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홍준표 대표의원님께

홍준표 대표의원님께


홍의원님.
의원님의 당 대표직 사퇴 소식으로 정치권이 떠들썩하던 날, 온종일 답답한 기분이었어요.
오래 공들여 온 의원님의 꿈이 피기도 전에 저버리는 건가 싶은 아쉬움에 맥이 풀리기까지 했어요.
무엇보다 당사를 떠나는 의원님의 뒷모습이 어찌도 그리 쓸쓸해 보이던지요.
그리고 하루가 지난 오늘, 이번에는 의원님이 남긴 트윗글이 뭉클, 저를 울리는 군요.
‘자유인 첫날 이젠 가슴 두근대며 신문보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동병상린이랄까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지요.
지난 시간동안의 맘고생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해서 마음이 아팠어요.

의원님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네요.
15대 총선을 앞둔 1995년 무렵, 국회의원 후보로 처음 만날 때도 의원님은 이미 모래시계 검사라는 닉네임으로 유명세를 치루는 스타였지요. 국회의원이 되고서도 나란히 의원회관 1층에 사무실을 이웃해 있으면서 입담이 좋았던 의원님에게 친근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비슷한 경로로 정계에 입문했고 고대 동문에 남양 홍씨 종친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더 돈독한 관계가 됐던 것 같기도 하고요. 아, 선거법 재판 동기(?)로 고민을 함께 나눈 인연도 있었네요.
무슨 착각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처음 두어 달 동안은 제가 의원님에게 대학선배로 대접받는 일도 있었지요. 나중에 황당해하던 의원님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끔 웃음이 나요. 학연에서 1년 선배가 가장 무서운 법인데 말입니다.
지금의 김문수 지사 등과, 당의 대표적 젊은 피(그 때는 그랬지요)라는 자부심으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찾아가 열변을 토하던 열정의 순간에도 우리가 함께 했던 걸 보면 , 가까운 사이였던 건 틀림없는 것 같아요.
선거법 위반에 발목을 잡혀 어려운 시절을 보내던 의원님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다 동대문 보궐 선거에 나오셨을 때 기쁜 마음으로 찾아갔던 기억도 새롭네요. 또 어느 핸가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의원님이 의정부를 방문하는 일도 있었지요. 매월 모이는 일가 친선회도 우리 두 사람의 끈을 이어주던 곳이지요. 고문단 모임에서 막내였던 우리 둘이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었지요.

그러나 의원님이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는 많은 부분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지요.
국회의원 아들로 해외 유학을 거쳐 하버드 박사 타이틀을 딴 내 인생과 가난한 경비원의 아들로 단돈 18000원을 쥐고 시작한 서울생활에서 순전히 자수성가로 사법고시의 꿈을 이룬 의원님의 인생은 다를 수 밖에 없 었겠지요. 치밀하지 못하고 무른 성정 탓에 세상이 만만하게 보이던 내 눈에도 대립과 도전 그리고 극복의 인생을 점철했던 의원님의 인생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으니까요.
의원님이 어느 순간 벽이 됐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동경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겠지요.

평소 의원님은 장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재치있는 말투, 치고나가는 추진력, 정확한 상황분석, 명쾌한 대안제시 등으로 주변을 정리하는 능력도 보기 좋았고요. 물론 관점에 따라 이런 저런 해석이 달라지면 단점처럼 지적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차이가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단절의 의미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누구도 완벽하게 다르지 않고 또 같을 수 없으니까요, 또 배울 만한 강점과 치명적인 단점 역시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이잖아요.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되돌아 간 의원님.
당 발전에 기여하는 밀알이 되겠다는 결기를 보이셨더군요.
역시 의원님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집권당 대표로 나서던 의원님을 보며 박수치던 그 마음으로 다시 한번 감히 부탁드립니다.
초심을 잃지 마세요. 치열한 변방정신을 앞세워 척당불기를 실현하고자 했던 그 의욕 그대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의원님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세요. 조만간 새로운 모습의 기회가 의원님 찾을 때까지 서두르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 떼어 보세요.
그렇게 함께 가시자고요.

ps: 신년 1월 30일, 102차 일가 종친회 모임이 열릴 예정입니다. 홍사덕의원님이 스폰서하실 순서이구요, 홍석우 지경부 장관도 옵저버로 오셔달라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날은 반드시 의원님을 뵐 수 있었으면 해요. 많은 종친 어른들이 의원님의 안부를 궁금해 하고 있으니 부디 나와서 의원님의 건재함을 보여주세요.
제가 연락책을 맡은 이후부터 한번도 의원님을 뵙지 못해 섭섭함이 커요.
바쁜 일정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혹여 특별히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겠죠?

(2011. 12. 1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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