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7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이종걸 의원의 막말


이종걸 의원의 막말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이 사고를 쳤다.
자신의 트윗에 박근혜 후보를 상스러운 욕설을 섞어 타박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정치적 지향점은 다르지만 이종걸 의원에 대해 배타적 감정을 품어 본 적이 없다.
결정적 이유를 대자면 그가, 평소 존경하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라는 점 때문이다.
일제 당시 우당 선생 일가의 애국 행적은 가문 차원의 완전한 헌신이었다. 집안 전체가 명문가의 안락함을 팽개치고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선택이 있었기에 오늘 날 우당 가문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며 대한민국 대표 명문가로 추앙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언행은 인간의 도덕성과 지적 수준을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이종걸 의원이 스스로의 막말에 대해 느껴야 할 부담의 강도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고 4선의 제1야당 최고위원이다. 거기다 가문의 명예를 생각하면 더 더욱 정제된 처신이 요구되는 위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원은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로 가문은 물론 동료 의원들에게까지 상처를 입혔다.
더 실망스러운 건 이번 사건을 대응하는 그의 안일한 현실인식이다.
이의원은 자신의 ‘욕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줄임말’이라고 했다가 ‘오타’라고 하는 오락가락 궤변으로 변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정작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 한 것은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진 이틀 뒤였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를 치고도 무모할 만큼 완강하게 잘못이 없다고 버틴 이의원의 경우는 다르다.
오히려 막말을 지적받자, ‘고심해서 찾아낸 욕설’이라는 뉘앙스로 너무 따지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로 당당하다는 식이었다. 사고체계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에게 두려운 존재가 없었다. 유력 대권 주자에게 막말을 해놓고도 버티도록 무모한 용기를 부축인 건 그의 안하무인격인 상황인식이었다. 적어도 국민 여론을 두려워했다면 그 같은 방만함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 현실에 접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일상의 상식을 배반해야 할 경우가 많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게 최선으로 평가되는 정치적 가치판단과 무과하지 않다. 상대를 죽여야(?) 비로소 내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속성 상 상대의 허점이나 잘못을 파고들고 물고 늘어져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그렇더라도 금도는 지켜야 한다.
정치를 우위를 점하기 위해 스스로의 품격을 포기하는 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소탐대실이 되기 쉽다.   특히 말로써의 정쟁이 일상이다시피 한 정치인의 언행은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한번 쏟아내면 주워 담기 어려운 말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오늘따라 무더위가 더 참기 힘들게 느껴지는 건 이종걸 의원의 막말이 보태준 답답함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2012. 8.7)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