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2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야간산행

야간산행


야간 산행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운영방식이 조금은 독특하다.
매월 1회, ‘月, 日, 時, 分, 秒’가 같은 숫자로 겹치는 특정한 순간, 정상에 도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예를 들어 1월이면 ‘1월 1일 1시 1분 1초’, 2월이면 ‘2월 2일 2시 2분 2초‘에 정상을 찍는 식이다.

11월 11일인 어제가 그 D-day였고 행선지는 백운대 정상이었다.
(백운대가 행선지로 낙점된 배경엔 지난 달 산행의 아픈 기억이 작용한 바 크다)
이번에도 아침부터 빗방울이 흩뿌리는 등 심상치 않은 일기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지난번과는 달리 산행 내내 신중하고 겸손한 모드를 유지했다.
그리고 드디어 11시 11분 11초에 무사히 고지를 탈환할 수 있었다.

사실 등산이라면 나름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멤버들에게 ‘백운대 정상’ 정도를 고지탈환 운운하는 이 글이 결례가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실패로 끝났던 지난 10월의 경험에 비추면 그리 과도한 오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난 10월 산행 목표는 10일 밤 10시 10분 10초 백운대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북한산을 출발해서 백운대 정상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는데 워낙 많이 다녀 익숙한 곳이고 등산에는 모두들 한가락 한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안개 낀 일기 정도는 간단히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렇게 아무 문제없다며 감행한 등산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선두에 나선 사람이 알아서 안내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무신경하게 따라가다가 길을 놓친 것이다. 4시간여를 헤맸지만 끝내 정상(그리도 쉽게 생각했던)을 포기하는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길을 잃게 된 이유를 생각해 봤더니 몇 가지 반성의 여지가 있었다.
나친 자신감이 화근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과신이 어이없는 실패를 부른 주범이었다.
실제로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안개 등 등반에 적합지 않은 주변 징후를 무시했다. 백운대 정도야 했던 안일함이 초래한 불명예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능력이었다.
무리를 인솔 통제하는 리더의 지휘능력이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지를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우리의 정치 상황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보고 있다.
리더가 길을 잃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북한산을 헤매고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것처럼 국가의 운명 역시 지도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국민의 장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도자에 따라 국민 개개인이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는 기막힌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특히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도자 선택에 더 없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다. 이 난국에 대한민국을 세계 지도자 국가 반열에 올려놓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더구나 쉽지 않은 정치상황을 감안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역량있는 지도자의 출현이 갈급한 상황이다.

때 마침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이 결정됐다는 소식이다. 앞서 그리스 총리의 사퇴도 세계인의 주목을 끈 바 있다.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이탈리아나 그리스가 세계 경제 위기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리더의 교체가 악화일로에 있던 이탈리아 상황을 소생시키는 전환점으로 작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총리가 바뀌고 정치가 바뀐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역시 지도자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11월 11일 11시 11분 11시.
그 시각 우리는 백운대 꼭대기 있었다.
그곳에서 기도를 통해 저마다의 소망을 간구했다.
지도자 역할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꿈과 희망을 함께 다졌다.
10월의 실패를 털어내고 하산하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었다.
우리의 미래를 축복이라도 하는 듯 머리 위를 비추는 밝고 명료한 달빛은 더 없는 반가움이었다.

(2011. 11. 1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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