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유권자 시대다

유권자 시대다




정치권 내홍이 심각하다.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한 동물적 본능이 표출된 형국이다.
이리저리 포장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생존을 위한 싸움이다.
내년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교전이 안팎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행태를 보면 정작 당사자들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큰일이다.
정치권을 향해 손사래를 치고 있는 국민적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보지 못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언제나처럼 적당히 눈 가리고 아웅 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함이 역력하다.
남아있는 자산도 없으면서 빈 곳간 열쇠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 보기에 민망하다.
삿대질하고 고함까지 지르며 온갖 속을 다 내보이는 상황이 딱 한편의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여야 구분 없이 다급한 상황인데 움켜 쥔 손을 펴지 못하는 미련스런 모습도 어찌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아무런 헌신도 없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정치권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
정치권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국민을 조잡한 정치적 술수로 조종하려는 음모 따위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더 이상의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우연히 정치권력에 기대 국회의원 뱃지를 손에 쥐던 ‘신기루의 시대’는 끝났다.


-여당.


며칠 전 연찬회에서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기득권을 내던졌어야 했다.
당헌당규 개정보다 비대위 카드 선택이 더 빠른 지름길이었다.
자발적으로 기득권을 포기했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자연스럽게 개혁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어차피 지금처럼 어려운 국면이라면 당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좋은 전환점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먼저 내려놓고 불쏘시개를 자처하면 그 다음 길이 보일 텐데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기득권에 애면글면하는 동안 자신은 물론 자신이 속한 정당까지 위기에 처하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독자적인 아이디어가 너무 없다보니 무책임한 인기영합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
당 개혁방안이 됐건 정책이 됐건 여론의 동조를 얻는 기색이 있으면 너 나 없이 따라 나서니 정책 간 차별화가 쉽지 않아 우리 정치가 다당제 체제로 가동되고 있는지 조차 헷갈린다. 남의 것이 아무리 좋다 해도 일단은 내게 맞는 ‘옷’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역시 조롱거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쇄신을 ‘입’으로만 해결하려는 일부 인사들이여,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야당.


복마전 양상은 이곳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언감생심 밀약 따위로 돌파구를 열겠다는 노림수가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접는 게 낫다.
내가 야당 대표라면 누구와도 밀실대화를 추진하지 않겠다.
한 두 사람의 거래로 미래가 보일 민주당이었다면 애초부터 코마상태로 몰리는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라도 밀거래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는 효과가 없다. 누구와의 대화가 됐건 어차피 다 드러나게 돼 있기에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다.
지금은 정공법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살다보면 정말 진실이 최대의 방책이라는 걸 절감하게 될 때가 많다. 패를 감추기보다 다 드러낸 상태에서 각 주자들의 동의를 구하거나 조언을 참고하는 식의 당 운영을 권하고 싶다.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통합과정은 생각보다 대단히 지루하고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게 드러낸 맨 얼굴이 힘든 짐을 덜어주지는 못해도 최소한 후퇴는 막아주는 구원군 역할을 해내지 않을까 싶다.
보수정권을 쥐락펴락하며 미국의 차기 대선 구도를 흔드는 큰 손이 있다.
보수성향의 미 풀뿌리 정치운동인 ‘티 파티’ 그룹이 그들이다. 그들은 최근 세금을 늘려 큰 정부를 만들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반기를 들고 내년 대선은 물론 상원,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을 위한 물량 공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공화당 대선주자 후보들이 앞을 다퉈 세금인하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티파티에 맞서 민주당과 진보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진보성향 유권자 운동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일반 유권자가 정치를 견인하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이제는 국민 입장에서 국민 소리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정치여야 한다. 어느 당이건 얼마나 파격적이고 드라마틱하게 환골탈태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내년 선거에서의 명운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만일 기득권이나 밀실거래를 대응책의 키워드로 내놓는다면 엄청난 국민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 시대다.
따라하지 말고 먼저 주도하라.
진정성 있는 자신감을 무기로 과감한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박수갈채가 따라오게 돼 있다. 여론 선점이 국민선택으로 이어지는 건 자명한 일이다.

(2011. 12. 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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