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4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독도 해프닝

독도 해프닝 
나찌즘이나 파시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어느 경우에서건 ‘극단’은 위험하다.
보수가 되었건 진보가 되었건 극단으로 치우친 편향된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특별히 정치인의 생명이 ‘균형잡힌 사고’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에게 있어 ‘중용’의 실천은 더없이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할 것이다.
객관적인 정황을 무시한 일방적 주장은 민폐를 끼치기 마련이다. 단주의가 누구에게도 비호감 폭탄이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같은 이웃을 둔  우리나라는 원천적인 불행을 안고 있는 셈이다.  번번이  생떼를 쓰는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는  일본의 염치없는 우김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이 우리에게 행한 노이즈 마케팅 역사는 가히 유구하다 할 것이다. 유권자 표심을 노린 개인의 정치적 목적에서부터 여론 결집을 위한 정치 쇼에 이르기까지 그동안의 망언과 망동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혼란스런 내치 국면 돌파를 위해 이웃나라를 괴롭히는 수법은 오래 세습돼 온 그들만의 전략이다. 19세기 무렵 일본 사무라이계 수장이었던 사이고 다카모리는 지금도 일본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는 인물인데 일본의 혼란스러움을 조선침략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하면서 ‘조선에 자기를 보내 죽임을 당하면 그걸 핑계로 조선을 치라’는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일 인천공항에서 독도를 앞세워 생떼를 쓰다가 입국을 거절당하고 되돌아간 세 명의 일본 극우 의원들의 수법이 2세기 전 사이고 다카모리의 그것을 답습하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정치인들 사이에 “잊히기보다 차라리 스캔들을 만들라”는 조언이 있다.
인지도를 위해선 스캔들 구설도 마다 않는 정치인의 애환을 대변하고 있다. 
유명해지고 싶은 갈망은 국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일본 정치인이고 한국 정치인이고 우파고 좌파고 구분이 없다. 이번 울릉도 해프닝만 해도 정치적 신념이라기보다 일본 내 극우파의 세 결집을 빙자한 무명 정치인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몸부림으로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인지도 향상을  위한 정치적 꼼수가 언제나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라는 데 비극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똑같은 해프닝이어도 누구는 승자가 되고 또 누구는 패가망신을 부르는 신호탄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오래 전 일인데 한 선배 정치인이 불행을 자초했던  행적이 기억난다.
그는 독일로 날아가 역대 마라톤 우승자 이름이 새겨진 명판을 정으로 쪼아 일본이라고 새겨진 손기정 선생의 국적을 한국으로 고쳐놓아 뉴스메이커가 됐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일단 유명세를 타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불우하게 됐다. 
그로서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사명감의 발로였다지만 의외로 세간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참동안 찬반 여론의 중심에서 논란에 시달리더니 결국은 정치생명에 타격을 받고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일본 극우파들의 파행도 종국에는 망신살로 끝날 줄 알았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정치쇼가 설득력을 가질 리 만무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솔직히 일본 극우 의원들의 입국을 불허하는 상황까지는 확실히 우리가 주도하는 판이었다. 정치적 명분이 우리에게 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존재감조차 없었던 이들이 주요인물로 급부상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공항에서 입국 여부를 두고 실갱이 하는 와중에 비빔밥을 시켜먹고 김까지 쇼핑해서 돌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저자거리의 비웃음을 살 때만 해도 당분간은 독도를 들먹거릴 일이 없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이었는데 반전이다.
그들에게 기사회생의  도움을 준 건    다름 아닌 우리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이다.  그냥 무시하면 될 것을  정치권 인사들이 한마디씩 거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일부 정치인의 소탐대실이 판을 키우는 바람에 우리 손으로 일본의 정치 쇼를 돕는 어이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급기야 기고만장해져서 한국입국을 재시도하겠다는 엄포를 놓는 가 하면  이들의 재미(?)를 벤치마킹하려는  보수 성향 일의원들의 망발이   줄을 잇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은 일회성 도발에 불과했던 그동안의 독도 분쟁과는 또 다른 조짐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긴장이 요구된다.
일본 정부의 주도 아래 모종의 음모가 팀플레이로 진행된 흔적이 분명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극우파의 이번 소동을 전후해 대대적으로 왜곡 교과서는 물론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2011 ‘방위백서’를 확정발표했다. 유사시 독도에 해상자위대를 파견한다는 내부방침까지 확인되는 마당이다. 특히 우리의 이번 조치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반발하는 일본 정부의 반응도 석연치 않다.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몰고 가려는 수작이 틀림없다는 느낌이다.
일본 극우파들의 뻔한 꼼수에 말리지 않으려면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의 반복되는 노이즈 마케팅을 알맹이가 없는 헛방으로 만들면 된다. 
독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차분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치밀하고 집요한 그들의 도발에 휘말리지 말고 헬기장이나 경비행장, 방파제 건설 등 독도의 실효지배를 강화하는 조치 등을 고민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일본에 해주고  싶은 충고다.
지금은 독도나 센가꾸 열도 문제 등으로 주변국가를 자극하고 적대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쓰나미 등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주변국과의 갈등으로 해소하고자 한다면 소아병적인 징코이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바이다. 자칫 더 큰 세계의 격변기의 진원지를 일본이 자처하게 될까 걱정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행운의 여신은 확실히 일본 편이었다. 전범국이면서도 분단은커녕 한국전에 힘입어 눈부신 발전을 이루는 행운을 누렸다. 그런 일본이 또다시 국제적 트러블을 만들어내는 진원지가 된다면 이번에는 아무도 일본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이제 한국도 더 이상 일본에 치이며 살던 그 모습이 아니다. 대한민국 브랜드가 일본의 SONY를 누르고 TOYOTA를 위협하는 실정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UN 사무총장과 국제형사 재판소장이 대한민국 출신이라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한다. 잘못 건드렸다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할 수도 있다.
 
이번 우익 해프닝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한국을 자국의 정파를 정리하는 소도구로 이용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한마음으로 모두가 함께 손잡고 가능성을 추구해도 어려운 시기다.
특히  인천공항 생쇼의 주인공들에게도 한마디 덧붙이겠다.
"그럴 시간 있으면 지역구에 가서 한걸음이라도 더 뛰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마음을 나누는 정치인이 되시오."
 유권자의 표심은 누가 얼마나 더 발이 닳도록 뛰었느냐로 심판을 받게 돼 있다고 한 선거 달인의 정법을 그대로 전하는 바다.
다른  나라 헐뜯기 보다 뛰고 뛰고 또 뛰는 것이 상책임을 다시한번 전한다.                     (2011. 8. 4)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