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늙은 당나귀의 기지

늙은 당나귀의 기지


공지영, 그녀는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최근 우리사회를 뒤흔든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도 그녀다.
평소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즐겨 있는 편이다.
세상에 대한 신선하고 솔직한 시선이 느껴지는 그녀의 작품이 좋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면서도 언제나 당당하게 스스로의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그녀에게서 작가의 무궁한 저력을 엿볼 수 있어 즐겁다. 거기다 다른 이의 삶을 보듬는 그 여유로움이라니.
근래에 접한 작품은 그녀에게 ‘이상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맨 발로 글목을 돌다’라는 단편인데 작가의 존재감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수작이었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다분한 건 다른 작품과 다를 바 없지만 유난히 마음을 건드리는 여운 때문에 한참을 멍하니 있어야 했다.

그런 공지영 작가가 작품이 아닌 트위터 맨션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의가 있다.
그녀는 한미 FTA 인준안 처리와 관련된 정치적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민한당 이민우 총재 이후 가장 형편없는 야당'이라고 질타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는 ‘한나라당에서 파견 나온 거 맞냐’는 물음표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공 작가라고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녀 자신이 그동안 스스로의 작품을 통해 누누이 비판해왔던 또 다른 의미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볼멘 마음이 된다.
물론 작가 개인의 자유 영역이겠지만, 또 개인적으로 손 대표와는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게 매도당할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지않은 교류를 통해 비교적 손 대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게 그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영국 신사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 그이기에 한나라당에 있을 때 늘 아슬아슬했다. 그리고 민주당에 온전히 적응하기에는 그의 정치적 레토릭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한나라당에서 파견된 손학규’ 표현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책임을 지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단편적인 정보로 특정인의 전부를 규정지으려는 시도는 폭력과 다르지 않다.
그 고충을 본인 역시 자유롭지 않은 공인의 삶을 경험했기에 모르는 바 아닐 것이다. 여러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당사자로서 동의할 수 있는 부분보다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았던 지난 삶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나 역시 겉으로 드러난 한 두 현상으로 부당하게 평가받아 억울했던 적이 많다. 그런 동병상린이 손 대표를 위한 항변에 나서게 했는지 모르겠다.

동창들이 쓰는 싸이트에 실렸던 늙은 당나귀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날 늙은 당나귀가 깊은 구덩이에 빠졌다.
이에 주인은 어차피 늙은 당나귀고 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 이참에 흙으로 매장하기로 하고 동네 사람들의 손을 빌려 구덩이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당나귀가 자신을 메우기 위해 던져진 흙을 털어 바닥을 다져가며 올라오고 있었다.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기 위해 던져진 죽음의 흙을 생환의 수단으로 활용한 기지가 당나귀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세상의 비난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만 있다면 어떤 비난이나 음모 조차도 생환의 발판을 채우는 성장촉진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타인의 관심을 받고 표적이 되는 삶을 사는 이들은 남들의 비판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어야한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이다.

결론은 결국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건 아직도 ‘살아있다’는 증거 아닌가.
이는 여러 모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손 대표에게, 어쩌면 순탄하지 않은 정치 일정을 견뎌온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돌아보면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정치 여정이었다. 환희에 빛나는 영광과 서러운 눈물을 담은 고난의 시간이 있었는데 내게 새로운 가능성을 심어준 것은 영광보다는 고난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다.
분명한 건 나를 몰아대던 그 숱한 비난들이 지금 생각하니 세상을 향해 단단히 버틸 수 있는 고갱이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나를 곤혹스럽게 했던 그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2011.11.2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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