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6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선정성 유감

선정성 유감


요즘 들어 부쩍 낯 뜨거운 사건 사고들이 주요 이슈로 다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벤츠 여검사, 우리들 병원 부부 괌 공항 육탄전, 육군 준장과 보험설계사, 방송인 A의 동영상, 그리고 배우 신성일씨의 연애 후일담에 이르기까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들이 인터넷 메인 화면을 독차지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실제로 컴퓨터 켜기가 겁날 정도로 온 천지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뉴스들로 넘쳐나고 있다.

신성일 씨의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 출간 소식만 해도 그렇다. 반세기를 영화인으로 산 원로배우(15대 국회에서 그와 의정활동을 함께 한 인연이 있다)인 만큼 그의 회고록은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된 김모 여인과의 사적 연애사를 자신의 75년 인생을 정리한 자서전의 최정점으로 꼽으면서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우를 범했다. 기자간담회를 그녀와의 연애 후일담으로 채웠다. 심지어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 낙태한 사실까지도 거리낌없이 밝혔다. 앞뒤 없는 중언부언으로 대중의 조롱을 자처했다.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는지 모르지만 명백하게 실패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언론은 그런 신씨의 연애담을 대단한 뉴스거리라도 되는 양 온종일 인터넷 메인 화면에 내 걸었다. 보험설계사가 육군 준장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들키자 한강에 뛰어들었다는 기사도 그렇게 얼굴마담이 되어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장시간 언론사 사이트 대문을 지켰다.
기사가치에 대한 고민없이 오로지 네티즌 눈길을 끌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대한 것이다.
독약이건 마약이건 사회적 파장 따위는 처음부터 고려되지 않은 천박함이 주관하는 이 발상이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다.
아무래도 종편이 출범하면서 가열된 경쟁이 초래한 부작용이지 싶다.

텔레비전 채널이 많아지고 언론이 늘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까지 기사화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것 저것 시시콜콜한 정보가 늘어나는 것까지는 좋은데 우려되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중소기업, 대기업 할 거 없이 광고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푸념들이다. 예전에는 언론사 영역구분이 확실해서 절도있는 광고 집행이 가능했는데 종편이 끼어들면서 기업마다 언론 눈치를 살피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걱정도 들린다.

그것으로 끝나면 다행이겠는데 인기에 영합해서 자극과 흥미위주로 시청자 입맛에 맞추려는 방송 시도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선정성 경쟁이 언론사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이다. 선정성 경쟁으로 혼탁해진 언론시장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되돌려질 것을 생각하면 시청율 1% 짜리 종편 방송의 과잉 의욕(?)은 어떤 식으로든 제동이 걸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흙탕물을 만드는 건 미꾸라지 한마리다.
결국 비정상적인 소비 수요가 언론의 비정상적인 경쟁구도를 부축인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실제로 어지간한 자극에 미동도 않는 입맛이 비정상적인 경쟁구도를 경쟁력으로 착각하게 만든 주범일 수도 있다. 시청자가 됐건 독자가 됐건 선정적인 화면이나 기사에 대한 선호를 줄이지 않는 한 묘안이 없다는 생각이다.

세상에는 잿빛만 존재하는 양 암울한 타이틀이 넘치고 있다.
본질을 흐리고 과장하고 더 나아가 호도까지 하면서 무감각한 사회적 풍토를 조장하고 있다.
뒷거래 야합이 진리인양 양지로 나서 목청을 높이며 판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그런 것들이 합리적인 희망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으니 걱정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는 일, 정신 차리고 다시 일어서야지.

(2011. 12. 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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