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5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야구와 인생

 야구와 인생 
흔히들 말한다.
9회말 2아웃부터인 야구가  인생을  닮았다고.
수많은 야구팬들을 사로잡은  추신수 선수의 드라마틱한 야구 인생을 보니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음주운전과 손가락 부상 등의 연이은 불행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   영웅으로 돌아온 추신수 선수가 화제다.  그의 불 뿜는 방망이가 9회 말 경기에서  생애 첫 굿바이 홈런(다음 날 연속 홈런까지)으로   4연패  악몽에서 허덕이던  팀을 구해낸 것이다. 
 아무리 전설적인 최강의 홈런타자도 4%의 타율은 언감생심인   야구의 세계에서  인생을 본다.
그 천하의 추신수 선수의 타율도   3할 7푼 2리를 기록하고 있다.   비단 추 선수 뿐 아니라 베이비 루스나 행크 아론, 왕정치, 장훈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타자 중 그 누구도 통산 타율 3할 대 기록을 뛰어넘은 사람이 없다.  그런   야구 현실이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여있는 우리 인생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노력 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뭔가가 있는 느낌이다. 
야구와 인생을 닮은꼴로 보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무상급식 주민투표戰에서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오세훈 시장은  야구선수로 따지자면 추신수를 능가하는 능력과 운을 겸비한 강타자다.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오세훈 법안’으로 명성을 날리고 당원도 아니면서 한나라당 공천경쟁 구도에 뛰어들어  서울시장 자리를 거머쥐더니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재선의 영광까지 누린 그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스타플레이어라 해도 타율 4할의 벽을 넘지 못하듯 정치적 기린아라고 해도 인생의 굴곡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눈물로 읍소하며 시장직까지 걸고 그토록  매진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을 온전히 얻는데는 실패하고 만 오 시장의 현실이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하면 오시장 자신도 이런 결과를 예상 못했던 건 아니었던 듯싶다. 다만 어차피 민주당에 장악된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주민투표를 승부수를 던지고 출구 선택의  빌미로 삼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수의 아이콘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25%대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금이야말로 오 시장의 정치인생에서 최고의 시련기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단순한  깜짝  추위로  끝나게  될  것  같지도 않다. 빙하기의 긴 터널을 지나야 하는 혹독한 여정이 그를  짓누르고 있을 게 뻔하다. 
자신의 생각대로 난국을 뚫고 또  다시  비상하기 위해 냉정한 현실 인식이 급선무다.
 한나라당과의 연을 유지할  생각이라면  어떤 형태든  당과의 교감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라는  조언을 주고 싶다. 또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에   주파수를 맞추고 대차대조표를  세심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그 자신을 위한  정치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면, 이번 ‘무상급식 전쟁’이 정치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평생의 신념에서 비롯된 가치였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자신은 물론 국민이 믿게 하는데 성공한다면 오세훈 시장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보수가 됐건 진보가 됐건 지금은 ‘울트라의 가치’가 힘을 쓸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일로 울트라 보수로 자리매김 됐을 오 시장으로선 정치적 진로에  걸림돌을 하나 더  늘린 건지도  모른다.
포용력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내상이 심한 지금으로선 무엇부터 수습해야 할지 혼란 그 자체일 테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새롭게 추스르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운도 좋고 기회도 잘 맞아 떨어졌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풍찬노숙을 각오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내공을 기르며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기회로  삼도록 하라.

야구도 인생도  모든 결과물은  결국  저마다의  역량과  몫에  따라 결정되는 것임에랴.
                              (2011.8.2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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