 기회를 얻은 측면은 전략적으로 엄청난 성공이라 할 것이다.
특히 한명숙, 문성근 등 친노 세력의 선전이 갖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야세 확장에 상당한 탄력을 주면서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중 한명숙 카드는 최근 무죄 확정 판결로 정치적 탄압을 이겨낸 상징성만으로도 야권을 결집시키는 데 있어 상당히 의미있게 작용하리란 생각이다.

그렇다고 민주통합당에 장밋빛 미래만 보장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전대이후 최고위원 간의 첫 회의 테이블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는 서먹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친노계와 민주계 사이의 갈등 조짐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협상이 매끄럽지 않은 것도 자칫 민주당의 상승기류에 제동을 거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야권연대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뤄내자는 공동목표를 설정해 온 두 야당 사이가 확실히 전과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대 흥행으로 치솟은 민주당 지지도가 민주당 변심(?)의 원인이라는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나돌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은 전당대회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리얼미터의 주간 정례조사 결과, 34.7%의 지지율로 한나라당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 있으니 목에 힘을 줄 만 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민주당의 방심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민심은 냉정하고 안목도 높다. 민심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치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결에 민심을 잃고 석고대죄를 외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때를 놓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될 수도 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른 내가 민주당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니 뜨악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진실을 인정해주면 좋겠다.
실속 없는 헛발질로 모처럼 정치를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떠나보내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더 어려운 처지다.
어지간한 각오 없이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위기국면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런 저런 당내 반발이 일고 있지만 민주당과의 승부를 위해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비대위원회의 개혁작업이 순조롭게 결실을 맺도록 협조하는 게 최고의 선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위기에서 당을 구하고 조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아무리 박근혜 위원장이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슈퍼스타의 자질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못한 팀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플레이어 없이 '펠레' 한 사람으로 팀의 우승을 보장받으려는 어리석은 전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팀을 정비해서 골키퍼나 레프팅 라이팅 센터 등 각각의 포지션을 받쳐줄 수 있는 용병을 라인업하는 일이 정말로 중요한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정당마다 논의되고 있는 당 쇄신작업을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게 되는지 모른다.
일련의 개혁작업들을 정치발전의 초석을 놓는다는 자부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을 오염시켰던 나쁜 관행의 물을 빼고 있는 이 상황이 어느 측면에서는 통쾌하기도 하다.
물론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상처입게 될 가슴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그로인한 진통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럼에도 기쁜 마음으로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의연하게 극복해낼 생각이다.
희망의 새벽이 멀지 않았기에.

(2012 . 1. 1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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