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살해된 국권

살해된 국권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우리 해경이 중국 어민에 살해당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사건 발생 이후 중국 여론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으로 우리의 심기를 자극했다.
(뭘 잘했다고) 해커들이 몰려와 한국 사이트를 공격하는 가하면 주중 한국대사관에 쇠구슬이 날아들어 유리창이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언론도 안하무인격인 여론과 다를 바 없었다.
특히 중국 내 유력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살해 증거가 없다’며 발뺌하는 건 물론 이번 사건의 책임이 마치 우리 측에 있는 것처럼 공격적인 논조로 일관했다. (한국이) ‘별거 아닌 죽음’으로 부화뇌동 한다는 식의 주장으로 우리국민을 부글거리게 했다.

그러다 달라지기 시작한 건 중국 외교부의 ‘뒤늦은’ 유감이 표명되면서부터다.
자성론을 촉구하는 중국사회 여론이 강경하던 언론의 논조를 누그러뜨리며 견인하는 양상이다.
강경 일변도이던 환구시보도 확연히 달라진 논조를 들고 나왔다.
한국에 대한 불법조업이 근절되지 않는 배경과 관련해 중국어민의 불우한 환경을 설명하는 읍소(?)로 이해를 구하는 가하면 한국인에 비해 가난하고 평균교육 수준도 크게 떨어지는 중국 어민의 불법 조업을, 오만함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차원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니까 약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강경책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나 한국 문화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아부도 잊지 않았다.

외교부의 안일한 대응도 논란을 자초했다.
외교부의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 발단이 된 것이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의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중국이 일본과의 어로분쟁에서 압승한 ‘희토류 사건’을 해외 사례로 내놓았다. 희토류 사건이 나오토 내각 총사퇴의 결정적 역할을 했고 일본의 대표적인 대중국 굴욕외교 사건으로 낙인찍혀있는 만큼 적절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외교부가 중국의 힘 앞에 지레 굴복, 패배주의적 사고에 빠졌다는 여론의 비난이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건 직후 중국대사를 불러놓고도 ‘유감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여론의 반발을 샀었다. 물론 복잡한 셈법을 적용해야 하는 외교의 애로를 모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여론을 의식한 외교부의 몇몇 선택들은 유감일 수먼저 헤아려야 할 절차를 생략해서 국민적 자존심에 손상을 줬다.

중국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는 관계를 이어왔다.
서로의 역사적 고비마다 함께 했던 순간이 적지 않다. 지금도 6자 회담 테이블에 같이 앉아 대한민국 미래를 논의할 정도로 오래 묵은 파트너십을 공유하는 사이다.
그러나 일본과의 관계가 그렇듯 중국과도 우호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는 분명 아니다.
중국의 동북공정만 해도 사사건건 억지논리로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장벽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어쩌다 스포츠 경기라도 맞붙게 되는 날이면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다. 그 어떤 상대국 보다 더 승부에 집착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우리 형편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판단이다.
1000번이나 집회를 갖고 사과를 요구하는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를 외면하는 일본의 오만한 태도만 해도 그렇다. 사과는커녕 오히려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 중국 역시 우리가 강자였다면 이번 사건 과정에서 방약무도한 태도로 우리의 국권을 조롱하는 몰염치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도둑질을 하다가 이를 제지하는 경찰을 죽여놓고도, 가장을 잃고 오열하는 가족의 아픔에 위로를 전하는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리는 무례함을 범했다. 우리의 국권을 유린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사건이 개인에 대한 살인이 아닌 대한민국 국권의 살해 사건으로 해석돼야 하는 이유다.

반면 인접한 이웃끼리 생산적인 코드로 상생에너지로 서로를 키워가는 국가도 있다.
나라마다 속사정은 있겠지만 상대방을 하대하거나 속이는 일로 얼굴을 붉힐 일이 없고 해묵은 감정이 서로의 진로를 막는 일도 없다.
미국과 케나다의 경우, 월드 시리즈를 함께 하고 전화번호도 공유하는 등 거의 한나라처럼 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런 나라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미국은 멕시코와도 합리적인 관계다. 밀입국 문제도 야기될 수 있고 마약 밀수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지만 우호적이고 선의의 상생을 유도하는 교류가 양국 사이에 시너지로 작용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나마 이 정도로 중국이나 일본에 대접을 받고 있는 건 우리의 국력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는 아무래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안테나가 되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결국 우리에게는 남북통일과 국력 신장이 답이다.
세상을 주도하고 바꾸겠다는 계획을 실천하려면 힘과 능력부터 길러야겠다는 각오를 다져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언감생심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 자체를 던져버리겠다는 절박함으로 매달리자.
우리끼리 싸우며 국력을 소진하는 어리석음은 버리자. 스스로를 무장해제하는 어리석은 짓은 피하도록 하자. 올해 안으로 싸움을 멈추고 양보와 타협으로 재무장의 토대를 만들수 있도록 하자.
그것이 무시무시한 나라들 틈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

도대체 무엇에 기인한 문제인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자.
그렇게 저마다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2012년은 용처럼 승천하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어디 한 번 신명나게 어울려보도록 하자. 

(2011.12.1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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