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4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무대 뒤에서


무대 뒤에서 


17일 간의 지구촌 대장정, 런던 올림픽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종합 5위 전적으로 역대 원정 올림픽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온 국민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한 여름 밤의 꿈으로 사라지겠지만 그 순간의 열정만큼은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게 될 거라는 예감이다.
 언제나처럼 승리의 주역들이 영웅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금메달을 거머쥔 스타플레이어들의 눈부신 아우라를 곁들인 올림픽 뒷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다.  그들의 화려한 인생역전 스토리에 열광하며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찬사와 갈채도, 신문 방송이 연일 조명을 들이밀며 헹가래 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역사는 1등만 기억한다는 게 문제다.
1등이 아니면 여지없이 익명의 주변인 신세다.  나머지는 안중에도 없다.
그 자리를 놓고 겨루게 되기까지의  정황에도 불구하고   ‘승자독식’ 논리에 지배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올림픽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도 연예계도 다를 바 없이  1등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형국이다.
물론 올림픽 금메달, 부와 명예를 보장할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이벤트다.  그렇다 한들 금메달이 스타플레이어 한 사람만의 개인기로 가능할 수 없는 과정을 생각하면 불합리하다. 
그런 측면에서 한 때 인기를 누린 개그 유행어, ‘1등만 생각하는 더러운 세상’은  가히 촌철살인의 풍자다.  우리의 비정한 현실을 너무도 적확하게 대변한. 
  
누구에게도 함부로 패자의 이름을 붙이지 않을  일이다. 
우수한 선수, 뛰어난 CEO를 부와 명예를 독식할 수 있는 승자로 규정하고 경기를 위해, 조직을 위해 뛰어다닌 선수나 직원들을  무조건 패자로 모는  건 근시안적  패착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오늘이 있기까지 조금만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온다. 
 부모부터 시작해서 코치와 감독, 심지어 선수촌의 영양사, 경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그를  위해 헌신한 흔적이 역력하기에.   
따지고 보면 국가대표로 선발되기까지의 경쟁자들도 그를 만든 자원의 일부였다.
1등 주자가   명예와 부를 얻은 현실에  자족하고 나머지 혜택은 자신을  위해  헌신한 주변인의 몫으로 돌리는  겸허함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이제 자본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던  독식의 성찬은 끝났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부국이 되기까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들의 역할만 있었던 게 아니다. 야구에서 기량이 뛰어난 타자 한 사람만의 힘으로 시합을 승리로 이끄는 게 아닌 정황과 같다.  아무리  능력있는 CEO라도 진정성 있는 뒷받침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삼성이 됐건 현대가 됐건 재벌기업의  놀라운 성공은 수많은 하도급 업체와 그 종사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도 기업 총수 못지않게 갈채를 보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나날이  그 수를 늘리고 있는 노숙자나  치솟는 실업률  문제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양극화 현상과 부의 편중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역시   임계점에 이른 상황임에랴.  
우선은 불공정의 굴레부터 벗어 던질 일이다.

그리고 승자의 독식을 거부하는 자발적  분위기 조성....    
대선 정국의 이슈로 부각된 경제민주화  덕목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그 간의 희로애락은 가슴에 묻고 4년 후를 기약하며 새로운 출발선에 나선  우리의 건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듬직한 느낌이다.
그들 모두에게 아낌없는 갈채와 사랑을  보내며  이제 그만  축제의 흥을 접으려 한다.  
                                                                                                         
( 2012. 8.1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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