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7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천형

천형


어느 날 유난히 스스로가 낯설어지는 느낌은 특정한 경험이 아니다.
오늘의 나도 그랬다. 나뭇잎 떨어지고 찬바람 가득한 겨울이 되도록 여전히 고독의 볼모가 되어 있는 내 모습이 그렇게 생경할 수가 없었다.
지난 가을부터 비명을 지르게 하던 고독의 횡포가 갈수록 그 압력의 무게를 더해가는 형국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수그러들기는 커녕 더 삭막해진 표정이 되어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독한 말 화살을 날리고 있다.
그나마 끽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가슴 속에 피울음을 가두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격이다.
어떻게든 이 무거운 고독의 옷을 훨훨 벗어던지고 싶은데 언제일까 아득하다.

지하철은 군중 속 고독을 키우는 최적의 공간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하철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최소한 한 달에 두 번은 세상 공부삼아 지하철을 타기로 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다.
어디론가 가고자 하는 수많은 무리들이 저마다 바쁜 발걸음으로 떼 지어 옮겨 다니는 그 분주한 일상 속에 외로움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지하철 카드를 단말기에 접촉하는 순간까지는 그런대로 괜찮다. 개찰구를 통과하고 지하철 승객으로 신분을 달리하면서부터 마주해야 하는 고독 바이러스 주의 경보는 장난이 아니다. 엄청난 인파에 섞여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면서부터 엄습하는 외로움은 주늑든 어깨를 잔뜩 긴장시킨다. 굉음을 내며 플렛홈을 진입하는 쇳덩어리의 무심한 위용부터가 개인적인 통사정이 통하리라는 기대를 저버리게 한다.
저마다 분주함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배려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 겨를이 없다. 모두가 1인극 주인공 되어 스스로 섬이 되고 다른 사람도 섬으로 만든다. 그래서 또 외로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목적지에 도착해 지하철을 벗어났다고 외로움의 그림자를 벗어난 건 아니다.
습관처럼 달라붙는 고독을 떼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걸어서 귀가하기로 마음 먹고 오랜만에 천변을 따라 걷는데 한 둘을 빼고는 전부가 잰걸음이다.
PC방, 노래방. 술집, 커피숍 그리고 교회 십자가와 점집의 만장, 법당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치면서도 자신을 내려놓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걸음들도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며 집으로 향하는 나 역시도 끊임없는 대화에도 불구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하루 일과만 둘러봐도 정말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특별히 즐거웠던 순간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구태여 따지자면 고독보다는 행복함에 젖어 있어야 할 이 순간 고독에 짓눌려 헤매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왜 나와 생각이 다를까?
나는 왜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하지 못할까?
왜 나는 벤츠 여검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나라당 현실에 절망하게 되는 걸까?
가족과는? 친구와는? 동료와는?
무엇보다 나는 왜 생각이 달라지는지.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천형' 밖에 없을 듯 하다. 지금으로선 노력하다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만이 위안이 될 뿐이다.

오늘도 외롭다를 반복하며 하루를 접는다.
다독거려주고 따뜻하게 품어줄 수 연결고리를 찾는 날, 비로소 이 하소연의 순례가 멈춰질 것 같다.
PS: 지혜를 주셨는데 그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을 회개합니다.

  (2011.12.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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