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4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싼 게 비지떡이다

싼 게 비지떡이다


의정부 발곡중학교에서 특강을 했다.
‘청소년이여 세계로 나아가라!!’을 주제로 2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학생들이 열심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신명이 났다. 특히 강의를 하는 동안 과거 은사님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오버랩 되는 환타지 체험은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을 안겨줬다.
그 옛날 은사님들의 가르침이 강단에 선 현실의 나를 관통하거나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려져 은사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거나 또 은사님들이 나를 대신해 현재의 강의를 이끌어가는 식의 장면들이 4차원 형태의 어울림이 꿈 인듯 생시 인듯 객관화 된 현실을 잇고 있었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추억을 부르고 있었다.

 














의정부 발곡중학교 전경영 교장선생님, 고혜숙 교감선생님















열심히 강의를 듣는 발곡중학교 학생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만나고 헤어졌다.
대부분 훌륭한 분들이셨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 중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고 나의 가치를 발견해 독려하시던 몇 몇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조금은 더 특별하게 남아있다. 그 때의 선생님들이 내게 주시던 눈빛과 가르침은 아마도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다. 내 경우엔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이 신뢰받는다는 안정감을 심어줬고 세상의 모든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환치됐다.
과거 세대의 학교 환경은 요즘 세대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그런 환경 속에서 천방지축이었던 나를 알아봐 주고 보듬어주는 선생님의 손길이 아니었다면 그 끔찍하고 정형화된 어둠의 터널을 통과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숨 막히는 억압이 ‘청춘의 붉은 피’를 사정없이 짓누르던 시절의 이야기다.


과거에 비해 다양해진 관심사에도 불구하고 교육 여건은 갈수록 험악해지는 추세다.
무한대의 감각을 소유한 요즘 세대에 뭔가를 쥐어주는 식의 교육 형태는 무리수 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생각의 빌미를 제공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게 되는 건 교육일선에 있는 대다수 선생님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교육현장도 녹록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PC 등 지식전달의 매개체나 반값 등록금, 학생 해방 등 좋은 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정작 좋은 스승을 만나기는 더 많이 어려워졌다.
교육 문제를 뭔가 분석하고 해결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데 중점을 두는 인간의 문제 해결 측면보다 사제가 하나가 되어 서로를 온전하게 수용하기 위해 노력할 때 더 좋은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텐데 쉽지 않다.
우리 교육의 장래가 걱정되는 이유다.

세대를 불문하고 ‘스티브 잡스’를 외쳐대는 시대다.
그렇게 법석을 떨고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가 ‘스티브 잡스 캐릭터’에까지 포용과 관용의 여유를 보이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사생아, 문제아, 대학중퇴자, 직장 퇴출자... 이런 무시무시한 용어로 설명되는 삶이 온전하게 버텨낼 수 있기엔 넘어야 할 관습의 벽이 아직은 너무 높다.
생 전반에 걸쳐 예사롭지 않은 삶을 구가했던 그다.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둔 ‘스티브 잡스’였기에 가능한 일이지 미완의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일은 도통의 경지에 이른 인내심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측면에서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인정해주고 저마다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 주는 역할이야말로 좋은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교사가 공공연히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하루건너 발생하고 있다.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그저 참담할 뿐이다.
지옥이 따로 없다.
이 지옥이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더 없이 숭고해야 할 사제지간이나 학교와 학부모 사이가 반목과 오해로 얼룩지게 만드는 모종의 역할이 진행된 결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제되지 않은 편향된 시각으로 매도하는 각종 미디어의 무성의가 교수와 학생,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학교와 정부 사이의 불신을 양산하고 이간질로 이어지는 현실이 솔직히 야속하다.
자본의 논리가 아니더라도 반값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 아닌가.

(2011. 11.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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