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9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여검사, 너 마저?

여검사, 너 마저?


최근 검찰을 떠난 두 전직 여검사의 엇갈린 행보가 화제다.
벤츠와 법인카드, 샤넬가방 등을 대가로 한 부당거래로 물의를 빚은 李모씨와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지 못해 검사로서의 자긍심이 무너졌다는 쓴 소리로 주목을 받은 白모씨가 그 당사자다.
특히 대가성 뇌물과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와의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李모씨의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검찰조직에 또 다른 상처를 안겨주는 핵폭탄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금품 로비 리스트가 담긴 ‘이국철 비망록’에 11명에 달하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곤혹스러운 검찰 입장이 더 난감하게 됐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로 대변되는 오명과 비리의 악몽이 되살아나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초조함이 역력하다.

이대로 영원히 검찰의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 건 검찰의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국민 눈 밖에 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검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 역시 대부분 검찰의 설자리를 축소시키는 악재들뿐인 현실이니 답답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절대적인 국민 성원이 검찰을 받쳐주던 때가 있었다.
참여정부 당시 대선자금을 수사하면서 성역없이 칼을 들이대는 검찰에 가장 먼저 환호하고 힘을 실어준 건 국민이었다. 검찰이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자 국민이 먼저 알아보고 나선 것이다. 송광수 검찰 총장은 대번에 국민 영웅으로 부상하고 ‘국민의 검찰’이라는 이름의 팬클럽이 결성됐다.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소임을 다해 일하라고 검찰에 보약을 보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일장춘몽으로 끝나긴 했지만 결국 환대도 멸시도 스스로 하기에 달려있다는 걸 입증한 사례다.

진실로 검찰이 개혁되기를 원한다면, 진실로 검찰이 국민이 사랑받는 기구로 거듭나길 바란다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야 한다.
이 제안은 새삼스럽지 않다. 현실적 대안이라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한 오래된 정책이다. 거듭되는 탈락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그 필요성이 제기되는 건 효율성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검찰이나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지나친 권력은 제한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고 검찰 총장이 아닌 대통령의 직속기구로 운영한다면 방만한 권력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검찰이나 국회가 대통령에 예속되는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지금으로선 과도기적이기는 하지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검사 임용제도에 대해 좀 더 세심한 보안도 검찰의 신뢰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시성적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현재의 임용제도는 제고돼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좋은 검사가 되기 위한 일정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하는 건 물론이지만 그보다 앞서 검사로서 마땅한 자질과 인성을 검증하는 것도 임용조건에 주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서 검찰의 생리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가 될지 모르지만 일반 기업 채용과정에서도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현실에 비하면 대한민국 최고 기관인 검찰의 인재 채용과정에서 이런 측면이 등한시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다. 공정성의 담보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임용대상자의 생활환경이나 자질을 체크하는 과정이 경시된 채 그저 지식 위주의 평가 기준은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가 불합리함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는 만큼 이 역시 하루빨리 개선점을 찾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돼 있다는 건 역사가 입증한 바다.
약일 수도 있지만 독이 되기도 하는 권력의 속성을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절대권력의 유일한 성지를 꼽는다면 아마도 검찰이 아닐까 싶다.
끊길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뒤틀린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건 절대권력의 아우라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실제로 그 절대권력이 국민으로 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검찰을 만들어냈다. 검찰총장이 바뀔 때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신뢰받고 깨끗한 검찰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현실이 늘 그 나물에 그 밥인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검찰 자신은 스스로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 궁금하다.
설마 부패의 온상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권력만 손에 쥐고 있으면 행복하다고 자족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결국 조직의 정화는 스스로의 용단으로부터 출발하는 게 맞다.
그래야 결정적 힘이 발휘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국철 비망록에서 로비대상자로 거론되는 11명 검찰 고위인사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2011.11.2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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