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2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누군가에게 자기가치를 인정받는 기쁨만큼 큰 행복이 있을까 싶다.
용량을 헤아릴 수 없는 무한대의 에너지로 누구든 단숨에 에너자이저로 만들 수 있는 묘약이 된다.
결정적인 영향력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결코 소홀할 수 없는 동기임에 틀림없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도 자기 시계가 멋지다고 칭찬한 사람에게 그 자리에서 2000달러짜리 고급시계를 풀어 선물한 일화를 남겼다. 자신의 디자인 안목을 인정해 준 경의의 표시였단다. 잡스 신화를 가능케 한 ’특별한’ 그의 성정을 드러내는 일단이라지만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도 내 놓을 수 있다’는 동양사상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하게 된다.
훗날 중국 제나라 제후가 된 ‘강태공’도 자신을 알아준 문왕을 만나기 전까지 낚시질로 세월을 보냈다. 70세에 이르도록 자신의 철학을 현실에 옮겨줄 주군을 찾아 미늘이 없는 민낚시에 매달려 허송세월했는데 인정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삶의 변수인지를 웅변하는 사례라 하겠다.
요즘 들어 그런 식으로 나를 격려하고 힘을 주는 인연들이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목욕탕에서 행사장에서 내가 발걸음 하는 곳곳에 그런 이들이 포진하고 있다. 오랜시간 나를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착착 호흡을 맞추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그저 감사하고 기뻐하기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마음 빚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이 더 크지만 고무되는 현상이다.



 -이 명함이다-

 
이른 시간 실로 오랜만에 찾은 약수터에서도 그런 에너지를 공급받는 경험을 했다.
예전에는 가까이 지냈지만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한 지인과의 인연을 통해서다.
약수터에 도착하니 새벽 운동을 하는 사람들 속에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그 지인도 있었다. 그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나를 붙들고 이런 때가 올 줄 알았다면서 온 몸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역시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그의 성품을 좋아했던 터라 반가웠다. 이런 저런 안부를 묻는 와중에 자신의 지갑을 뒤적이던 그가 뭔가를 꺼내 불쑥 내밀었다.
아! 그것은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나섰던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사용했던 선거용 명함이었다.
젊고 앳되지만 세상을 접수하겠다는 의지만은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 오래 전 내 얼굴이 담긴 명함이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무엇보다 선거 때 받아서 지갑에 넣은 이후 ‘단 한 번도 그의 지갑을 떠난 적이 없는’ 명함이라는 그의 설명이 내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그 극진한 정성이 놀라워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빠져있는데 그가 다시 약수터 주변의 한 나무를 가리켰다. 20년 전 내가 심은 나무였다. 그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그 나무를 볼 때마다 나를 생각했다며 웃었다.
약수터를 떠나 산을 내려오는 내내 생각했다.
아, 내가 뭐 길래 이런 사랑과 성원을 받고 있는가.
그동안 내가 이런 분들을 위해 한 일은 무엇이고 또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온 종일 진한 감동과 함께 내 머릿속을 맴돈 생각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니 그는 예전 선거 때도 끊임없는 독려로 나를 깨어있게 한 훌륭한 조력자였다.
약수터에서 나무를 볼 때마다 나를 기억했다는 그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날마다 쏟아냈을 무언의 간구가, 그 성원의 무게가 얼마일까 헤아리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역사는 영웅의 독과점 결과가 아니다. 아무리 잘난 인물도 혼자만의 힘으로 뜻을 이뤄낸 사례가 없다.
시대적 상황과 민중의 요구, 또 조력자와 추종자들의 결집된 힘이 있을 때 비로소 영웅이 만들어지고 역사도 완성될 수 있었다.
성웅으로까지 추앙받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업적만 해도 그를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유성룡, 이원익, 한효순, 정경달, 정탁 등 유무명 인사들의 조력이 아니었다면 결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를 정복한 몽고의 영웅 징기스칸도 일찍이 추종자의 역량과 역할을 아는 리더였다. 적진의 노에출신 모칼리나 자신을 죽음직전까지 몰아갔던 제베를 자신의 추종자로 만든 것은 징기스칸의 뛰어난 리더십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더 이상 내 조력자들을 간과하는 어리석음은 없어야겠다. 그들을 알아보는 안목이야말로 뜻을 펴기 위해 세상에 나서려는 지금의 내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각성이었던 것을 이제 알겠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하물며 내 꿈을 위해 함께 해 줄 사람들이다.
조력자들과 함께 이번에는 반드시 오래동안 다져온 꿈을 이뤄보리라 다시한번 결기를 다지는 밤이다.

(2012.1. 2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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