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6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생활 속 발견


생활 속 발견


'여의도’로 복귀하고 나서 확실하게 바뀐 게 있다.
방송 출연과 많이 유관해진 신분의 변화다.
그동안 통상적인 의정활동 외에도 당내 선거 등으로 대담프로나 인터뷰를 명목으로 방송 출연할 기회가 많았다. 실제로 공중파는 물론 종편에 이르기까지 TV 화면에서 내 모습을 본 분들이 적지 않으실 것이다.
아직은 실수가 많은 편이지만 미디어 노출이 싫지 않다. 그런 걸 보면 나 자신, 타고난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배우가 되고 싶던 은밀한 꿈을 이렇게라도 이루는구나 싶기도 하다.

방송 출연을 통해 상상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방송의 영향력을 체험했다.
실제로 방송을 타는 날이면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쇄도하는 안부인사가 장난이 아니다. 십 수 년 연락이 끊겼던 지인으로부터의 연락은 보통수준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정치인들의 이미지 세탁도 가능하다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얼마 전에는 대선주자들이 모 인기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켜달라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럴 만한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유권자 표심에 목메는 정치인들에게 이보다 더 확실한 홍보도구는 흔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방송출연이 정치인에게 늘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분명 주의를 요한다. 자칫하는 순간, 역작용 한방에 모든 걸 잃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실제 모 인사의 경우, 방송 출연 효과로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가 최근 들어 당시의 발언들이 거짓말로 드러나는 바람에 코너에 몰리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몇 번의 경험에 불과하지만 방송의 생리가 우리네 삶의 질곡과 엇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어진 틀에 따라 들쑥날쑥한 모양새로 주조되는 과정이 많이 닮았다. 물 만난 고기처럼 술술 풀리다가도 미세한 움직임 하나에도 덜컥 말문이 닫히고 마는 나약함을 인간의 한계로 풀어내는 과정이 그렇게 드라마틱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한계를 통해 인간의 교만을 견제하기를 잊지 않는 센스라니. 영역을 가를 틈도 주지 않는다. 프로가 됐건 아마추어가 됐건 그저 겸허히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주문이다.
인간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인연이 존재하는 것처럼 방송에서도 파트너와의 인연이 중요시된다. 실제로 한 방송에서 사회자와의 불화로 인터뷰 도중 퇴장해버려 구설에 오른 야당 대표의 ‘한 성깔’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의 지나친 자기주장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왕왕 있는 일이다. 방송 출연 때 진행자나 토론 상대와의 궁합(?)을 따지게 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런 경우에 비하면 엊그제 ‘조선TV’와의 인터뷰 방송은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우선은 앵커들의 편안한 진행이 자신감을 키워줬다. 인터뷰 내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내공 깊은 진행이었다. 때 마침 평소 관심을 갖던 분야여서 인터뷰의 완성도를 도왔다. 거기다 이심전심이었는지 방송이 나가자 칭찬과 격려로 나의 신바람을 부추겨주신, 영원한 나의 우군인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분들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인터뷰 성공의  최대 수훈자는 노련하게 인터뷰를 이끌어준 진행자들이었다.
  
그런 식으로 정치의 장이 됐건 사업의 장이 됐건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됐다. 모든 성공여부가 조직의 신명을 이끌어내 축적된 지식을 활용하게 하는 지도자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문득 돌아봤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정말로 잘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는 건지, 저마다 자기가 속해있는 조직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존재인지 등을 생각해 본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어렴프시나마 답을 얻을 수 있었고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은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휘자로서 결격 사유가 없는지 여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지휘를 받는 이들로부터의 의견 수렴이 올바른 선택을 견인하는 결정적 동인이 될 수도 있음을 수긍하라는 것,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살고자 한다면  늘  긴장된 설렘을 놓지 말고 소통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이상, 새로운 각오로 새겨 듣길 바라는  '생활 속 발견'이었다.            
              
(2012. 9.1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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