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5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나누면 커진다

나누면 커진다


12월이 깊어가고 있다.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추위가 마지막 장으로 남은 달력의 황량함을 보태는 겨울이다.
이웃의 남루함이 유난히 아프게 다가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거리 곳곳에서 자선냄비를 채우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나눔과 배려로 불우한 이웃을 품고자 하는 반갑고 귀한 발걸음도 줄을 잇고 있다.
나누면 커지는 인생의 비밀을 실천하는 그곳에서 희망의 불꽃을 본다.
이웃의 고통에 마음을 여는 이들이 있는 한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는 생각이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출사표가 줄을 잇는 요즈음 국가와 민족을 위한 봉사와 헌신의 다짐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선거현장에서 남발되는 봉사 약속은 대부분 유권자 구애를 위한 미끼 용도에 그쳤다. 말로만 하는 봉사가 제일 나쁘다는데 바로 그런 행태를 보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칭찬거리가 변변치 않은 정치판에서 정치 입문을 꿈꾸는 사람들조차 구태를 답습하고 있어 큰일이다. 말로만 하는 구태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분열은 물론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혐오감을 자극할 계기가 된다는 측면에서 좀 더 신중한 처신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정치가 진정성을 가지고 운영됐다면 대한민국 정치 풍경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혹시 유권자 선택을 받고자 하는 이들의 봉사 마인드와 실행 평가가 선거에 일정정도 반영되도록 (학교현장의 봉사점수처럼) 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적어도 정치가 국민에게 ‘찬밥’ 대우받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봉사는 타인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전제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가를 바라거나 보여주기 위한 봉사는 진정성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신이 아닌 이상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봉사(헌신, 희생)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봉사에 거래나 이해타산이 개입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보여주기 위한 봉사라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얄팍한 계산을 감추지 못한 봉사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더 나아가 비애를 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故이태석 신부의 이타적 삶은 귀감이 될 만하다.
그는 보장된 삶을 뒤로 한 채 자청해 찾아간 불모지에서 사랑을 꽃 피우는 기적을 일으켰다. 생면부지의 이국인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전부를 바쳤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그들을 사랑했다. 또 아낌없는 사랑을 받기도 했다. 남을 위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스스로의 실천을 통해 알려주다가 하늘의 별이 됐다. 그는 비록 떠나갔지만 오로지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뜨거운 진심이 만든 그의 삶은 오래도록 많을 이들을 변화시키고 또 기억될 것이다.

요즘 세태 풍자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개그 콘서트를 즐겨 보고 있는데 촌철살인의 감동으로 놀라게 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사마귀 유치원 코너의 ‘애정남’은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다.
애정남은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봉사의 질적 차이를 정리해 본다면 ‘시혜라도 베풀 듯 자신의 잉여지분을 (시간, 재물, 노동력 기타 등등) 나누는 것이 하위 개념의 봉사라면 정말로 소중하고 꼭 필요한 것 중에서 콩 한쪽 나누는 의리가 참다운 봉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성경에서 부자의 두둑한 기부보다 과부의 동전 두 닢을 더 크게 평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남을 위해 내 것을 나눠주는 봉사자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수혜를 받는 순환구조가 상식선이 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봉사도 해 본 사람이 더 많은 노하우를 갖기 마련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봉사의 생활화는 아무리 권장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나눔의 정도가 한 나라의 사회적 가치나 구성원의 질적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기억하자. 선진국일수록 약자에 대한 나눔과 배려가 섬세하다는 사실 또한 명심할 일이다.

우리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생각하고  2년 전에 비해 자신을 상류층이나 중산층으로 평가하는 비율도 줄었다. 일생동안 노력하면 지위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많이 줄었다는 소식이다. 정치권 잘못 때문이라는 지레 짐작으로 무거워진 마음을 60년 만에 맞게 될 흑룡을 생각하며 다잡아본다. 흑룡을 희망삼아 나누면서 커지는 신년 설계가 위축된 국민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말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격려, 희생과 봉사를 통해 2011년 마무리도 잘 해야겠지.
우리 대한민국이, 우리 국민 저마다 욱일승천의 기회를 거머쥘 수 있는 내년이 되기를.

(2011.12.1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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