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0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청소년 범죄

청소년 범죄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성인 범죄를 능가할 정도로 흉악의 극단을 치닫는 현상이다.
교육 일선에 있는 입장에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게 지독한 개인주의뿐인 가 싶어 자괴감이 앞선다.
치유를 위한 온갖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지 않다.
우리 사회의 동량이어야 할 청소년들의 피폐한 현실이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경쟁에서의 우위만이 최대의 가치로 인정하는 사회적 폐단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나만 만족하면 공동체 형편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이기심이 질서의식 실종을 빌미로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범죄가 기득권층이나 상류층의 여유를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얻어냈다는 가정하에 혹여 그들의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적개심을 자극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른들의 진지한 반성이 요구된다.
청소년들의 왜곡된 가치관이라고 몰아붙이기엔 기성세대인 우리들의 혐의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지혜롭지 못한 처신이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한 새내기들을 백수로 묶어버린 부인못할 현장도 있음이다.

간혹 청소년기의 왜곡된 가치관이 범죄행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습관적으로 남의 것을 훔치는 한국 유학생 동기가 있었다.
그의 거처에 가 보면 도벽이 인연(?)을 맺어준 공항의 기념품 같은 소소한 ‘장물’들이 적지 않은 규모로 진열돼 있었다. 종류도 다양했는데 정작 당사자에게 쓸모있어 보이는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나중에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의외의 답변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제발전이 자력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희생을 발판 삼은 것이라는 굳은 신념이 그를 도둑으로 만든 주범이었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도둑질은 복수를 위한 전리품의 일환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구차한 변명으로 들리지 않았던 건 나 역시 청소년기에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복잡한 심정으로 선진문명을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가 아니었다면 그들이 선진국 지위를 얻지 못했을 거라는 근거없는 적개심이었다. 심지어 법이 허락하는 범주 안에서 복수하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
국내에 있을 때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아주 생소한 정서였다.

청소년 범죄는 분명 교육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청소년을 대한민국 사회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어른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겠다. 효 교육을 중심으로 인성을 배양하는 과정은 그 어떤 교육보다 우선한 가치이고 청소년 범죄를 퇴치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인간의 기본을 구축하는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왜 더불어 사는 교육이어야 하는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특히 더불어 살려면 지극히 당연한 스스로의 몫을 선뜻 포기하는 용기부터 갖출 일이다.
개인의 독창성이나 창조성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완성된 이후의 가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범죄 해소를 위한 접점을 찾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협동과 단결을 강조하다 보면 평준화가 만들어 낸 수월성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반대로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독창성 등에 방점을 찍다보면 지나친 이기주의다.
따라서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로 정하기 어려운 만큼 결론 자체가 유보적일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건 빠르게 늘고 있는 청소년 범죄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수수방관하지 말고 보다 빠른 진단과 해결책으로 청소년을 지켜냄으로써 사회적 책무를 다하자.
모두의 합일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1.11. 1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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