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사전 준비 효과

사전 준비 효과

청와대 만찬에 다녀왔다.
방한 중인 멜라스 에티오피아 총리와 아프리카 문화예술계에 관계하는 국내외 인사들을 위한 자리였는데 나는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을 운영하는 인연으로 초청대상이 됐다. 그동안 정치적 동기로 청와대를 방문하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문화예술 관련해서는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약간은 색다른 기분이었다.
대통령도 만났다.
그런데 할 말이 많아 보였고 실제로 많은 말을 했던 YS나 DJ 등 두 역대 대통령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YS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국민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뭔가 많이 지치고 피곤해 보여 왠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내 느낌이 전달됐던 걸까? 때마침 테이블에 동석한 대변인이나 수석 등 보좌진들이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 항상 주빈으로 처세해야 하는 대통령의 피곤한 일상을 화제로 삼았다. 대통령의 고독한 뒷모습을 들여다 본 듯해서 나도 모르게 측은지심이 발동됐다.

때가 때인지라 어디를 가도 차기 대선 주자들에 대한 하마평이 넘친다.
다음엔 과연 누가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사는 단연 안철수 씨다.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듯 안철수 현상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의 산물로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 염원이 만들어 낸 로망이다. 그 중심에 안철수 씨가 서 있는 것이다.
숱한 갑론을박이 ‘안철수’ 언저리를 맴도는 가운데 그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안철수 식 정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의 멘토 그룹조차도 안철수 정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관측대로라면 그의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이 될 것 같다. 조만간 그의 입장이 구체화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실체도 없는 안철수 씨를 관련짓지 말라는 일부 친박 인사들의 과민한 반응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피선거권을 제한받지 않는 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 또 그 밖의 잠룡 누구라도 대선 경쟁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마당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인물을 가려낼 수 있는 현명하고 올바른 국민적 안목이다.
그러나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면 대통령 직무를 보좌하는 참모진들의 역량이다.
그동안의 대선 후보군 면면을 살펴보면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가 미흡했던 안타까움이 있다.
개인의 기량 때문이라기보다 국가적 여건이 대통령이 되기 전 부터 제왕학 훈련을 통해 ‘대통령감’을 양산해낼 정도가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통령 직무수행을 돕는 인재 확보가 그 괴리를 메울 수 있는 또 다른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워낙 비밀에 싸여있고 의사결정이 단순하지 않은, 그래서 매 사안마다 어렵고 고독한 결단이 요구되는 대통령 직무의 특성 상 준비된 인재는 생각 이상의 능력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호흡이 맞는다면 대통령 업무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직항로가 될 수 있다.
인재확보를 위한 사전 노력은 아무리 챙겨도 부족하지 않은 부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량 참모가 국정을 농단하거나 대통령을, 그리고 국민을 어려움에 빠뜨린 경험이 적지않은 우리다.

따라서 내년 대선을 통해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어떻게 유권자의 마음을 끌까, 어떻게 해야 표를 많이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못지않게 어떤 인재를 국정운영 파트너로 삼을까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개인적으로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닌 만큼, 현실을 미리 파악하고 이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목도 인재의 사전 확보를 통해 거둘 수 있는 효과다.
이른 바 창살 없는 감옥을 소화할 수 있는 내공의 단련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유리한 차별요소를 가지고 있다.
유일하게 직간접적으로 대통령 수업을 받은 측면은 남다른 경쟁력을 갖췄다 할 수 있다.

어찌됐든 대한민국 21세기를 이끌 중요한 선택이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좋은 대통령을 모시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다보면 언젠가는 우리 역사의 위대한 대통령을 남기게 될 날이 올 것이다.

(2011. 11. 3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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