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1% vs 99%

1% vs 99%


3개월 넘게 계속되던 태국의 물난리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국토의 절반이 물에 잠길 정도로 심각했던 만큼 수마가 남긴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이번 수해가 빌미가 되어 불거진 태국사회의 계층 간 갈등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다. 우연히 피해 상황을 보여주던 태국 현지의 방송화면을 접하고 난 이후부터다.
천재지변을 당한 같은 현실인데도 카메라에 비친 부자와 빈자의 상황은 너무나 달랐다.
여전히 화려함과 안락함을 이어가고 있는 부자동네 고급 쇼핑몰은 담 너머 홍수 따위는 안중에 없는 듯 건재했고 삽과 곡괭이로 둑(부자동네 안위를 위해 조성된 물길 차단용도의 둑)을 부수며 생존을 위해 나선 빈자의 일그러진 표정에는 분노가 아닌 슬픔이 묻어났다.
같은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지는 풍경에서 폭발 직전의 민심이 느껴졌다.
지나친 부의 편중이 사회적 화두가 되어 있는 건 때 이른 폭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뉴욕이라고 다르지 않다. 반 월가 구호로 시작한 이들 99%의 저항이 점차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 특권층의 탐욕을 위해 99% 대중의 희생을 요구하는 현실을 성토하는 이들의 주장이 공감을 얻으며 전 세계 700여 도시의 민중 봉기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 참에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역할을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앞 선 세대일수록 가진 자의 책무의식이 더 선명하고 실천의지도 더 강하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역사의 자취를 더듬다 보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정황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 자원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건 영국 최고의 명문학교인 이튼스쿨 학생들이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개인의 목숨은 초개처럼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불문율이었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로마 시대 귀족들도 전쟁이 일어나면 가문을 이을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참전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것이 귀족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고 또 반드시 지켜야 할 책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만석지기 부자이면서 300년 동안 대를 이어 존경받던 명품 가문이 있다. ‘경주 최 부자집’ 문중인데 흉년에는 가뭄에 농토를 인위적으로 농토를 늘리지 말라는 가르침 등 남다른 가치관으로 후대를 훈육했다. 탐욕을 경계하고 더불어 사는 가치관을 심어준 선대의 특별한 가르침이 최부자집 명성을 이어갈 수 있게 한 비결이 아닐까 싶다.
결국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이 사회를 안정시키고 스스로에게도 엘리트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한 존재가치를 인식시키는 순기능으로 거듭난다는 결론이다.

태국사태나 뉴욕의 풍경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불과 얼마 전 우리에게도 1%의 몰염치를 질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여의도 광장에 모인 그들의 미약한 시작이 어떤 결론으로 도출될지 지금으로선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도처에 깔려있는 1%의 횡포 사례는 반성과 자숙만으로 해결점을 찾기엔 이미 금도를 넘은 느낌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재벌회사들의 파렴치한 행각들만 해도 그렇다.
중소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번에는 근로자 노임까지 가로챘다는 혐의다.
재벌기업이 지자체 청소용역 대행 사업에 끼어든 것도 민망한 일인데 노임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어려운 노동자들의 임금까지 착취했어야 했을까 싶어 부끄러움에 얼굴이 뜨겁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불러온 이 서글픈 현장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척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식으로 어렵고 힘든 이들을 궁지로 몰아가면 그들의 분노가 어디로 향하게 될 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다. 그들의 분노가 폭풍이 되어버리면 그 때는 수백배 수천배의 대가를 지불하고도 막아내지 못하게 되는 건 불문가지다.
이는 자본주의와의 대결구도에서 패배한 공산주의 몰락을 통해서도 익히 경험한 바다.
각각의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가 패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결과였다는 생각이다.
기득권 계층의 탐욕을 제어할 기능을 갖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자본주의 역시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메시지의 지침대로 스스로는 물론 국가전체를 정갈하게 운용할 수 있는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간절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2012년이 다가오고 있어 더욱 더 그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 같다.

(2011. 11.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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