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신종 망국병

신종 망국병

어려웠던 시절, 외국의 장학금으로 해외유학 기회를 얻어 인재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 적지 않다.
그런 식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받은 선진교육을 접목한 결과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6년부터 시행된 미국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대표적 케이스로 꼽을 만 하다.
미국이 외국에 판매한 잉여농산물 수익금을 현지 적립했다가 해당국가와의 교육문화 교류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차원의 장학금이었는데 지금까지 약 120개국 10만 여명의 인재들이 혜택을 받았고 2차 세계대전이후부터 대상국이 된 우리나라는 1000여명이 그 기회를 얻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장학금이 대부분의 수혜자 인생에 결정적인 기회가 된 것은 불문가지다.
공부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장학생들은 저마다의 나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인적 자원으로 크게 쓰였다. 개인에게만 기회가 된 게 아니다.
미국 역시 이들 못지않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잉여농산물 판매 수익금보다 더 많이 남는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풀브라이트 장학금 인연들이 유력 인사가 되어 세계 곳곳에서 '친미파'나 '지미파'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올 것이다.
이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제도를 만든 미국의 본래 의도가 거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외국인 유학에 대한 장학금이 국제사회 지식인들을 위한 ‘은전’ 개념 정도의 단순한 해석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먹고 사느라 겨를이 없었던 시절에는 생각지 못했지만 우리도 몇 년 전부터 해외유학생 유치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 상태다. 그들의 외교적 가치를 수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2년까지 국내 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을 유치해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인지 2011년 9월 현재, 양적 목표치인 10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지나치게 배타적인 대학가 풍토가 우려를 낳고 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자행되는 인종차별,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 출신을 비하하거나 왕따시키는 현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국익이 뭔지 인식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애써 불러들인 유학생들을 '친한파'는 커녕 ‘혐한파’로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다.
여론의 질타를 받을 만한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모른다고 우리 대학생들의 근거없는 이 오만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당혹스럽다.
생각해 보라. 불과 얼마 전까지의 우리 모습을.
그 때 우리도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으로, 미국으로 몰려갔었다.
지금 우리가 곱지 않은 눈길을 치켜뜨며 함부로 대하는 이들처럼 가난한 나라 출신으로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기꺼이 낯선 나라를 향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고픈 배를 움켜쥐며 향학열을 태운 결과 마침내 꿈을 이루고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그들이 현존하고 있는 작금이다.
그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오래 전 자화상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우리를 찾아온 손님이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만 손님인 게 아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유색인종도 비전을 품고 우리 대한민국 땅을 찾은 똑같은 손님이다. 양국관계에 도움을 주는 메신저로 활약하게 될 미래상에는 조금도 차이가 없는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미래 자원이다.
외국인 학생들 개개인을 보면 국적과 상관없이 나름대로 뛰어난 점이 많다. 그들의 성장을 막고 있었던 낙후된 교육 시스템이 문제가 될 뿐이다.
이제 그들은 한국 유학을 통해 자기 앞에 가로놓인 장애물 치우기에 나선 셈이다. 예전에 우리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머지않아 무한한 잠재능력을 폭발시키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그들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아닌) 다른 나라와 미국이 상충된 이해관계가 될 경우 미국 편을 들게 된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의 작용이 클 것이다.
그런 것이 외국인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자원이 아닐까 싶다.
우리 경민대학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와 있는데 머지않아 대한민국을 위해 전문외교 사절단 못지않은 역할을 발휘해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그들을 각별하게 대하게 된다. 분기별로 식사자리를 마련하고 대화를 통해 그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정말 기회가 될 때마다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공부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공항,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까지 대한민국과 경민대학에 대해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을 들이는 편이다.

학교 성적과 취업실적만이 대학생활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불어 함께 사는 지혜와 덕성이 더욱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말이 서툴고 낯선 타국에 와 있는 외국 유학생들에게 조금 희생해서라도 다 같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여유가 개인의 인격은 물론 국격을 높이는 큰 가치라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인간의 희망을 말할 수 있기에 정말로 잊지 말고 챙겨야 할 진짜 과제물이다.

정신적 쇄국주의, 신종 망국병이다.
절대로 피할 일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유학생 99%를 전부 친한주의자로 만들어버리자.

(2011. 11.2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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