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9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위기에 장사없다

위기에 장사없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강등됐다.
문제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강력한 파동이 세계 증시를 위기 국면에 몰아넣고 있다.
우리 증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발 악재 이후 연속해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요동을 치며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3년 전 악몽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공포에 대한 체감이 극대화 되는 것 같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참말이라는 것을 미국의 현실을 통해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미국이 절대 믿음의 신화를 깨뜨리면서 상상 이상의 강도로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전 세계가 미국의 무너진 잔재에 깔려 아수라장이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미국이 그렇게 몰락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를 놓고 이런 저런 전망이 난무하지만 트리플A에서 더블A로 바뀐 미국의 신용 등급이 A에서 B로 그리고 또 C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미국이 지금까지 쥐고 있던 주도권을 내놓게 될 개연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 따지고 보면 세계 주도권 이양의 역사도 다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아놀드 토인비의 오래 전 예언이 참으로 절묘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말했었다. 21세기는 한국·중국 및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거라고.
기막힌 통찰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1980년대 미국 유학 당시 내 눈에 비친 미국의 부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부러움의 눈초리를 보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지나치게 과장되고 속된 부의 편중현상이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의 천문학적인 몸값이나 재벌 기업에 쏠려있는 거대한 재화, 수임료가 전부인 변호사들의 말도 안되는 법률 소송 행태 등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던 불합리한 미국의 뒷모습이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아무리 거대한 제국이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회적 비용들이 미국의 발목을 잡게 될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종국엔 이런 것들이 미국의 자본주의 종말을 부르는 단초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30년 전 그 막연했던 우려가 구체적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예전에 미국사회를 통해 느꼈던 절망과 좌절이 대한민국 사회에 재현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2011년 대한민국이 당시 미국의 어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지울 수 없다.  온갖 병폐에 짓눌려 일그러진 초상이 갈피를 못 잡는 형국도 다르지 않다.
숙명이랄까, 빈부격차는 자본주의의 깊은 어둠이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비교 우위 때문에 그 어떤 노력으로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이 어둠을 제거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근원적인 명제다. 
현실을 돌아보면 과도한 욕망이 富를 禍로 바꾸는 어리석은 선택이  방치돼 있다. 
특히 땀 흘리지 않고 축적되는 기득권의 부가 문제라는 생각이다.
과도하게 부를 축적하려는 탐욕과 철옹성으로 특화시키고 싶은 허영이 그들만의 리그를 고집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는 느낌이다.  그 무절제들이 우리에게도 자본주의의 종말을 안겨주는 전초전이 될까  솔직히 걱정이다.

미국이 세계 강국의 지위를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티게 될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변화하는 조류에 맞추지 못한다면  낭패를 당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미국 같은 나라도 잘못하면 국가 디폴트 위기를 부르고 슈퍼 파워국으로서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더불어 개인의 자유 존중이 사회이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자본주의에 대한 대응도 좀 더 유연해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정부 통제를 외면한 개인의 자유는 자칫 국가의 붕괴라는 치명적 결론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결국 개인의 지나친 자유 의지는 강압적인 통제 못지않은 독성이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와 통제사이의 적정점을 찾아내는 일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지도자나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위기에 장사없다.               (2011.8.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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