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8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메시아

메시아


"여러분이 수백만 명 가운데 나를 찾아냈다는 건 우리 시대의 기적이다.
           그리고 나는 여러분을 찾아냈다.      이것이 독일의 운명이다“
1937년, 히틀러는 이런 자신감으로 독일 국민을 선동했다.  대중은  열광하며 히틀러의 등극을 환영했다.  대단한  메시아  신드롬이었다.  
그러나 그 시혜(?)는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리고 2012년,  대한민국 대선 판을 부유하는 메시아 신드롬의 편린들을 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메시아를 향한 대중의 열망이 뜨겁다.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한 시대적 상황의 특징이다.
저마다 분분한 해석을 내놓으며 메시아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걔중에는 존재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냉소주의와  근접한 조건이면 메시아로 인정해서 의지해보자는 절충주의, 또는 시대정신을 메시아로 동일시하며 이를 화두삼아 정진하자는 열혈주의의 기대감이  눈길을 끈다.  
덩달아 대권을 향해 메시아적 인자를 갖춘 적임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과포장된 능력을 지속적인 자기최면을 통해 진짜 메시아라고 확신을 굳혀가는  모습들도 엇비슷하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생긴 듯하다.

이런 정황에서  안철수 현상을  되짚어 보는 일은 흥미롭다. 
최근 룸싸롱, 최태원 SK 회장 구명 등으로 촉발된 ‘거짓말 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얼마만큼의  영향력인지   가늠해 보는 일이 그것이다.
안 원장은 몇 가지 사안에서 그동안 숭고일변도(?)였던   자신의 언행과 엇박자를 내면서 곤경에 처했다. 
재벌그룹의 부도덕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그가 재벌가 자제들과의 모임을 만들고 , 재벌 구명 운동을 벌이거나  공동사업을 구상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술집은 커녕 술도 못마신다는  손사레도   거짓이었다.   ‘안철수 원장과 여자가 있는 룸싸롱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는  증언이 담긴  월간지 기사가 나가자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 ‘안철수 룸싸롱’이 순식간에 1등 검색어에 등극하는 기현상이 단적으로 대변하는 대목이다. 

물론 룸싸롱에서 술 마실 수 있다. 재벌 친구 구명운동 했다고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안철수 원장만큼은 예외일 수 밖에 없다. 지나치게 강도높은  도덕적 기준치로   스스로의 정치적 위상을 올리는 대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직격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텔레비전에 나와 단란주점이 뭐하는 곳이냐며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거나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는 정의감으로 대중에게 메시아적 이미지 심기에 성공한 그로서는  예상치 않은 부채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는 확실히 이미지 메이킹 만으로 특별한 투자 없이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는 특수를 누렸다.    
의도했건 안했건 지나치게 완벽한 메시아적 이미지에  매달린 과욕이 화근이었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인간의 정서와 얼굴을 가진  메시아 설정으로 국민 앞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실없는 줄 알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예단할 순 없지만 이번 논란이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안원장의 진로를 방해할  징후는 여전히 유효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제라도 그가 메시아의 컨셉을 바꾸면  좋겠다. 
최소한 국민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원하는 메시아의 유형은 하늘에서 강림하기보다는 더불어 살면서 고통을 이해해주는 이웃의 모습이다.   더 나아가 그 고통을 승화하고 정제시키는 작업을 통해 실패의 흔적을  백신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메시아를 원할 것이다.  국민을 어려움의 질곡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지도자야말로  진정한 메시아의 현신이고   국민이 가장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원장 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모든 이들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를 하세요. 
과거의 오류에 옭아매기보다 어떻게 극복하고 승화시킬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포인트를 맞춰보세요. 
특히  잘나고 빛나는 이력보다는 포기와 좌절을 딛고 새로운 메시아적 이정표 창출로 스스로의 길을 얼마나 열어나갈 수 있었는지,  불굴의 투지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해 보세요"     

그렇게  뚜벅뚜벅  나가다 보면   어느 결에 더 크게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있는 스스로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진짜   메시아가  되어  환호 받는   스스로를  만나게  될 것이다.   
참으로 가슴 떨리고 신나는 일 아닌가.                               
  
(2012. 8.29)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