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5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타인능해(他人能解)

타인능해(他人能解)

타인능해(他人能解, '다른 사람도 쌀 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라는 글이 붙어있는 뒤주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조선 영조 당시 전남 구례지방에서 삼수부사를 지낸 류이주(柳爾胄) 가문의 쌀 뒤주인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실천한 선조들의 아름다운 이웃배려의 단면을 보여주는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류씨 가문은 쌀 2가마 정도가 들어 갈 수 있는 나무 뒤주에 늘 쌀을 채워두고 누구라도 필요하면 마음놓고 쌀을 가져가도록 했다. 특히 뒤주가 있는 부엌에 출입문 하나를 더 달아내 쌀을 가져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한 흔적은 감동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삶을 일상화 했던 선조들의 나눔 문화 현장을 생생이 보여주고 있다.
자랑스러워할만한 유산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의 통 큰 기부가 화제다.
안철수 연구소 주식의 소유 지분 절반인 1500억 정도의 거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결단인데 그 신선함 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솔선수범해서 이 땅의 폐쇄적 기부문화를 바꾸고자 나섰으니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을 만하다.
그는 대단한 일을 시작한 셈이다.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 기부문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그의 행보는 칭송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도 반갑다. 무엇보다 그의 이번 쾌척이 대한민국 부자들의 순수한 재산환원 문화를 여는 기폭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기왕에도 사회지도층의 기부행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기부천사 김장훈씨의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 강제적이거나 징벌적 의미로 진행된 기부 절차가 도마 위에 오르기 일쑤였던 환경에서 충분히 그럴 만 했다. 특히 재벌가의 경우는 더 그랬다. 공교로운 재산환원 시점으로 구설을 자초했다. 실제 검찰 수사 등으로 위기 국면에 처할 때마다 재벌가가 면피를 위해 재산환원을 처방한 사실은 공개된 비밀이라 할 수 있다.
안원장의 재산 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배경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돼야 한다.

안 원장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진정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교차하고 있다. 그의 정치권 진입여부를 두고 많은 이들의 '평론'이 줄을 잇고 있다. 대권행보를 염두에 둔 꼼수라는 지적도 있고 하필이면 지금이냐는 시비도 일고 있다.
이 모든 게 그가 누리고 있는 인기의 무게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절정의 인기, 그거 별 거 아니다. 최대로 부풀려진 상태에서 특별한 대책이 수급되지 않는다면 하강 국면에 접어드는 건 눈 깜짝할 사이다. 정치적 야심과 맞물린다면 더더욱 약간의 어긋남에조차 단번에 평가절하되고 마는 안타까움이 있다.
인기의 허망한 속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에 하나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이벤트라면 대중의 독설에 제물이 될 각오를 단단히 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절대로 꼼수가 통할 수 없는 세상이고 호락호락하지도 않은 정치판이다. 선거법 시비나 자기기만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산 헌납 약속과 관련, 꼼수를 부렸다며 호응은 커녕 비난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 재단' 이 좋은 반면교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을 다지게 된다.
특별히 큰일을 하고자 한다면 더더욱 꼼수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야겠다고.

(2011. 11. 1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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