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7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문화 경쟁력

문화 경쟁력


크라운 해태제과 윤영달 회장님의 초대로 모처럼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양주 아트벨리에서 ‘양주풍류악회’ (은퇴한 국악 명인으로 구성된) 공연을 통해 궁중음악 향연에 동참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국악계에서 내로라하는 명성답게 문외한인 내게도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수준높은 공연이었다. (공연이라기보다 명인들의 리허설 장면 관람을 허락받았다는 표현이 더 옳을 듯하다)

궁중음악엔 지휘자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서양음악과는 달리 당김과 받침만으로도 끌어주고 치워나가면서 가슴 속 내밀한 부분까지 헤집어 포착한 흥과 가락을 일사분란하게 표출하는 감동이 있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조화로움이었다. 설움인지 통한인지 모를 감정들이 어깨춤에 실려 배출되면서 오래 묵은 체증이 해소되는 이 느낌도 우연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뒷 줄 왼쪽부터 해금 이기설, 강사준, 정수년, 대금 홍종진,
피리 곽태규, 정재국, 장고(회장) 김정수, 해설 황준연
앞 줄 왼쪽에서 세번째 크라운해태 윤영달 회장님



공연에 대한 감회 못지않게 윤영달 회장과 나눈 대화가 유의미했다.
윤회장은 ‘한국의 21세기는 아트’라는 지론으로 문화 후원에 남다른 열정을 기울이는 분이다. 양주 아트벨리는 크라운 해태제과에서 인근의 모텔 대여섯개를 매입해서 조성한 문화공간으로 그의 열정이 토대가 된 구체적 결과물 중 하나라 하겠다. 얼마 전에는 국악에 대한 열정으로 국악인 활동을 꾸준히 후원한 공로로 20번째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의 모든 제품들은 똑같은 기계와 기술로 생산된다. 각국의 제품들이 더 이상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제품에 문화나 예술혼을 불어넣는 식의 새로운 시도만이 차별화에 성공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에게 예술을 배우게 하고 체험시키는 과정에 공들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술적 감각이야말로 21세기 경쟁력에 있어 가장 확실한 승부수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란다.

윤회장의 주장은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 21세기를 주도하고 싶다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의 말마따나 평범한 제품에 예술적인 가치를 부여한다면 사람들의 욕구나 취향을 더 반영한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고 이것이 21세기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슷한 내용을 접한 기억이 있다.
일본 제품이 한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뒤지는 이유에 대한 전 주한 일본대사의 설명을 통해서다.
그는 지나치게 질적 가치를 강조하는 일본제품이 고급화에는 성공했지만 경쟁력이 취약하다며 실용성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현실성에서 우위를 점한 한국 제품들은 21세기가 요구하는 감각과 흥취를 잘 표현할 수 있어서 경쟁력에서 앞섰다고 했다.

그와 더불어 아트벨리와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발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더없이 즐거웠다. 좋은 이웃을 만난 것 같아 행복했다. 무엇보다 문화 전령사로서 뚝심을 보이시는 윤회장에게 맏형같은 듬직함이 느껴져 좋았다. 쌈박질하는 정치판 때문에 깊어진 한숨 속에서 문화의 향취로 세상을 정화시키려는 윤회장 같은 이의 열정이 있어 그나마 세상이 살만하다는 생각이다.
특별한 관심으로 궁중음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해 준 그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린다.

(2011.11.2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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