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6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운수 좋은 날

운수 좋은 날

살다보면 의외에 곳에서 저마다의 ‘허식’을 무너뜨리는 진리와 맞닥뜨릴 때가 있다.
아마도 오늘의 경험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세속적인 욕심을 쫓다 보면 본의 아니게 본질을 호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유권자의 표심에서 자유롭지 않은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할 수 밖에 없다. 삶의 질 차원에서 정치관련 직업군이 높은 평점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삶은 ‘고품질’로 자랑할 만하다.
모처럼 횡재한 기분이 들만큼 만족스런 일과였다.
두 곳의 일정을 통해 선물처럼 받은 ‘깨달음’ 때문이다.
당초 그곳을 인도한 사람들의 의도와는 다른 결론이었지만 내 자신에게도 평화를 주는 양질의 시간이 됐다.

양로원을 찾았다.
명색은 외로운 노년의 삶을 위로해드리겠다는 것이었지만 정작 어르신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속내가 따로 있는 방문이었다.
그러나 해맑은(?) 표정으로 우리 일행을 반기는 모습을 뵙는 순간 가슴에 파동이 일었다. 세월의 굴곡을 고스란히 담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시는 모습에 그동안 선거 때마다 표를 얻고자 어르신들을 현혹했던 지난 행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말로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주역이라고 추켜세웠으면서 얼마나 그에 걸 맞는 대접을 해드렸나를 생각하니 부끄럽고 죄스런 마음에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순식간에 양심의 기운이 내 마음을 지배했다.
그래서 욕심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크게 많은 것을 해드릴 수 없었지만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어르신들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접고 가없는 희생으로 우리의 오늘을 이룩하신 노고에 대해 진심어린 마음으로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수능을 앞두고 부모님들이 밤새워 기도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이 역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결례를 무릅쓰고 찾게 된 곳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대낮처럼 밝은 공간엔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들어찬 사람들이 저마다 소원하는 바를 뇌는 소리가 산 전체를 울리고 있었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어차피 온 거 한번 부딪혀 보자 하는 심정으로 비집고 들어섰는데 누구도 일별을 주지 않았다. 하기야 자식의 수능을 위한 기원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안중에 없는 그들 앞에서 얼쩡거리려고 했던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다.
잠시 어떻게 처신할지 몰라 멀거니 서 있다가 그들의 기도하는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이 두 일정은 세속적 관점으로 보면 들인 공에 비해 별반 효과를 내지 못한 평점 이하의 투자였다. 그러나 뭔가 가슴을 가득 채우는 듯한 뿌듯한 행복감과 해탈의 경지에라도 이른 듯한 포만감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깨달음을 안겨줬다. 모처럼 실속 있는 삶의 주인이 된 만족감까지 생각한다면 이윤이 큰 장사(?)를 한 셈이다.
자신의 이득이나 기쁨이 아닌 오로지 타인을 위한 정성은 그 상대가 국가와 민족이 됐건 자기 자식이 됐건 그 숭고하고 진지한 열정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특히 이들의 이타적인 삶은 입만 열면 이타적인 삶은 물론 국가와 민족 그리고 후대를 위한 미래를 부르짖는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인들이 최소한 이들만큼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면 분명 세상의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권의 솔직한 반성이 절실해진다.
정치권의 진심어린 반성이 허공에 흩어진 수많은 약속들을 제 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다면 모든 이들의 삶도 그만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오늘 깨달은 이 진리가 잠자리에 드는 이 순간을 더 없이 행복하게 한다.
따뜻한 기운이 내 가슴에 별처럼 쏟아지는 느낌이다.

(2011. 11. 5)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