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9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이름값

 이름값


학창 시절, 이름이 사람을 만든다고 주장하시던 선생님이 계셨다.
국어선생님이셨는데 둔탁하고 강한 발음의 이름은 소유자의 운명도 비슷하게 만든다는 신념으로 될 수 있으면 온화하고 순한 발음의 이름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펴셨다. 당시 연쇄 살인 등 끔찍한 범죄 행각을 벌인 범인들도 대부분 강퍅하게 발음되는 이름을 갖고 있다며 나쁜 이름이 나쁜 운명을 만든다는 자신의 믿음을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더불어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당사자의 행실이 옳지 못하면 모진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셨다.

선생님의 그 때 말씀이 우리가 삶을 선택하는 과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 이른 바 ‘이름효과’에 관한 연구결과가 줄을 잇는 걸 보면 70년 대 초반부터 나름의 견해를 정립했던 선생님의 선구자적 혜안이 새롭게 인식되는 건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개명이 허용된 지 4년 만에 개명을 원하는 신청자 수가 배로 늘었다는 보도다. 이름을 바꿔서라도 새롭게 출발하거나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욕구가 그만큼 증가일로라는 소리다.
이름이 가치있는 인생을 보상해 준다는 기대감이 적극적으로 작용한 혐의도 짙다. 신생아 작명은 물론 중도 개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국내 상황도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거기에는 이름과 인간의 운명 등 전반적인 상관관계나 이름이 좋을수록 삶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인식을 외국 대학 교수들의 학술적 연구결과가 뒷받침하는 정황도 한 몫 거들었지 싶다.

최근 한나라당이 위기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당명 개정 카드를 선택해 주목을 받고 있다.
공모를 통해 당명을 새롭게 정한다는 방침인데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당명 짓기 놀이가 성행할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당명놀이에 올라온 이름들을 보면 한나라당 문제점이 무엇인지 보이는 것 같다. 차떼기 당, 병역면제 당, bbk 당 등 한나라당 잘못을 질타하는 조롱일색이고 특별히 ‘국민’을 포함한 당명도 눈에 띄게 많다. 국민과의 불통을 지적하는 민심의 반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선의에서건 악의에서건 한나라당이 이런 저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자체가 아직은 구제받을 여지가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어서다. 미운오리 새끼가 된 한나라당을 척박한 현실에서 구해내 제 기능을 다하는 정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된다.

돌아보면 대한민국 정당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진 당명 변경으로 더 비극적 상황이 됐다.
특히 취약한 정치적 상황에 볼모잡혀 정통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불우한 정당사인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당명 개정의 불가피성에 동의하게 되는 건 이름 값 문제 때문이다.
새 이름보다 중요한 건 이름값이다. 이름 값을 제대로 매기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주요과제다.
역할을 못하는 이름을 정통이라는 명목으로 붙드는 일 만큼은 없어야겠다.
결국 이름 값을 제대로 발휘토록 할 수 있는 중심은 구성원들의 진정어린 승화노력이다.
당명을 고치고 새 이름을 받아들이는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그 어떤 역할보다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부활을 꿈꾸는 한나라당 미래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답은 오로지 하나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중한 실천을 다시는 외면받지 않도록, 국민 곁에 둥지를 튼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 미운 오리 새끼가 화려한 백조가 되어 비상하듯 오늘의 아픔을 내일의 영광으로 승화시키는 정당을 위해 온 마음을 함께 하자.

(2012.1. 2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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