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어떤 인연

어떤 인연


언제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아 마주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지인이 있다.
오늘 우연히 그를 만났는데 할 얘기가 있다고 차 한 잔 나누자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인연’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싶은 것이었다.
그는 군 복무 3년 동안 단 한 번의 휴가도 나가지 않을 정도로 군 생활에 열심을 다했다.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국가에 최선을 바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단다.
그런 그를 눈여겨보던 상관이 같은 부대 육군 대위였던 박지만씨에게 소개를 했고 그 인연으로 모 건설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는데 그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감사함을 가슴에 품는 계기가 됐다.
그러던 중 10년 전 우연히 박지만 씨의 누나인 박근혜 전 대표가 큰 뜻을 두고 있는 정황을 알게 되면서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적지 않은 액수가 됐다.
그는 그 돈을 이번에 박 전 대표를 돕는데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록 조그만 성공이지만 자신의 ‘오늘 날’은 좋은 인연을 맺은 좋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은 덕분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고 나 역시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결론이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의 진심을 받아들였는데 에너지가 잔뜩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의정부중학교 동창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사람사이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같은 동창 중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나쁜 영향을 주는 친구가 있다. 좋은 친구들이 모이면 좋은 결과가 배로 쌓이지만 나쁜 인연은 정 반대로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의정부중학교 동창들은 수십 년 째 무탈하게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자부심이 주를 이루는 대화였다.
무엇보다 친구의 정겨운 표정이 세상을 살아가는 뒷심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일전에도 밝힌 적이 있지만 나는 의정부 중학교를 입학해서 서울 대광중학교를 졸업했다. 도중에 서울로 전학을 간 나는 엄밀하게 따지자면 동창회에서 성골(?)성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도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는 친구들이 고맙다.
해가 갈수록 그들의 존재가 소중해지는 걸 보면 우리가 좋은 인연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숱한 인연을 접하게 된다.
선한 인연도 만나고 악한 인연도 만난다. 좋은 인연인 것 같으면서도 나쁜 인연이 되고 나쁜 인연인 줄 알았는데 좋은 인연으로 매듭짓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마음먹은 대로 조절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좋은 인연 나쁜 인연 가리기에 앞서 저마다 상대방에게 소중한 인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우리에게 어떤 인연일까를 생각해 본다.
남한에서 본 북한과 북한에서 본 남한은 늘 상반된 시각으로 서로의 존재를 인지한다.
물론 남한은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북한은 김정일 왕당파냐, 일반 주민이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조문’ 행위 하나도 같은 마음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서로 간에 얼마나 깊은 골을 형성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비단 조문 건 뿐만이 아니다. 사사건건 남한이 북한을, 북한이 남한을 수용하지 못하는 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만큼 남과 북은 서로에게 특수한 상황이고 까다로운 상대일 수 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외세와 손잡았던 역사의 불유쾌한 흔적이 적지 않다.
신라는 삼국 통일을 위해 당나라를 끌어들였고 백제는 일본을, 고구려는 만주를 끌어들였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게 된 우리의 서글픈 운명도 그런 식으로 이뤄졌다.
우리가 미국을, 북한이 중국을 등에 업고 그어놓은 38선이 60년 세월이 훌쩍 넘도록 두 동강이 난 한반도를 혈육을 그리워하는 애끓는 한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이나 중국과의 관계가 아무리 중요한 들 남북한의 인연만큼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인연이 존재할까 싶다.
이제는 긍정적인 인연이 되기 위한 남북의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적극적인 역할이 남북간 경색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1년이 또 지나가고 있다.
흰 눈까지 더하니 저무는 한 해가 더 실감나게 느껴지는 이 밤이다.
돌아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인연을 맺었다.
그 중에는 좋은 인연도 있고 아쉬운 인연도 있다. 모두가 소중한 인연들이다.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좋은 인연들에게는 깊은 감사를, 아쉬운 인연들에게는 좀 더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날리는 눈발 속에 새겨본다.

(2011. 12. 2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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