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3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정치야 연기야?

정치야 연기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꼼수를 부리고 있는 정치권 행태가 개탄스럽다. 입으로는 국익을 말하면서도 실상은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표 계산에 급급한 움직임들 뿐이다. 중차대한 국가 대사를 명분 없는 정쟁의 수단으로 떨어뜨려 놓고도 별다른 가책도 없어 보인다. 특히 FTA 비준 반대의 선봉에 나선 야당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할 것이다. 원칙도 명분도 없이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
한미 FTA를 야권 통합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만 해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내가 알기로 그는 분명 ‘찬성파’였다. 그것도 당론과 다른 ‘찬성’이어서 ‘위대한 결단’ 어쩌고 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도당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당시 도지사였던 그와 어울릴 기회가 많았는데 FTA 당위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당내 비준파를 제치고 다른 야당과 한 목소리를 내며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입장을 달리하게 된 그 어떤 해명도 없이 말이다.

정치를 하는 건지 연기를 하는 건지 헷갈리게 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카메라만 돌아가면 이해 안되는 돌발행위로 온 몸을 던지며 국민에게 존재감이 알려지길 원하는 무리들이 반드시 있다.
당내 입지가 취약한 초선의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 중 하나다.
더구나 지금쯤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많은 정치인들이 복잡한 셈법이 시작되는 시기다.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면 지금부터 어떤 말과 행동으로 스탠스를 정해야 할지,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으려면 어떤 퍼포먼스가 적당할지 오로지 자나 깨나 그 궁리뿐일 것이다.
그런 만큼 국익을 배려한 판단이나 거시적 안목이 고려된 결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하지만 포퓰리즘 발상으로 준비한 선거 구호나 단상에서의 화려하고 과장된 몸짓들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때가 많다. 스스로를 옥죄는 족쇄가 되어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기적인 이익이나 미래 이익의 절묘한 규합을 통해 유지되는 게 정치의 기본적 속성이라면 지나친 인기영합 발언이나 과격하고 튀는 행동이 가져다 줄 이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번 FTA 처리과정에서도 얼굴 알리기 용도로 이 방법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사정이야 눈물겹지만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바란다. 무엇보다 국가의 중대사를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건 국회의원으로 할 짓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를 자제하는 것이 옳다. 21세기 한국사회에 필요한 선량이 되려면 최소한 국가와 국민을 앞세우고 소중히 배려할 줄 아는 매너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미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선택의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렇다 할 부전자원 없이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의 FTA 체결을 피할 도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인위적이더라도 생산적인 노력으로 비준안이 원만하게 처리되길 바란다.
국회를 배려하는 청와대의 성실한 노력이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FTA 만큼은 반대하는 쪽이나 찬성하는 쪽이나 당당하고 떳떳하게 명분을 잃지 않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행여 지난 연말처럼 단상을 점거하고 끌어내리고 방망이를 뺏고 하는 아수라장을 전 세계에 중계하는 불상사가 재현될까 솔직히 불안하다. 이번 처리 과정에서 또 다시 정치권 구태가 반복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정당정치의 존립자체를 부정하려 드는 국민들에게 영원히 버림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할 일이다.
FTA가 제대로 처리돼 그나마 제대로 한 일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 18대 국회의 체면을 세워주는 업적이 되길 바란다.                                                                                             

(2011. 11. 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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