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31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생쇼 그만!

 생쇼 그만!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는데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이 일갈을 날리는 걸쭉한 입담이 눈에 들어왔다. 탤런트 권해효씨가 그 당사자였는데 꼴불견 형님예산이나 콘크리트 예산, 그리고 선거 때마다 목욕탕 때밀이가 되어 생쇼를 하는 정치인 등을 매섭게 질타하고 있었다.
나름의 대안도 제시했는데 총선이나 대선 후보들이 지역 관련 공약을 내놓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고 그런 공약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하는 후보를 뽑아주면 된다는 처방이었다.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아프지만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유의미한 지적이었다.
 
예전엔 그랬다.
선거에 잘못 나섰다가 집안을 거덜 낸 낙선자들의 후일담이 괴담처럼 떠돌았다.
주로 과도한 선거비용이 문제였다.
아버지께서 선거현장에 계실 때니까 30년도 넘은 구닥다리 얘기지만 상가의 조화나 결혼식장의 화환, 환갑잔치부터 돌. 백일에 이르기까지 이를 위한 비용 지출만 해도 상당한 액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당 살림이라고 해도 늘 쪼들릴 수 밖에 없었다. 특별히 관혼상제가 주요 선거운동의 보고였던 시골인지라 대충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쌈지돈까지 동원해 인사치레하는 풍경이 비일비재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내가 정치에 입문하던 16년 전에도 상가나 결혼식장은 여전히 선거운동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장소였다. 무조건 발로 누비던 그 당시 나의 최고 기록은 하루 7번 주례(길일 운운해서 결혼식을 특정일로 몰리게 하는데 일조한 이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13군데 조문이었다. 말이 7번이고 13번이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다녔나 싶다. 그 살인적인 일정들을 무슨 수로 소화했던 건지 권력의지가 부축인 잠재적 에너지를 빼놓고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권해효씨의 지적은 천번 만번 이해되고 공감이 간다. 
그러나 예측 가능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거나 배려한 흔적이 미약해서  균형감각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말았다.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득표용 때밀이 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간과하고 있는 점을 짚고자 한다.
그의 말인 즉, 국회의원이 선거를 앞두고 알량하고 속보이는 득표행위를 못하도록 이를 제도화하라는 건데 이 경우 자기를 알릴 기회가 없는 정치 신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없다. 가뜩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정치신인들의 입지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형식적이긴 하지만 선량들이 그나마 4년에 한번은 스스로 낮은 자리를 자처하고 귀를 열어 국민의 요구를 담는 경험을 원천봉쇄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솔직히 우려된다.
 
형님예산이나 지역예산만 해도 그렇다. 물론 이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부시와 레이건이 미 대통령이 되자 텍사스 주립대학과 캘리포니아 지역이 각각 업그레이드되거나 다나까가 일 수상이 되자 그의 고향에 신간센 노선이 들어가고 하는 일들은 어쩌면 국제사회에서조차 통용되는 오랜 관행인지 모른다. 심지어 카다피 고향이 리비아 수도보다 더 화려한 도시의 위용을 갖추고 김일성 출생지가 북한에서 제일 잘 정돈된 곳으로 정평을 얻고 있는 현실로 이해를 도울 수 있을까?.
만일 이런 기회조차 없다면 더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모든 국가예산에 집행 순번을 매길 수도 없는 일이고 또 순번이 정해진다 한들 집행과정에서의 혼란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
그래서 형님 예산이 옳지는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국민적 차원에서 순기능이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야기되는 업자와의 결탁이나 부정비리는 결국 민도와 관계있는 일이다. 국민전체의 대오각성 없이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중요하다.
 
어차피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인 만큼 불합리한 부조화는 불가피하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병균을 피할 도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나마 이를 잘 다스려서 병균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힘을 갖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선거환경도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 .
일단 선거에 뜻을 두게 되면 지인들에게까지 기본적 예의를 지킬 수 없게 됐다. 결혼식 주례는 물론 축의금이나 조의금까지 철저히 차단하는 선거법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간혹 이를 어기다가 엄격한 선거법 잣대에 걸려 당선이 무효화되는 일도 적지 않다.  솔직히 애경사 현장에 '빈 손'으로 나설 당시의 뻘쭘함만 잘 수습할 수만 있다면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큰 부조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심각해서 꼭 짚고 넘어가겠다는 그의 고언은 가슴에 담을 만 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신선한 발상도  매력적이다.  코믹하고 천진난만해 보이는 캐릭터로 익숙한 그에게 이처럼 정제된 시각도 있구나 생각하니까 친밀함이 더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정치 당사자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2011. 8. 3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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