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4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송년모임에서


송년모임에서

하버드 동문회 송년모임이 있었다.
모처럼 그리운 이들을 만나 회포를 풀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박진의원의 성실한 준비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연말이면 갖가지 송년 모임이 홍수를 이루지만 동문모임만큼은 빠지지 않고 챙기는 편이다. 추억의 힘이라고 해야 할지 동문 모임은 여타의 것들과 구분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추억의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반가움 때문은 아닐까 싶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날짜가 겹친 스탠포드 모임엔 못 갔다. 하버드 행정대학원 동문회장을 맡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많이 아쉽다)


                   단과대학별 동창회장들과 건배제의


이번에 새로 지식경제부 장관이 된 홍석우 동문이 나서 축사를 했다.
홍장관은 오는 11일이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수출 1조 달러를 달성하게 된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계장 과장이었던 시절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회의적이었는데 오늘 날 우리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우리의 자동차산업을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IT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동차나 IT처럼 다른 분야도 철저한 준비와 진행 과정으로 의지를 갖는다면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동문들이 쏟아내는 보스톤과 케임브리지에서의 여러 추억담들은 타임머신이 되어 우리를 과거의 시간으로 데려갔다. 휴교를 결정할 정도로 엄청났던 폭설, 생전의 케네디 방문, 민주당 대통령 후보 두카키스와의 대면, 보스톤 차이나타운의 우도수교(만두국 종류인데 맛이 있어서 인기를 누렸다), 보스톤 비치에서의 여러 티파티, 햄버거 집 등이 화제에 올라 공감대와 향수를 자극했다. 특별히 매력적인 연주로 우리들의 흥을 돋궈준 동문의 10인조 밴드 연주 또한 압권이었다.
              이승만대통령 아들 이인수박사 부부와 함께


그러나 FTA 반대시위가 한창인 밖의 사정이 마음에 걸렸다.
모임 장소인 조선호텔을 향할 때도 시위 때문에 복잡한 교통상황을 목격했던 우리다.
편안하게 호텔에 모여 동문회나 하면서 덕담이나 나눌 때가 아니라는 생각은 나만 했던 게 아닌 듯했다.
미안함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서였을까? 밴드에 맞춰 기차놀이까지 한 다음 그럭저럭 마감 무렵이 되자 누군가가 시위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는데 다들 한마디씩 거들고 나서는 분위기였다.


이승우 총장, 최홍건 회장, 홍석우 장관, 박진의원부부와 함께 건배 제의

정리하자면 이제는 FTA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인데 자동차와 반도체를 불가능에서 가능성의 세계로 창출해냈듯 FTA 역시 새롭게 도전하는 시각에서 출발점을 찾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FTA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주도면밀하게 따지고 분석해서 국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게 기본 정서였다.
그 자리에는 국가 장학금이 됐건 사적 지원이 됐건 혜택 받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저마다 자신의 몫을 사회에 돌려줄 용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충분하진 않겠지만 어려운 이들을 배려할 수 있고 전체적인 파이도 키울 수 있지 않겠다는 의견이었다. 큰 배려가 아니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용기를 심어줄 수 있기를 바라는 간곡한 마음들이 전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동문회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 기회를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송년 모임의 가장 큰 결실이 아닐까 싶다.

(2011.12.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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