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화학적 변화라야 한다

화학적 변화라야 한다


신당설이 무성하다.
안철수 신당이니 박세일 신당이니 여야를 막론하고 실체도 불분명한 각종 설들이 그야말로 ‘설설’ 끓고 있는 정국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치열한 경쟁 국면이 펼쳐지는 정치의 계절이 임박해졌음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선거 국면에 출마를 원하는 사람들이 넘치다 보니 기존 정당 외의 수요가 요구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거기에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현 정치권에 대한 물갈이 요구가 높아진 점도 그 어느 때보다 신당 창당 명분을 뒷받침하고 있는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정치상황에 다당제가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차피 국민에 의한 상향식 공천이 어렵다면 다당제야 말로 정당공천의 폐해를 어느 정도 줄 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유권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늘거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정치인에게도 좀 더 명확하게 개인적 소신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다당제에 긍정적 측면이 많다.

물론 경계해야 할 폐단이 없지는 않다.
다당제로 인해 국론분열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선 멸망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되는 조선시대 당파 분쟁이 그 좋은 본보기다.
우리 역사를 폄하하기 위한 일본의 의도가 깔려있긴 해도 조선 사회를 피로 물들인 각종 사화의 배경이 되었던 사색당파의 치열한 기싸움은 확실히 문제였다. 건전하지 못한 경쟁심이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뿐 아니라 조선의 멸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자리를 놓고 싸울 때 그 싸움은 치열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그 치열함이 사람들의 이합집산을 이끄는 동인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역사를 통해서도 분열이 집단이나 개인을 파멸로 이끌었다는 사실을 통감할 수 있다. 그런데도 패착의 결과를 피하지 못하는 불운이 지금껏 반복되고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다.

대권을 꿈꾸는 이들을 둘러싼 암중모색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색이다.
후보 흔들기도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이는 내년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설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적용될 일종의 통과의례가 될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실패가 주는 교훈도 챙겨둘 가치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대선 가도에서 이 전 총재가 다 된 밥을 먹지 못한 데는 IJ와 JP 영입 불발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JP를 영입하라는 조언은 충정도 출신인 내가 왜 그를 데려와야 하느냐는 스스로의 과신 때문에, IJ 포용론은 결국 찻잔 속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잘못된 참모들의 전략이 막아버렸다. 그 결과 이 전 총재는 두 번씩이나 다 된 선거를 놓친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반면, YS 집권이 3당 통합이고 DJ 집권은 DJP 연합의 산물이었다. 이보다 앞서 민주화 물결에도 불구하고 노태우 집권이 가능했던 건 야권 분열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이 같은 역사적 정황은 2012년,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형국이다.
때만 되면 쇄신과 개혁이라는 화두를 들이밀고도 여전히 쇄신과 개혁을 당면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내부분열로 동력을 상실하고도 통합을 앞세운 정치적 수사로 사분오열로 찢긴 약점을 해소하지 못한 민주당이나 국민 앞에서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새 인물에 대한 갈증을 자극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급한 반가움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했고 그 결과 ‘열광적 등장과 실망스러운 퇴장’이 반복됐다. 박찬종 변호사나 문국현 유한킴벌리 전 사장의 좌절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안철수 신당도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비슷한 과정의 산물이라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실체 없는 신당에 기대게 됐을까를 헤아리면 국민 앞에 한없이 죄스러워지는 마음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정치권의 시대착오적 인식이 안타깝다.
신당 창당이나 명망가 위주의 신진 수혈로 면피하려는 의도로 화를 자초하는 형국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정신상태가 문제인데 무조건 껍데기만 바꾸려고 한다. 국민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있는 정치를 원하고 있는데 인기몰이식 땜방질로 얼렁뚱땅 위기 국면을 넘겨보고자 하는 꼼수가 역력하다.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지금은 인물영입보다는 유능한 인재들이 관심을 갖는 정당으로의 환골탈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화학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비장함으로 2012년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2011.11.1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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